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살루트 '마크 오브 리스펙트'수상… 상금 전액 사회봉사단체에 기부

지휘자 정명훈이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프랭 크 라뻬르 대표이사(오른쪽)와 피터 프렌티 스 시바스 브라더스 아시아태평양 부사장과 함께 로얄 살루트 위스키를 스코틀랜드 방식 대로 마신 후'건배'를 외치고 있다.


'슬란즈바…'

지휘자 정명훈이 스코틀랜드 전통 방식대로 위스키를 따라 마셨다. 의자에 한 발을 올려 놓은 채 두 손으로 잔을 들고 쭉 들이키고는 머리 위로 '빈 잔'을 거꾸로 붓는 포즈 까지…. 최근 열린 '마크 오브 리스펙트(Mark of respect)' 시상식장에서의 모습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제 4회 로얄 살루트 '마크 오브 리스펙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로얄 살루트가 매년 한 해를 빛 낸 문화예술인 한 명을 선정해서 시상하는 '마크 오브 리스펙트'는 국내 문화예술 부문에서 존경과 찬사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50여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탄생, 경의와 찬사의 표시로 헌정된 로얄 살루트는 때문에 존경하는 이에 대한 고귀한 헌정품의 상징으로 인정받아 오고 있다. 최소 21년 이상된 최상의 원액만을 엄선해 세심하게 블렌딩하는 품질 관리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거대한 대포의 포신을 닮은 도자기 병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정신을 이어 받아 2005년 제정된 마크 오브 리스펙트는 한국 문화 예술계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룬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바치는 대표적인 문화 예술상으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1회에는 박찬욱 영화감독, 2회 이어령 교수, 3회는 황석영 작가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제가 한 평생 음악 연주만 했고 무대에서 지낸 시간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지금도 가장 힘든 부분은 무대에 걸어 나올 때 입니다. 아직도 그 시간을 가장 어려워 하는 성격이거든요. 하지만 일단 음악을 시작하고 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집니다. 그런 데 오늘 상 받으러 무대에 나오게 되니 평소 보다 2배는 더 힘든 것 같네요."

지휘자로서 평소 보여주던 카리스마 강하고 진지한 표정의 기억과는 다르게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겸연쩍은 듯한 표정을 내내 잃지 못했다. 하지만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연신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는 "굉장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인사말을 잊지 않았다.

"제가 음악 외에 먹고 마시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 상이 잘 맞는 것 같네요." 위스키 회사에서 주는 상에 걸맞은 표현대로 그가 들이킨 위스키 또한 로얄 살루트이다. 수상 기념으로 그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프랭크 라뻬르 대표이사와 피터 프렌티스 시바스 브라더스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의 안내(?)를 받아 스코틀랜드 방식 그대로 '건배'를 따라 외쳤다.

원래 스코틀랜드 전통 방식은 의자에 한 발을 딛고 올라서 다른 발로는 의자 등받이 맨 위에 걸치고 위스키를 들이키는 것. 하지만 프렌티스 부사장이 그건 위험하다(?)며 약식으로 한 발만 의자 위에 올렸다.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건배를 뜻하는 '슬란즈바'는 중세 기사들이 잔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마신 후 잔을 머리 위 뒤로 털어 내며 단합을 외치는 구호이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제가 이런 상을 받을 때가 됐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을 더 잘 하라는 뜻으로 기꺼이 받겠습니다."

올 해 수상 상금은 5,000만원. 지난 해 황석영 작가는 2,000만원을 받은 뒤 시상식장에서 '상금액수가 너무 적다'고 푸념 아닌 푸념으로 농담을 건넸는데 공교롭게도 두 배 넘게 뛰어 올랐다. 해 마다 수상자들의 상금 전액은 사회 공헌 활동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불우 이웃들에게 전달되는데 정명훈 또한 마찬가지로 상금 전액을 사회봉사단체에 자선 기부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