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슈타이너 교육예술연구소 소장자폐·간질 등 마음의 병 앓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 위한 프로그램 운영

"우리 몸에 있는 다양한 균형감각을 정교하게 해주는 예술에는 생명감각을 되살리는 치유의 기능이 분명히 있다"

자폐와 간질을 비롯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예술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선(47) 슈타이너 교육예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김 소장은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대학교수 출신으로 지난 2007년부터 인천 금곡동에서 예술치유를 연구하고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슈타이너 교육예술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그의 동업자이자 아내인 김선영(47.여) 씨는 독일 비텐 발도르프 사범대학, 스위스 괴테아눔에서 슈타이너 예술 치유 과정을 공부했다. 예술을 활용한 치유의 교육 슈타이너 교수법을 전파하고 있는 김 소장을 대안교육 공간이며 출판사인 서울 서교동 <민들레>에서 17일 만났다.

김 소장은 예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해 "인간의 신체에만 집중하는 현대의학의 물리적 관점과 달리 인간은 몸과 마음, 영혼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인지의학의 관점도 있다"며 "인간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영적 안정을 주는 예술은 치유의 중요한 방법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요약했다.

▦"균형감각, 자의식 일깨우는 예술"

"균형감각과 자의식 일깨우기." 김 소장이 말하는 예술치유의 효과다. 미술치료의 한 수업에서는 완벽한 구도의 노란색 동그라미와 파란색 바탕의 그림을 보여주고 이를 따라 그리게 한다. 자폐나 정서불안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처음에는 이를 잘 따라하지 못한다. 균형감각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동작치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몸의 중심에서 왼쪽과 오른쪽을 넘나드는 팔자 걸음 같은 것을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며 따라하게 한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사방을 왔다갔다하게 하며 활동을 시킨다. 이때도 유아기(2~3살) 때 발달하는 수평중심선(middle-line barrier) 감각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이를 잘 따라하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자기 의지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균형감각을 회복해 나간다.

현재 연구소에서 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음악치료 역시 비슷한 원리다. 악기를 다루며 몸의 감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음악치료의 과정이다. 완벽한 선율을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균형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예술이 되지만 자기치유의 효과가 있다.

김 소장은 "예술치료 과정에서 아이들은 점점 균형감 있는 구도와 색, 동작, 음악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며 "자신이 창조하는 공간, 음역에서 일종의 조물주로서의 경험을 하는 것은 아이들의 자의식을 일깨운다"고 설명했다.

▦"탈학교 자녀 키우며 슈타이너 교육, 치유에 관심"

김 소장이 예술 치료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자기고백적이다. 아내와 미국 유학기간에 낳은 아들은 한국의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의 부당한 요구까지 겹치자 그는 아들의 의사를 따라 자퇴를 허락했다. 김 소장은 1993년부터 홈스쿨링을 하며 슈타이너 교수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유럽으로 가 대안교육, 예술치료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슈타이너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슈타이너 교육이란 1919년 독일 슈트트가르트의 아슈토리아 발도르프 담배공장에서 시작됐다. 담배공장 사장이었던 에밀 몰트가 사상가였던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에게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슈타이너는 예술을 통한 인지학에 기반한 교육 체계를 만들어낸다. 슈타이너는 예술과 유기농법을 비롯한 각종 전인교육을 활용한 독특한 교육체계를 만들어낸다. 슈타이너는 의학, 교육, 농업 등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발휘해 근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린다.

김 소장은 2007년에는 파라다이스 그룹이 후원하는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장애아동 연구소 소장으로 일했으며 일산의 대안학교인 자유반디학교를 1년 넘게 운영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처음에는 예술, 농장 등을 활용한 다양한 전인교육으로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면서도 "장애인 아이들의 숫자가 늘자 일반인 자녀를 입학시켰던 부모들의 반대로 학생수가 너무 줄어 문을 닫아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상처 감싸는 슈타이너 교육 보급에 힘쓸 것"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자 김 소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간질이 있었으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위축돼있던 중학교 2학년 학생의 호전 때문이다. 이 학생은 슈타이너교육예술연구소에서 1년여간 동작치료 등을 한 결과 병원에서 약을 반정도 줄여줄 정도로 몸과 정신이 좋아졌다.

슈타이너 교수법의 하나이자 예술 활동인 오이리트미(Eurythmie; 상쾌한 리듬, 율동적 조화, 음악의 울림을 지체(肢體)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아하~'라는 말을 하면서는 그 말에 걸맞게 팔을 벌리고 가슴을 여는 동작이 어울린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아이들에게는 '아하~'하며 팔을 벌리는 동작이, 너무 산만한 아이들에게는 '오호~'하며 팔을 오므리는 동작이 필요한 셈이다.

오이리트미는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의사들에 의해 병원에서 일반치료와 병행해 실시하며 보험으로 비용이 처리될 정도로 일반화 돼있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는 슈타이너 예술교육 및 치료를 하는 학교와 병원이 여럿이다.

김 소장은 "앞으로도 예술을 활용한 치유의 방법이자 전인교육법인 슈타이너 교육의 장점을 알리고 보편화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예술교육은 예술로서 그 자체의 가치도 있지만, 인지의학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오감 외에도 생명감각을 되살려 예술의 치유적 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 프로필
전 미국 뉴저지 주립대 특수교육학과 교수, 전 한국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장애아동연구소 소장, 전 나사렛대(천안) 재활공학과 교수, 전 자유반디학교 교사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