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록 접목시킨 실험곡 '변신' 8년 준비 끝에 발표48인조 오케스트라·64명 코러스의 웅장한 사운드 일품

최근 가요계는 ‘복고 바람’이 거세다. 반복되는 단순한 멜로디와 따라 하기 쉬운 간단한 ‘동작’수준의 댄스, ‘그때 그 시절’ 히트곡의 리메이크 곡이 최근 가요계를 강타하는 인기곡의 특징이다.

멜로디 중심의 단순한 음악은 ‘MP3’와 ‘컬러링’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음악시장이 몰고 온 변화 중 하나다. 이들 기계를 통해 음악을 다운로드 받으면 섬세한 음원이 모두 깨져 고품질의 음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로니에걸즈의 멤버 ‘파라’는 이런 대세를 거스르는 음반을 냈다. 타이틀 곡 <변신>은 국내 최초로 클래식 락페라 장르를 시도한 곡.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록밴드를 접목시킨 이 곡은 준비 기간만 8년이 걸렸다.

‘파라’는 마로니에걸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영’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새로 내건 이름. 많은 댄스 그룹의 ‘따로 또 같이’ 전략처럼 파라 역시 솔로와 그룹 활동을 병행할 생각이다. 마로니에걸즈로 활동하기 전 그룹 <페이지> 멤버와 여러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한 그녀는 이미 가창력을 인정 받은 실력파 가수. 지난 해 창작 뮤지컬 <프린세스 낙랑>에 주인공으로 낙점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녀는 “상큼 발랄한 마로니에걸즈의 음악과 달리, 이번 앨범은 제 음악적 욕심을 듬뿍 담았다”고 운을 뗐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였어요. 클래식을 위주로 록 음악을 가미한 음악이에요. 대학 전공이 성악이었는데, 그 후에도 이 장르 음악을 만들기 위해 8년 간 클래식 음악을 꾸준히 공부했죠.”

클래식 락페라의 영감을 받은 것은 그룹 <퀸>의 노래들.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높은 성양을 내는 가수로 유명하다. 파라는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을 들어보면 성악적인 특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클래식과 록의 접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타이틀 곡 제목이 <변신>이잖아요. 마로니에걸즈에서 앙증맞고 예쁜 음악만 하다가 제 색깔을 찾아 ‘변신’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 들어 있는 <가면 속의 아리아> <이제서야> 두 곡은 마로니에걸즈 앨범에도 실렸던 곡인데 클래식 락페라를 시도했던 초반의 곡들이죠.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코러스 부분을 성악버전으로 넣는 등 장르에 맞게 다시 편곡했어요.”

타이틀 곡 <변신>은 48인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64명이 투입된 대규모 곡이다. 여린 여성이 사랑의 아픔을 겪으며 강해지려 변신한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애절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메탈 기타의 중후함이 섞여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낸다. 이어져 나오는 파라 의 노래는 성악을 가요에 접목시킨 창법을 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파라의 1집은 녹음 과정부터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앨범의 기타를 맡은 뮤지션 샘리는 국내 최고로 꼽히는 기타리스트. 발라드 등 조용한 음악을 위주로 녹음했던 그는 <변신>악보를 받고 ‘무아지경’에서 기타를 연주했다고. 파라의 인터뷰를 듣고 있던 기획사 ‘마로’대표가 거든다.

“제가 샘리와 15년간 작업을 해왔는데, 그런 반응은 처음이었습니다. ‘형 마음대로 치라’고 했는데 거의 무아지경에서 연주를 했죠. 그렇게 녹음을 마치고 첫 방송이 언제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유명 기타리스트가 일일이 함께 작업한 가수 방송을 기다리지는 않거든요. 이런 장르를 접한 적이 없으니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요.”

타이틀 곡의 음역대가 높아 파라는 녹음을 준비하면서 차 안에서 발성 연습을 했다. 같이 다니는 매니저는 물론 기획사 대표마저 발성 연습할 때는 귀를 막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고.

“시작하는 음이 높아요. 녹음을 하거나 무대에 바로 올라가서 노래를 하려면 미리 목을 풀어두어야 하는데 차 안에서 연습을 하죠. 매니저는 보통 귀를 막아요. 기획사 대표님도 말은 안 해도 아마 많이 괴로우셨을 거에요.”

음원 용량이 워낙 커 녹음 중간에 파일이 다운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파라는 “그때 눈 앞이 캄캄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전 노래를 끊어서 못해요. 감정을 살리려면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야 하는데, 이렇게 녹음하기 때문에 녹음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아요.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노래 녹음을 했는데 없어졌다니 허무했죠. 복구 될 때까지 놀라서 잠을 못 잤어요.”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타이틀은 48인조 오케스트라와 록 밴드, 피아노 연주와 남녀 코러스 협연으로 무대에 올라간다. 파라의 공연은 신인 가수 무대로는 이례적으로 방송 오프닝과 피날레로 선 보인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시도를 했다면 8년간 준비하지도 못 했을 거예요. 마로니에걸즈의 모티프가 된 그룹 <마로니에>가 상큼하지만, 가볍지 않은 노래로 오랫동안 사랑 받은 것처럼 저도 가요계에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가수로 인정을 받는 게 이번 작업의 목표였습니다. 다음 앨범 그 다음 앨범에서도 계속 이 장르의 음악을 시도 할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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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