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미술제 주관…23곳 화랑 80여 작가 참여… 미술품 양도세는 이중과세 될수도

“각 화랑을 대표하는 한국근현대미술 작가부터 미술계 입문한지 얼마 안된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소개됩니다. 장르 역시 단순히 회화에서 그치지 않고 조각, 사진, 비디오, 설치 등에 이르기까지 미술계 전반을 폭 넓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청담동 일대 화랑들을 주최로 1991년부터 시작된 청담미술제가 올해로 18회를 맞는다. 특히 올해는 강남구청과 문화관광부의 후원 아래 <청담미술제 화랑 대표작가전>이라는 테마로 27일부터 내달 6일까지 23개의 화랑에서 선별한 작가 80여명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청담미술제를 주관하게 된 ‘박영덕 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청담미술제의 취지를 이야기하며 예술과 대중의 만남을 주제로 좁게는 강남구민의 미술문화 대중화이자 넓게는 다양한 미술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청담미술제의 개최 이유라고 설명했다.

“23곳의 화랑이 이번 미술제에 참가하는데 최다 참여율이에요. 청담동만해도 50개가 넘는 화랑이 있는데 미술시장이 기형적으로 활황을 띠었던 지난해 화랑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거죠. 제가 1985년부터 화랑을 경영하면서 20년이 넘게 화랑가에 몸담고 있지만 작년 같은 시장 버블은 처음 봤어요. 이런 상황에서 생겨난 화랑들이 지금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죠. 표면적으로는 화랑 수가 늘고 또 미술제에 참여하는 화랑들도 많아져서 미술시장의 해빙이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박영덕 대표는 청담동 화랑가의 비대화의 속내를 전하며 국내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불황과 더불어 현재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인 미술품 양도세 법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도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거래할 때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일정 부분의 부과세와 소득에 대한 세금을 컬렉터들과 화랑측에서 내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면서 양도세를 내야 한다면 이중과세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설령 양도세를 내야 한다고 해도 이를 위한 일정한 기준과 근거들이 우선 마련돼야 하는데 화랑에서 작품을 거래하고 그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해도 컬렉터 측에서 정보 공개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일단 시작부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합니다.”

박 대표는 또한 “실제로 양도세를 부과할 만큼의 고가 작품을 내놓고 팔 수 있는 화랑은 일부 대형 화랑 몇 군데에 불과할 뿐더러 고가 미술품 거래량 역시 전체 미술품 거래량의 1%도 채 안 된다”며 “지나치게 과열된 미술시장의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미술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미술시장이 양도세 부과로 인해 걸음마를 시작하기도 전에 주저앉게 생겼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박 대표는 이번 18회 청담미술제야말로 국내 미술 시장의 침체로 인해 좀처럼 회복될 줄 모르는 청담동 화랑가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어 줄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기존 미술제와는 달리 특별한 이벤트들을 많이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미술제 기간에 맞춰 ‘청담지역 예술의 거리’를 주제로 청담동 중심거리에 11개의 조형미술품을 설치합니다. 갤러리아 백화점 사거리에 임동락 작가의 를 시작으로 김승환 작가의 <유기체>, 이일호의 , 이철희의 <또 다른 얼굴> 도흥록의 등 국내외 11명의 작가들이 압구정로 곳곳에 조각작품을 전시해요. 거리 특별전은 내년 19회 청담미술제가 열릴 때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전시회와 함께 참가 갤러리들을 표기한 미술제 지도를 제공해 관람객들이 방문한 갤러리마다 도장을 받고 완성된 지도를 제출하면 추천을 통해 상품을 전달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박영덕 대표는 청담미술제만의 특징을 얘기하며 올 여름 두 번째로 개최된 인사미술제와 비교했다.

“청담동에 있는 갤러리는 솔직히 작품을 그냥 감상하러 오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화랑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적인 행사를 많이 하는 편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대게 작품에 대한 확고한 구매 의사가 있는 컬렉터들이 많이 오세요. 반면 인사동은 전시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볼거리들이 많아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컬렉터들이 찾죠. 청담동 화랑가를 찾는 고객들 열의 아홉은 대부분 작품을 구입하고 가세요.”

결국 두 지역 모두 화랑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지만 주요 컬렉터들에게서 비롯되는 차이가 화랑가의 특징이자 미술제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번 미술제에 소개되는 작품들의 가격도 참여 화랑의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고가에서 저가까지 천차만별이에요. 그만큼 다양한 관람객들의 취향을 고려했어요. 미술시장이 워낙 어렵다 보니 얼마 만큼의 참여가 이루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화랑들이 꼽은 대표 작가들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청담미술제가 예술과 문화의 자연스러운 접목을 통해 대중의 참여를 돕고 미술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술의 대중화와 다양한 미술문화의 형성을 기치로 내건 청담미술제가 박영덕 대표로 인해 한결 순항의 여정이 보인다. 국내 미술계의 현황에 대한 그의 애정어린 고언이 큰 울림으로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