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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케미칼 곽재선회장, 발상전환과 끝없는 도전정신이 핵심 동력
망한 기업 살리는 확실한 리더십… 법정관리 경기화학 인수해 흑자 전환시켜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안다' 초년시절부터 탁월한 돈벌이 감각
성공한 사람은 생각하는 패러다임 달라… 존경받는 회사가 목표



리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리콴유란 인물이 없었다면 지금의 싱가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정희란 인물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외국의 원조에 의존해 살 지도 모른다. 1960년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잘 살았던 필리핀이 최빈국으로 떨어진 것도 리더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경기화학은 한국 비료업계의 강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변화를 거부한 끝에 그저 그런 성과를 내다 급기야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이번 호에 소개할 곽재선(49) KG케미칼 회장은 2003년 경기화학을 인수해 흑자로 전환시키고, 몇 년 만에 매출을 서너 배로 올리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사연을 들어봤다. “사양산업은 없습니다. 사양기업이 있을 뿐입니다. 섬유산업도 그렇습니다. 인간이 벗고는 살지 못하지 않습니까? 비료도 마찬가집니다. 농사를 짓는 한 저희 같은 비료회사는 필요한 겁니다. 저는 경기화학의 잠재력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법정관리 중인 이 회사를 사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2002년에 우선입찰대상자 자격을 획득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황당했지만 두 번 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 저는 재도전했고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그에게 망한 회사를 다시 살린 과정을 물어보았다. “우선 KG케미칼로 상호를 바꾸고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적자가 나고 법정관리를 받다 보니 자신감도 적고 에너지 레벨도 낮았습니다. 도전의식도 없었습니다. 내년 사업목표를 내라고 하니 전년 대비 50억 원 정도 높게 목표를 잡더군요. 다 찢어버렸습니다. 그리고 2004년 목표를 2,004억 원으로 했습니다. 전년 대비 딱 두 배입니다. 다들 말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 1,96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유통망을 정비하고 중개업을 비롯한 몇 개 사업을 출범시켰습니다.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가더군요. 작년에는 3,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000억 원이 목표입니다. 저는 직원들과 대화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합니다. 가나안농군학교에 전원 입소시켜 교육하기도 했습니다. 책도 읽게 하고 독후감도 쓰게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변화가 느껴집니다.”

그를 보면 ‘초년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의 이유를 알 수 있다. 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의 뜻도 알 수 있다. 그는 대전에서 성장했다. 집안이 어려워 인문계 학교가 아닌 상업학교를 다녔다. 집안이 더 어려워지자 주간에서 야간으로 바꿨고, 주간에는 소사 같이 잔심부름을 하는 일도 했다. 힘들긴 했지만 이런 경험 덕분에 남들보다 사회가 무언지 일찍 알 수 있었다.

학창시절 그의 학업 성적은 우수했다. 특히 부기 같은 회계과목에 탁월했다. 선생님을 대신해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였다. 이런 회계 지식은 나중의 직장 생활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기업을 일군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 방면에 재능을 나타낸다. 델 컴퓨터를 만든 마이클 델은 우표수집 같은 취미활동을 돈벌이로 연결했고,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신문을 돌리면서도 차별화 전략으로 훨씬 나은 성과를 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겨울이면 시장에서 찹쌀떡을 떼다가 동네를 다니면서 팔곤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데다 아무리 열심히 팔아도 늘 재고가 남곤 했다. 그는 이를 갖고 재래시장에 갔다.

거기에는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채소를 파는 아줌마, 생선을 파는 아저씨 등등. 그는 남은 찹쌀떡을 채소나 생선 같은 반찬거리와 바꾸어 집으로 갖고 왔다. 재고를 버리는 대신 물물교환을 통해 필요한 물건으로 바꾼 것이다. 어린 나이치고는 무릎을 칠 만한 발상의 전환이다.

그는 사소한 정보를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도 가졌다. 1970년대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한국전력 직원을 통해 농어촌 전기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시골에 전략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획에 대한 것이었다.

“강원도 춘성군에 전기공급이 시작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별것 아닌 정보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전기가 있으면 뭐가 달라질까 생각했습니다. 우선 TV를 팔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리점에서 무작정 TV를 받아 트럭을 빌려 강원도로 떠났습니다. 전기공사를 하는 집 마당에 무조건 TV를 내려놓았습니다. 우선 물건을 주고 돈은 나중에 받자는 것이지요. 농사짓는 사람들은 돈을 떼먹지 않습니다. 현금 회수에 시간이 걸릴 뿐이지요. 몇 달간 일을 해서 300대가 넘는 TV를 팔았습니다. 1,5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었는데 당시 시세로 집을 열 채 이상 살 수 있는 거액이었습니다.”

성공한 사람은 확실히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다르다. 그는 건설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는데 매년 특진을 했다. 상사가 원하는 것을 미리 파악해 그 일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직장인은 오더가 떨어진 후에 일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오더가 있기 전에 일을 했습니다. 제가 오히려 궁금했거든요. 건설회사에서 공무 일을 했습니다. 엔지니어와 관리의 중간쯤 되는 일입니다. 보통 엔지니어는 엔지니어 일만 합니다. 돈이 남는 지, 모자라는 지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관리 쪽은 관리 일만 합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양쪽을 다 보면서 예산을 컨트롤했습니다. 직책은 낮았지만 온 동네 일을 다 참견했지요. 덕분에 상사로부터 일찍 인정받았던 것 같습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기회 속에 위기가 있다. 1985년 그는 세일기공이란 플랜트 전문건설업체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동업했다. 발전설비와 석유화학 플랜트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첫 프로젝트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별 경험이 없었지만 그는 열병합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준 회사도, 수주를 받은 곽 회장도 처음 하는 일이었다. 경험이 없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일이 터졌다. 그 때문에 재공사를 벌이면서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었다. 일을 끝내고 정산을 해보니 무려 3억5,000만 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금 돈으로 수십 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일이 어려워지자 동업자는 두 손을 들고 빠졌다. 큰 위기였다. 하지만 여기서 중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건 일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본금을 다 까먹고 은행 빚에 사채까지 얻었다.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끝나고 나자 열병합 발전소 붐이 불었다. 다행히(?)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곽 회장뿐이었다. 많은 주문이 회사에 쏟아지면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전화위복이란 말은 딱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당시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업종을 플랜트 건설업에서 제조업으로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그의 답이다. “돈은 좀 벌었지만 두 가지가 아쉬웠습니다. 수주산업은 한계가 있습니다. 발주가 없으면 ‘꼼짝 마라’입니다. 천수답 농사와 비슷한 것이지요. 또 내게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는 꼭 필요한 회사, 존경 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환경에도 관심이 높다. 환경재단이 하는 캄보디아 우물파기에도 많은 돈을 기부했다. KG케미칼의 KG를 ‘Korea Green’의 약자라고 부를 정도이다.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어려움에 있던 회사를 살리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KG케미칼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기대해본다.

■ 한근태 약력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환경재단 운영위원

환경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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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4/30 11:11




한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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