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캠리·RAV4 등 논럭셔리 차종 론칭"현대·기아차와 경쟁할 생각 없다""국내 판매조직 구성 나서…사회공헌에도 역점 기울일것"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조 후지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토요타의 한국 시장 진출은 ‘아주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자동차 1위인 토요타의 조 후지오 회장. 그는 지난 해 11월 국내 언론에 “아직 한국 시장에 들어 올 계획이 없다”고 국내 자동차 업계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조 회장은 3월20일 갑작스레 한국을 찾아 “2009년부터 토요타 브랜드 자동차를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마 그때 ‘한국에 진출하지 않겠다’라는 의미 보다는 ‘그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1년여 만에 방한, 우리니시 도쿠이치 부사장, 치기라 타이조 토요타코리아 사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조 후지오 회장은 ‘발언을 번복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의식한 듯 간단한 한 마디로 해명했다.

“당시 토요타의 한국 시장 도전에 대해 정해진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최종 결정도 3월 중순경에나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니시 부사장은 하지만 “항상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주시해 오며 시장조사는 꾸준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이 어려운 시장’이라고 얘기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조 회장은 국내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중인 현대기아차를 의식한 듯 “현대 기아와 경쟁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토요타의 한국 시장 전격 진출 이유에 대해 그는 “기존 렉서스만으로는 수입차를 애용하는 한국 고객의 수요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렉서스가 잘 하고는 있지만 더욱 넓어지고 있는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군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것.

때문에 이번에 한국 판매가 결정된 차량 모두 모두 렉서스와 달리 논(Non)럭셔리 차량들이다. 도입 차종은 프리우스와 캠리, RAV4 등 3가지.

이 중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차종으로 CO2배출량 감소, 자원절약 등 지구 환경을 고려하면서도 자동차 본래의 매력인 주행의 즐거움도 함께 추구하도록 개발된 혁신적인 세단이다. 1997년 시장을 첫 선을 보여 올 초까지 누적 판매 대수 94만대를 넘길 정도로 선도적 하이브리도 차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우수한 연비(일본 모드 35.5km/l)와 초저공해 배기 가스를 자랑한다.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 창조라는 평을 듣고 있는 캠리 모델 또한 토요타의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으로 꼽힌다. 다이내믹한 스타일과 편아한 인테리어, 높은 수준의 안정성등이 매력. 2005년 3세대 모델이 출시된 소형 SUV인 RAV4 또한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자동차 소비자들을 겨냥한 차종이다.

이들 3개 차종의 국내 판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조 회장은 “가격은 본사와 협의중”이라며 “한국 내 논럭셔리 수입차들의 동향을 보며 가격 경쟁력을 갖는 범위 내에서 포지셔닝할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도입 초기 판매목표를 월 500대로 잡았지만 이른 시간 내 월 1,000대로 목표를 높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토요타의 국내 시장 상륙 형식은 별도 법인이 아닌 토요타코리아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치기라 타이조 토요타코리아 사장도 이에 대해 “별도 법인 설립이나 분리 보다는 세일즈나 마케팅만을 부서 차원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이를 위해 국내 판매망 조직에도 나선다. 일단 초기에는 5개 딜러로 운용할 예정. 이에 대해 치기라 사장은 “기존 렉서스 딜러를 포함해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며 “렉서스 조직과는 다른 판매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원칙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처럼 기존 렉서스 딜러들에게도 문호는 개방될 예정이다. 사람은 같아도 조직만 다르면 무방하다는 판단 때문. 우리니시 부사장은 “미국에 렉서스 브랜드를 런칭할 때도 70% 정도가 기존 렉서스 딜러였다”며 “렉서스와 토요타의 전시장이나 판매 조직은 완전 별도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에 비해 한국차들이 일본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한 현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리니시 부사장은 “일본 시장에서 벤츠나 폭스바겐 등 독일 차량들은 연간 5만여대가 팔려 나가는 등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한국 차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판매망 구축이 어려운 것이라면 벤츠 등도 마찬가지일 텐데 한국차 부진의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다’고만 밝혔다.

특히 조 후지오 회장은 기업의 사회 공헌 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토요타 자동차를 해외에서 많이 만들다 보니 그 지역의 경제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현지 고용을 늘리고 생산 여건도 향상시켜야 좋은 품질의 자동차가 생산되며 또 지역민으로부터도 환영받는 다는 원리는 전세계 어디든 토요타가 진출하는 곳이면 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그는 힘줘 말했다.

“한국에서도 자동차만 판매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인정받으면서 ‘한국속의 토요타’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합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