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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익 인제대 인문의학 연구소 소장
"의료 윤리 문제 현실적 담론 정립 목표"
"존엄사 문제, 인문학적 사유와 철학적 반성으로 풀어야"





김청환기자 chk@hk.co.kr
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hk.co.kr





"존엄사 문제는 97년 보라매 병원 사건, 2000년 의사파업, 황우석 사건 때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인문의학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강신익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 소장(사진)의 말이다. 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보호자의 요구로 중환자를 퇴원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건이다.

2000년 의사파업 때는 의약 분업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의 파업으로 전국의 병, 의원이 문을 닫아 환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황우석 사태는 2005년 12월 MBC 보도에서부터 의료연구의 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모두 관행적 의료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진 건이다.

이 사건들은 의료문제는 단순히 과학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 윤리적 문제와 엮여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 교수는 이제는 종합적 논의를 시작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2007년 8월 인제대의 후원으로 인문의학연구소를 만들고 의사, 한의사, 사학자, 철학자들을 참여시켜 <인문의학>을 발간했으며, 지난 9월 <삶 속의 고통, 고통 속의 삶>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강을 직전에 둔 12월 20일 오후 4시께 서울 신촌동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강신익 교수를 만났다. 강 교수는 본인이 강조하는 '인문'이나 '생태'에 가까운 인상이다.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길렀고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다. 강 교수는 자주 웃는 편이며 격의 없이 자연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의사와의 대담이라기보다는 인문학자, 작가와의 대화에 가까운 느낌이다.

■ "인간을 배제한 의료의 문제"

강 교수는 "20세기 의학은 지나치게 과학위주로 흘러 윤리 문제에 대한 현실적 담론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며 "존엄사 등 의료윤리 문제에 대한 현실적 담론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성'을 강조했다. 황우석 사건의 경우 그 자체의 윤리적 문제도 있었지만 과학적 문제도 있었다. 그럼에도 성과주의, 업적주의에 매료돼 그에 대한 논의나 문제제기를 제대로 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강 교수의 문제제기가 의미 있는 이유다.

환자 개인에 대한 의학적 치료에 있어서도 이런 문제제기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흔한 '3분 진료'에서 환자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의사의 문제는 의료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고 진정한 의학적 치료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질병의 치료나 예방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라이프 스토리를 중심으로 환자의 고통을 뒤돌아보는 의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강 교수의 말이다. 암 환자를 목전에 두고도 고통은 외면한채 퉁명스러운 얼굴로 대답하며 간호사에게 수술날짜를 지시하는 의사의 모습은 분명 우리의 현실 가운데 하나다.

강 교수는 "나는 원래 치과의사 출신"이라며 "의학이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원래의 고민을 잊어버린 데 대한 회의가 있었다"며 인문의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런 고민에 빠져있던 강 교수는 개업의를 접고 미국으로 떠나 '인문의학'을 전공한 후 돌아와 2002년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를 번역하며 인문의학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황우석 사태 때도 의료윤리 문제를 제기해 '안티'에 시달리기도 했다. 존엄사 문제를 비롯한 그의 의료윤리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됐고 결국 인문의학연구소를 차리기에 이른다.



■ "아직 의학보다는 인문학에 방점"

"음악치료와 같은 임상적 방법을 찾으시겠다는거죠?".

인문의학의 현실 적용방식을 재차 묻자 강 교수는 "메타 수준의 논의"를 다시 강조했다. 성과주의에서 불거진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과 인문학이 결부된 논의의 시작이 중요한 것이지, 임상적 방법을 찾는데 급급한다면 성과 지상주의의 의료가 행한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생태적 치료'를 예로 들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질병을 인간과 분리된 것으로 여겼지만, 인간도 생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생태계의 건강과 인간의 건강이 함께 가는 방법을 철학적 수준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당연한 듯 희생되는 실험동물 문제 역시 그의 연구과제 가운데 하나다.

강 교수는 "건강하게 사는 것을 뭘 먹고 바라는가를 고민하는데서 뛰어넘어, 인문학적 소양으로 어떻게 건강한 삶에 접근할 것인가를 목표로 한다"며 "육체적인 것 뿐 아니라 심리, 사회, 인문학적 토대를 쌓아 인간적 삶을 추구하는 게 인문의학"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어떤 상황에 적용하겠다는 임상적 대안을 찾는데 역점을 두기보다는 의료행위에 관한 근본적 반성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단,'의학'보다는 '인문학'에 방점을 찍는 이유다.

■ "결국에는 행복에 관한 고민"

"행복". 인문의학의 연구과제와 지향점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묻자 강 교수가 한 답이다. 강 교수의 연구과제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발행한 인문의학 1권의 주제는 '건강'이었으며 '고통'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다음에는 '생명'이나 '진화'를 주제로 인문의학을 연구할 계획이며 결국 '행복'해지는 방법을 고민하는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여건이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의료를 통한 행복의 달성을 '웰빙'으로 여기는 상업적 시선이 일반에 팽배하다. 의사들은 권위주의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자들 역시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는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드물다.

"의학은 과학이자 인문학"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황우석 사태 때 전문적인 의학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비판적 사유와 문제제기 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 가장 안타까웠다"며 "존엄사 논쟁을 비롯한 지금의 여러 의료문제 역시 첨단과학의 발전속도에 걸맞는 인문학적 사유와 철학적 반성을 통해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문의학연구소는…

인제대 인문의학연구소는 건강과 의학을 과학이 아닌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으로 지난 2007년 8월 문을 열었다. 연구소는 ‘건강한 삶’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과학과 인문학, 인문학의 각 분과학문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유를 시도한다. 의학과 인문학을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만나게 하는 게 목표다.

강신익 교수가 초대소장을 맡고 있다. 최종덕 상지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수, 김시천 호서대 인문.예술학부 연구교수가 공동연구원을 맡았다. 김문정 박사, 김택중 석사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지난 2008년 9월에는 한국의철학회와 공동으로 ‘고통’을 주제로 집중세미나를 개최했다. 황임경 한림대 의학 교수, 김성한 경원대 윤리학 교수, 진교훈 서울대 철학 교수, 김태우 뉴욕주립대 인류학 교수, 공병혜 조선대 간호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2008년 2월에는 한국의철학회와 공동으로 ‘건강’을 주제로 집중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는 김시천 호서대 동양철학 교수, 심재관 금강대 인도철학 교수, 김혜경 인제대 서양철학 교수, 이수영 수유+너머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연구소는 <인문의학, 인문의 창으로 본 건강>이라는 책을 지난 2008년 8월 처음으로 발간했다. 이 책은 인류의 다양한 삶을 돌아보고 인간이 살고 있는 삶의 방식과 건강은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와 자세가 필요한지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 강신익 교수는

1957년생. 인제대 의과대학 인문의학연구소 소장. 서울대 치대 졸업. 전 일산 백병원 치과과장. 영국 웨일즈 대 의철학(醫哲學) 석사. 2004년부터 임상에서 손을 떼고 의철학, 의료인문학, 의료윤리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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