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방·까만방·하얀방 등 매년 한작품씩 발표 계획

유진규(57) 마임이스트가 강원 춘천시 명동거리에서 펼치는 새로운 형태의 마임공연에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정해진 시간에 많은 관객을 앞에 두고 무대에서 펼쳐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빨간 방’이라고 이름 붙인 공간에 빨간 빛 조명아래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에서 은박 테이프와 거울 등이 가득 채워진 공간을 헤치고 다니며 공간에 들어온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또 그는 미로와 같은 공간에 홀로 놓여 있을 때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소리(음악)와 빛(조명), 소품(설치) 등을 추가하면서 관객 자신이 이 상황을 더욱 실감하도록 꾸몄다. 이로써 관객은 빨간 빛이 주는 시각적 효과와 소리가 주는 청각적 효과가 극대화된 공간을 혼자 지나면서 수없이 나누어지고 다시 합쳐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유 마임이스트는 “빨간 색이 눈에 익숙해지면 마치 빨간 색이 아닌 것으로 서서히 변화되는 것처럼, 우리가 보고 있는 이 허공도 사실 색깔이 있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못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전시장 문을 나오면서 우리 일상의 색깔로 돌아오면서 방에서 봤던 기억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펼치는 이번 작품은 관객들이 마임을 피에로와 광대 등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것에 대해 유 마임이스트가 자신의 세계를 밝히고자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공연은 20년 넘게 마임공연을 해온 그가 ‘더 이상 마임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자신의 작업세계를 바꾸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공연자, 관객, 공간 등 공연의 3요소의 형태를 꼭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이번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작업을 ‘까만 방’, ‘하얀 방’, ‘노란 방’, ‘파란 방’으로 매년 한 작품씩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1976년 창작 무언극 <육체 표현>으로 공연을 시작했던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1981년 서울을 떠나 춘천에 정착해 마임의 향연을 펼쳐왔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