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 이어 '미안하다 독도야' 영화 제작, 세계 영화제 출품 계획도

여기 35세의 한 젊은이가 있다. 그는 인터넷에서 모금을 해 지난해 뉴욕 타임스에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리는 광고를 냈다.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한국어 서비스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박중훈 쇼’에 등장해 해맑은 표정으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TV 출연 후 여기저기서 쇄도하는 전화 때문에 그의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다. 결혼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새신랑이지만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을 여유조차 없이 바쁜, 남자의 이름은 서경덕이다.

■ 한국 홍보 위한 무한 도전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 (중략) … 독도는 우리 땅.’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다. 이 노래가 탄생한 지도 벌써 27년이 되었다. 독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끊임없이 반복된 탓에 27년을 채 못 산 사람들도 이 노래를 다 알 정도.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독도 문제가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말끔히 정리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서경덕 씨가 영화 기획에 뛰어든 이유도 여기서 시작됐다. 최근 <미안하다 독도야>를 기획하며 영화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그의 본업은 ‘한국 홍보 전문가’. 하지만 지난해의 뉴욕타임스 광고를 필두로 최근의 <미안하다 독도야> 개봉까지 이어진 일련의 활동들은 ‘독도 전문가’라는 오해를 낳게 했다.

“저는 ‘독도 전문가’가 아니라 ‘한국 홍보 전문가’입니다. 한국에 대한 것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잘못된 진실들을 바로잡자는 생각에서 이런 일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거죠.”

20대부터 이어진 한국 홍보의 활동들 역시 ‘독도 사랑’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 많지 않은 나이에도 뉴욕타임스 광고국장을 만나서 광고 게재 이유를 설명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디렉터를 만나서 제안도 직접 해냈다는 그의 배포는 기어이 ‘다큐멘터리’로 ‘독도’를 다루겠다는 무모한 도전에까지 이르렀다.

“장르의 특성과 소재의 한계 때문에 다들 실패할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꼭 실패할 거란 보장도 없고, 또 이런 소재로 한 번 영화화하면 비슷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려는 다른 분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그는 다큐멘터리 시장이 열악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작업을 진행했다. 영화의 목적이 상업적인 데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큰 욕심도 없었다. 오히려 거대담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처럼 민족주의를 자극하며 감정적으로 영화를 몰고 갔다면 흥행은 더 잘 됐겠지만, 그건 우리가 뜻하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독도’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민족주의와 애국심 마케팅 대신 그가 택한 방법은 담백하다. ‘독도가 한국땅이기 때문에 우리가 편안하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는 걸 증거로 보여주자는 것. 그래서 영화는 거창한 이데올로기 대신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들의 독도 사랑의 실천을 이야기한다.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서경덕씨는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에 이를 이와 관련한 광고를 지속적으로 게재해왔다.

■ '정말 미안해서' 만든 영화 '미안하다 독도'

하지만 ‘맞는 길’을 택한 대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도 사실. 인터넷 여론에 비해 조용한 반응은 제목 그대로 ‘독도에게 미안한’ 상황처럼 된 감도 없지 않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한 게 ‘독도가 사람이라면 무슨 말을 했을까’였습니다. 독도에게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죠.”

‘당당하게 정면돌파’를 실천해왔던 서경덕 씨의 신념은 영화의 개봉시기 결정에까지 미쳤다. 독도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어 있던 가을 대신 일부러 시기를 늦춰 12월 31일로 정한 것이다. 독도에 대한 관심은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그의 강한 믿음 때문이다.

“누가 들뜬 분위기의 연말에 ‘독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겠어요. 지금 <볼트>에 <쌍화점>에, 재미있고 볼 만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이 나옵니까. 물론 독도에 대한 반응이 들끓었을 때 개봉했으면 흥행은 더 잘 됐겠죠. 하지만 그거야 말로 애국심을 이용한 마케팅이죠. 오히려 독도에 대한 여론이 사그러들고 있을 때 개봉해서 그 영화를 보는 것이 독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그의 이런 고집은 독도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듯하다.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는 한 마디로 ‘영토주권의 상징’이기 때문이에요. 영토주권이란 한 국가의 근본이구요. 작년에 검역주권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영토주권은 그보다 더 중요한 거잖아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의 중요함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 씨는 영화를 찍으면서 만난 많은 학생들이 안창호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구분 못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글로벌을 외치는 시대지만 우리의 근본이 되는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영토주권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는 나라에서 아무리 글로벌을 외쳐봐야 소용이 없다는 그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그럼 한국 홍보 전문가로서 그가 말하는 우리 땅 독도 알리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뭘까. “영화와 같은 문화콘텐츠를 활용해서 세계인에게 홍보를 해서 그런 여론을 환기시켜 독도가 자연스럽게 한국의 영토임을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정정당당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홍보를 해서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그래서 그는 올해 이 영화를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물론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꾼다는 의도에서다. 또 영화를 DVD로 제작해서 한인학교에도 보낼 예정이다. 영화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한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는 또 좋은 영상들을 모아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닌다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영상광고를 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미안하다 독도야>의 사람들이 보여준 것처럼 한국 사랑의 실천들을 직업으로 삼아 세계를 누비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씨. ‘지금 당장’의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더 멀리 있는 목표를 위해 큼직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그의 행보는 올해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