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Walking to the sky' 한국 설치… 표갤러리와 대규모 개인전도

“작품의 형상들은 전세계 모든 인류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인체 하나하나는 다른 의미로 바뀔 수도 있고 달라지기도 하죠. 고정된 의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는 모든 인류의 상징이 서로서로 연결돼 미지의 세계와 미래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에는 복잡한 거리를 한 눈에 아우르고 있는 대형 조각이 서있다. 바로 <망치질 하는 사람(Hammering man)>이다. 이 초대형 작품을 설치한 조각가 조나단 브롭스키(Jonathan Borofsky)가 이번에는 한국의 하늘을 타깃으로 잡았다.

한국에서 그의 두 번째 행보로 작품 <미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Walking to the sky)>을 선보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8 베이징 올림픽 기념 조각공원에 조나단 브롭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는 표 갤러리와 함께 대규모 국내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를 기념하고자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조나단 브롭스키는 가장 먼저 서울 강서구의 귀뚜라미 본사 앞에 설치한 <미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Walking to the sky)>에 대해 유동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작품의 오늘 의미와 또 내일의 의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보는 사람들의 주관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작품은 1992년 독일에 설치를 했습니다. 당시의 작품 제목은 <하늘로 걸어가는 남자>였고 그 남자가 바로 제 자신이었죠. 얼마 후 프랑스에서도 작품 설치를 요청해 왔고 두 번째 작품으로 <하늘로 걸어가는 여자>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두 작품의 배경에는 독일의 남자가 한쪽으로 걸어 올라가고 프랑스 파리에서도 여자가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한 군데서 두 남녀가 만나지 않을까 하는 로맨틱한 의도가 담겨있었어요. 이 때가 1992년이었으니 10년이 지나 비로소 한명의 남자와 여자가 아닌 모든 인류가 같이 걸어 올라가는 작품을 만드는 쪽으로 작업 방향이 바뀌게 된 거죠. 뉴욕 록펠러 센터에 있는 작품이 세 번째 대형 작품이기는 하지만 인류가 걸어가기 시작한 첫번째 작품인 셈입니다.”

조나단 브롭스키는 자신의 모교인 미국 피츠버그 카네기 멜론 대학에 전 인류가 걸어가는

두 번째 작품을 설치했고, 이어 최근 서울에 그 세 번째 전인류적 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계속해서 그는 하늘을 향하는 그의 작품들이 하늘의 무엇을 동경하는지 또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나단 브롭스키의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잭과 콩나물이라는 동화를 읽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친절한 거인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주인공 잭과 함께 저도 거인을 찾아 하늘로 올라갔었죠. 그 거인에게 제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물었던 것 같아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답은 확실하지가 않아요. 그리고 현재의 저를 사로잡고 있는 질문 역시 고갱의 작품 제목이기도 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또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입니다. 계속해서 존재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가고 있는 거죠. 이 것이 결국 저의 작품을 있게 한 모티브이자 보는 이들에게 작품으로 건네는 저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조각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물음을 가지고 또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조나단 브롭스키는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고백했다. 작품이 곧 자신의 내면세계와 철학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거리에서 제 작품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렇게 편안한 느낌은 아니에요. 제 스스로도 이전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요. 배우들이 예전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것을 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개인적인 에고(ego) 때문일수도 있고, 지금 다시 보면 아쉬움이나 또 다른 생각이 들기 때문일수도 있죠. 제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것은 물론 감사하지만 제가 다시 보는 것은 그리 편하지가 않습니다.”

조나단 브롭스키는 일단 완성된 작품이라고 해도 미련이나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품과의 재회를 ‘불편한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비롯해 내면의 모든 것들을 밖으로 표출하고 싶어요. 그것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거죠. 결국 이런 저의 감정이 외부로 빠져 나왔을 때는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이 더 나아가 인류가 어떤 공감을 얻고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늘을 동경하며 미지의 세계와 미래를 향하는 그의 한걸음 한걸음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