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글 파마·펑퍼짐한 바지주말극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서 혼신의 촌티 연기"아이들아, 너희 때문에 엄마가 산다"차 안 아들 사진 밑엔 자식 사랑 빼곡히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의 하루 전날.

햇볕은 봄이었지만 사방이 막힌 스튜디오 안은 여전한 겨울 날씨였다.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스튜디오 구석에 마련된 이동 사우나실. 1평도 채 안 되는 조그만 그 곳에서 배우 최진실이 가장자리가 닳은 대본을 외우고 있었다. 이 곳은 최진실이 드라마 소품으로 쓰이는 사우나실을 공부방으로 삼은 곳이란다.

최진실은 인터뷰가 있은 12일 새벽 MC를 맡은 OBS <진실과 구라>의 녹화를 마치고 경기도 부천에서 드라마 세트장이 위치한 평택으로 넘어왔다. 벌써 한달 째 일주일 중 사흘씩 집 밖에서 마치 장돌뱅이처럼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고 있었다. 잠은 좀 잤냐는 물음에 “스튜디오 근처에 마련한 모텔서 눈을 좀 부쳤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최진실은 요즘 감기에 걸릴 여유도 없을 만큼 MBC 주말 특별기획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극본 문희정ㆍ연출 이태곤)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와 최진실ㆍ정준호의 코믹 호흡에 기대를 걸었지만 초반 낮은 시청률에 깜짝 놀랐다. 최진실은 그래서인지 150%의 에너지를 쏟으며 연기에 임하고 있다.

최진실은 “걱정이 좀처럼 줄지 않네요. 그동안 많은 트렌디 드라마를 찍어봐서 제게는 동물적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통하지 않았나 봐요. 판단력을 재정비해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진실은 이번 드라마에서 뽀글뽀글한 퍼머머리, 얼굴을 다 가리는 촌스런 뿔테 안경, 몸빼바지를 입은 ‘홍선희’로 등장했다. 왕년의 TV 요정의 이미지를 싹 지워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속칭 ‘이쁜이 수술’을 받아 어기적 걷는 모습, 하수구가 막힐 정도의 때를 미는 엽기적인 행동 등으로 절정의 폭소탄을 안겼다.

최진실은 “기왕 연기하는 거 망가지는 것도 열심히 하자고 마음 먹었죠. 어차피 드라마잖아요. 실제가 아니니 더 오버하자고 다짐했죠. 후반부로 갈수록 촌티를 벗는다네요”라며 쑥스러운듯 미소를 지었다.

최진실은 이 드라마가 통념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다른 점을 강조했다. 이 드라마는 톱스타와 가정부의 러브스토리라는 설정 탓에 정지훈(비)과 송혜교가 주연한 <풀하우스>의 ‘아줌마판’로 불리고 있다.

인터뷰는 최진실이 이동 때 타고 다니는 밴(Van)으로 옮겨 이어졌다. 냉동창고 같은 스튜디오의 한기를 피해 올라 탄 밴의 창가에는 최진실의 두 분신, 아이들의 사진이 줄을 지어 붙어있었다. 사진 밑에는 ‘내게 힘을 주는 아이들아, 엄마가 너희들 땜에 산다’는 주문이 적혀 있었다.

당초 최진실은 첫째 아들 환희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당분간 엄마로써 지내려고 했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아이를 위한 배려인 셈이다.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읽고 환희의 양해를 구해 출연을 결정했다.

“환희가 학교 생활을 너무 재밌어해서 다행이에요. 친구들과 공부하는 게 좋은가 봐요. 친한 친구도 벌써 사귀었다네요. 만약에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드라마 출연이 편치 않았을 거에요.”

최진실은 얼마 전 두 아이의 성(姓)을 ‘조’에서 자신의 성인 ‘최’로 바꿔달라고 법원에 정식으로 신청해 놓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진실은 지난 2004년 야구선수 조성민과 이혼하며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최진실은 “신청을 하러 간 법원에서 왜 하냐고 묻는 질문에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4시간 동안 울고 나왔어요. 얼마 전 아이의 여권을 새로 신청하려고 했더니 몇 년째 연락도 없는 아이 아빠의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하더군요. 지금 호적에는 제가 낳아 기르는 아이들의 엄마가 제가 아닙니다. 저는 그런 불편함을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아서 성을 바꾸려는 것 뿐이에요. 아이가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최진실은 촬영 짬짬이 환희의 시간표를 짜기도 했다. 엄마라는 아이의 매니저로 색색가지 펜으로 시간표를 짜며 배우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재치였다. 그 모습은 높은 꼭대기에 앉은 스타 최진실이 아닌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홍선희처럼 아줌마 최진실이었다.


스포츠한국 연예부 이현아기자 lalala@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