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재정 바탕으로 인재 양성, 문화 CEO 역량 과시, 송년음악회 개최

서울 건국대학교 맞은편,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 (3만평 부지에 63빌딩의 3배 규모인 20만평 건물이 들어선 형태) 외벽에는 매일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빛의 장관이 연출된다.

달빛에 어른거리는 나뭇가지, 봄을 알리는 나비, 수면 위를 떠도는 나뭇잎이 한 폭의 움직이는 수채화가 되어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자연과 호흡하는 빛, 사람과 호흡하는 빛’을 콘셉트로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이들 이미지는 건국대 정강화 교수(예술문화대학 예술학부)가 설계한 것으로, 지난 10월 올해의 서울시 건축상에서 야간경관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12분씩 ‘빛의 쇼’를 볼 수 있는 스타시티는 이제 광진구의 명물인 동시에 소유주인 건국대학교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서울시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주목 받고 있는 대학 중 하나가 건국대학교다.

스타시티 개발사업이 성공하면서 2005년부터 연평균 200억원 이상 들어오는 재단전입금은 대학시설과 연구분야에 골고루 투자되고 있다. ‘건국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건 건국대학교에 일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 이 변화의 중심에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87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 신축개원이나 교수 500여명 초빙, 그리고 강의 동 10여 동 건립은 스타시티 개발사업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거에요. 학생들에게 더 좋은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는 거죠. 이제는 다른 대학들이 스타시티 개발사업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결실을 얻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답니다.”

김 이사장은 그간의 일들을 떠올리듯, 잠시 말을 멈췄다. 1980년대부터 구상되어왔던 스타시티 개발사업은 2001년 김 이사장을 주축으로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대학내 한편에서는 우려와 만류가 있었지만 결국 2003년 건축허가와 분양승인을 얻어 완공할 수 있었다. “구성원들의 화합으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교직원, 학생, 동문들의 신뢰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건국대 발전은 없었을 겁니다.”

구성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는 김 이사장은 그 화합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계기로 12월 22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건국학원 구성원을 위한 송년음악회를 연다.

건국대 음악교육과 교수들과 동문 음악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그리고 소프라노 김영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협연하는 ‘KU Symphony 2008’ 연주회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열리게 될 음악회는 건국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은 물론, 수시합격자 학부모, 그리고 건국대를 아끼는 이들이 함께 자리한다.

지휘자 함신익

특히 오케스트라의 지휘는 예일대학교 지휘과 교수이자 건국대학교 사범대 음악교육학과 동문인 함신익 교수가 맡는다. 지난 1995년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예일대 교수가 된 그는 ‘미국의 오케스트라를 이끌 차세대 지휘자 5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의 ‘서곡’과 ‘평화를 주소서’, 헨델의 메시아 중 ‘시온의 딸이여 크게 기뻐하라’,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등의 레퍼토리는 건국대 송년 음악회를 따스한 분위기로 채울 예정이다.

함신익 교수는 KBS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와 중국 광저우 교향악단과의 신년 음악회 등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화합을 위한 김 이사장의 의지와 동문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적극 동참하게 됐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화합’을 강조하던 김 이사장에게 이번 송년 음악회가 화합을 위한 첫 시도는 아니다.

이번 음악회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계속된다는데 의미가 있겠다. 그 동안 크고 작은 형태로 ‘화합’을 실천해온 그녀는 지난 6월 워커힐에서 열린 의상디자인학과 졸업 패션쇼에서 깜짝 패션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패션쇼 모델로 나선 건 저로서도 사실 모험이었어요. 제 나이에 젊은 모델과 같이 하면 혹시나 쇼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된다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패션쇼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학생들과 같은 호흡을 하고 있다는 데서 교육의 참 보람을 느꼈다고 할까요.”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규모를 키워 중국 둥화대와 공동 주최로 ‘국제 패션디자인 콘테스트’로 열렸던 졸업 패션쇼에는 미국을 포함한 9개국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 패션쇼를 통해,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은 미국 신시내티 대학과 유럽 등지에서 교류협력 제의를 받고 합동 패션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김 이사장은 디자이너로서의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는데, 건국대학병원의 간호사 유니폼 디자인이 그것이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직접 옷감을 고르고 재봉사를 불러 샘플을 만들어 완성한 유니폼은 차분하면서도 밝은 느낌이다.

“보통 병원하면 하얀 가운과 소독 냄새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래서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환자나 보호자들이 우리 간호사들을 언니, 동생 혹은 이모같이 친근하게 보여지고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의도였죠.” 대학병원 곳곳에 자리한 미술 작품이나 지하1층 피아노 광장에서 매일 정오에 열리는 작은 음악회와 같은 맥락인 셈이다.

2003년에 건국대는 ‘Dream Konkuk 2011’이라는 마스터 플랜을 짜고 한 발 한 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내 구성원들이 대학에 대한 자긍심과 화합을 높여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하는 김경희 이사장은 “앞으로도 스타시티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대학에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면 연구와 교육뿐 아니라 학생을 위한 복지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포부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