독일계 혼혈 브란덴부르크 씨, 한국말 공부하고 서울 W호텔 바텐더 입성

“한국에 와서 제가 찾던 것을 찾은 것 같습니다.”

서울 W호텔의 트렌드바인 ‘우바(Woobar)’를 찾는 이들은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한다. 바텐더겸 서버로 일하는 외국인 한 명이 눈길을 잡아 끌기 때문. 그리고 고민, ‘이국적인 외모의 그에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로 주문을 해야 하나?’

올리버 브랜던버그(25).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지난 해 4월부터 W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 호텔가에 외국인 셰프나 임원이 근무하는 것은 일반적지만 매장 홀의 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경우. 그가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2년 전 한국에 처음 와 워커힐에 투숙하면서 W호텔에 와보게 됐어요. 제가 앞으로 일 해야 할 곳은 ‘이런 곳’이라고 확신, 결심했답니다.” 호텔전문학교를 졸업, 독일의 쉐라톤 호텔 체인에 근무하던 그는 ‘어머니의 나라’가 어떤 곳인지 보러 왔다 아예 자리까지 잡게 됐다.

■ 한국사람들 따뜻한 점에 매력 느껴

“W호텔을 처음 본 다음 날 호텔로 직접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며 인터뷰를 했어요.” 하지만 돌아 온 대답은 ‘노’.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라 손님들에게서 주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로 돌아간 그는 한국말도 공부하고 다시 도전, 서울 노보텔호텔에 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수개월 후 꿈에 그리던 W호텔에 입성한 것. 이번엔 면접 10분 만에 통과했다.

“한국 사람들이 매우 따뜻하다는 점은 독일 사람들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특히 처음 만나도 연장자를 ‘형’이라 부르는 단어가 너무 좋아요. 빨리 가까워지잖아요.” 그는 독일에서도 항상 아버지의 독일 친척들 보다는 엄마쪽 한국 친척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말한다.

■ 호텔맨 되기 전에 뮤지션 활동

“독일에서는 엄마와 아들 간에 한국에서의 모성애 같은 사랑을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항상 독일 친구 보다는 터키 친구가 많았다는 그는 그래서 “제 마음 한 구석에 항상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덧붙인다.

호텔맨이 되기 전 그는 뮤지션이었다. 독일에서도 ‘Kim G’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앨범도 3장이나 냈다. 같이 활동하던 친구는 지금 독일 최고의 래퍼가 돼 있다고. “제게 여자 친구 보다 더 중요한 것 음악이에요.” 그래서 음악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아직은 남아 있다. 서울에서 틈틈이 선배 DJ들을 만나 음악 수업을 받는 것도 그의 일과 중 하나다.

“엄마는 제가 한국에 와서 일하는 걸 꺼리시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고생하던 한국을 떠나 ‘잘 사는’ 나라에 와 정착했는데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이 다시 돌아 간다니 가슴 아프셨겠죠.” 하지만 한국에 와 열심히 일하니까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여전히 손님들이 저를 보고 영어로 주문하시곤 해요. 때로는 주문하려다가도 눈길을 피하시기도 합니다. “호텔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그는 “제가 한국어로 얘기하고 나서 일단 말문이 트이면 더 반겨한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가벼운 한국말 대화가 큰 불편이 없는 수준.

“미국 하와이 뉴욕 등의 W호텔도 가봤는데 서울이 최고예요.” 6성급 호텔을 표방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호텔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에 나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제적 경험과 감각을 키우고 싶다는 목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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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