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새 곡 없어도 여전한 인기… 첫 한국공연 새로운 경험 설레요

팝 음악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이라도 ‘피아노 맨’과 ‘어니스티’ 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감미로운 멜로디를 따라 흐르는 조용하면서도 편안한 뮤지션의 목소리는 짚은 호소력을 갖는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 노래를 들으며 누군가는 지나간 사랑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흘러간 청춘을 그리워하며 또 누군가는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감성, 이것이 빌리조엘의 힘이다.

세계적인 팝스타 빌리조엘이 15일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빌리조엘 라이브 인 서울 2008’이란 긴 제목의 이 공연은 12일 홍콩 공연을 마치고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지난 15년 동안 새로운 곡을 발매하지 않았던 그는 지난 여름 뉴욕 공연 당시 48분 만에 5만장이 팔려나갔을 만큼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첫 내한 공연 역시 R,S,B석은 이미 일주일 전 매진을 기록했다. 무엇이 그를 수십 년 간 정상의 자리에 서게 했던 것일까? 내한 공연을 앞둔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 세계

- 요즘 근황은?

“얼마 전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지지 하는 공연을 브루스 스프링스턴과 함께 했다. 뉴욕에서 진행된 행사였는데 어찌 보면 그냥 정치적인 기금 모금 공연이긴 했지만, 많은 분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시리라 믿는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궁금하고 많이 기다려진다(인터뷰 답변을 받았던 날은 미국 대선 하루 전인 4일 오전이었다.) 내년에는 엘튼 존과 함께 ‘FACE TO FACE Tour’를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예전 엘튼 존과 함께 했던 공연이 아주 좋았다. 내년엔 또 다시 무대에 두 대의 피아노가 등장해서 함께 노래 부르는 두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 당신이 음악을 발표하고 한창 활동을 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팬이 나이 지긋한 팬들과 함께 공연장에서 환호 하는 걸 보면 어떤가?

“아무래도 내 노래의 가사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생에서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을 솔직하게 쓰는 편인데, 내 노래들이 발표된 시기가 베이비붐 세대들이 한창 때를 보낼 시기였으니, 더더욱 가사가 쉽게 다가가는 것 같다. 내가 지금은 비록 나이가 60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그 가사를 부를 때면, 나는 17살, 21살 또는 35살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마 나이 어린 팬들도 가끔 있지 않나 한다.

- 곡을 만들 때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

“작곡을 할 때는 내가 마치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나는 절대 가사를 먼저 쓰지 않는다. 곡을 먼저 쓰고, 그 다음 가사를 쓴다.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가사를 먼저 쓰고 곡을 붙이는 것과 다르다. 곡을 쓸 때 어떤 스타일이 있는 건 아니다.”

- 지난 15년 동안 새로운 곡을 발매하지도 않았지만 공연은 아직도 인기가 있고 '팝의 전설'로 남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질문은 내가 이제까지 가장 많이 받아본 질문 중 하나다. 사실 난 내가 그렇게 음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는지, 내 곡이 그렇게 좋은지 잘 모른다. 하지만, 난 정확한 키를 맞춰서 노래를 부를 줄 알고, 작곡을 할 수 있고, 공연을 즐기며 무대에 선다. 아마 이러한 것들이 나를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또 다른 건 내 나이또래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 또한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 지난 여름 셰이 스타디움의 마지막 공연 티켓이 10만 달러에 암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얘기 했다.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가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가 될 것 같은가?

“어렵다. 나는 아직까지 비평가들에게는 그냥 느끼한 발라드나 부르는 사람으로 불려질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아주 할 말이 많지만, 나처럼 이렇게 오랜 동안 이쪽 업계에서 계속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아이콘이 된다.”

■ 직접 연출하는 한국 공연

- 당신을 두고 '피아노 맨'이라고 부르는데 이 타이틀이 맘에 드는지. 자신에게 '피아노 맨'은 어떤 노래인가.

“피아노 맨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 스스로 싫어하거나, 남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으면 한 적은 없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사람들도 좋아하고, 수많은 피아노 맨들 중에서 나를 ‘피아노 맨’으로 지칭한다는 것은 내가 아이콘이란 얘기가 아니겠는가. 나의 곡 ‘피아노 맨’은 아마 이번 공연 맨 마지막쯤에 부를 것 같다. 투어를 할 때 마다 마지막 곡으로 부르는 데, 한국에서도 (관객과) 함께 부를 수 있었으면 한다.”

- 한동안 무대에 서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아시아 무대, 특히 한국의 무대에 오르는 느낌이 어떤가.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동안 아시아에서 공연을 한 적이 없다. 이번 투어에는 홍콩, 서울, 도쿄에서 팬들을 만나게 되어 설렌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느 투어 공연과 마찬가지로 나와 함께 했던 밴드와 한국을 찾는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 60세의 나이에도 무대에 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우선, 무대에 서는 것이 너무 좋다. 그렇게 멋진 일은 계속 하는 것이 맞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관객들이 함께 좋아하고 즐기면 환상적인 일이 아닌가. 따로 체력관리를 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의 취미는 빈티지 오토바이를 수집하는 것이었는데, 오토바이 수집과 함께 얼마 전부터 요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 이번 한국 공연 연출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티브 코헨에게 무대 연출 등과 관련해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나.(스티브 코헨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엘튼 존, 어셔 등 공연을 담당한 미국 최고의 연출가다)

“솔직히 내가 많이 주문할 것은 없다. 나의 공연은 우선 세계최고라고 말할 있는 제작팀이 만들어 내는 무대이다. 항상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 특히 스티븐 코헨은 최고다. 한국 팬에게는 낯선 이름이겠지만, 이번 무대를 통해 느껴 보셨으면 한다.”

- 공연을 앞두고 반드시 지키는 징크스가 있나.

“공연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래를 부르면서 음식을 소화시키고 싶진 않다. 두 번째는 음식이 소화 되면서, 약간 쳐지는 기분이 싫다. 그래서 공복 상태로 공연한다.”

- 공연을 기다리는 한국 팬들을 에게 한마디.

“이제 조금 후면, 나도 처음 한국에 가게 되서 팬들을 만나게 되는데, 내가 느끼는 설레임을 팬들도 가지고 공연장으로 왔으면 한다. 내 노래와 연관된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오면, 내가 라이브로 불러드리겠다. ‘피아노 맨’은 함께 불렀으면 한다. 크게! 불러주세요.”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