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가] (30) 이근상 케이에스 앤 파트너스 대표독특한 아이디어, 신선한 모델 캐스팅으로 광고계서 주목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톡톡 튀는 창의력의 원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이 회사는 좀 별나다. 회사 로비는 마치 누군가의 집 거실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다. ‘홈바’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직원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 회사는 전 직원이 직함을 부르는 법이 없다.

호칭은 이니셜로 대체된다. 보통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수직적 상하관계는 예전부터 없어진 상태다. 대표라고 예외는 없다. 또한 자율 출퇴근제를 적용하고 매달 직원들의 자기계발도 아낌없이 지원해 준단다.

신입 직원이라도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물론 좋은 아이디어는 적극 반영된다. 대표와 함께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Idea Wednesday’라 불리는 날이 따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다. 꿈의 직장이 따로 없는 듯하다.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독립광고대행사 케이에스 앤 파트너스(ks+partners, 이하 케이에스)가 바로 그곳이다.

“광고회사야말로 자유롭고 젊은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곳이죠. 이런 곳에서 ‘국장’이라는 권위적인 직함을 쓴다면 분위기가 얼마나 딱딱해지겠어요. 젊은 사람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오는데 말이죠.”

이근상 대표(45)가 전 직원 호칭의 이니셜화,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이유다. 중견 광고대행사 ‘웰콤’ 부사장 출신인 그는 2004년도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케이에스 앤 파트너스’(ks+partners)를 창립했다. 그는 맨 먼저 직급체계부터 없애버렸다.

그의 명함엔 ‘Chief Idea Director’라 적혀 있는데 회사는 크게 디렉터와 플래너(Planner)란 두 개의 직급으로 나뉜다. 한 명의 디렉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플래너가 한 개의 팀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광고계라는 전쟁터에서 독립광고대행사 케이에스만의 살아남기 전략은 바로 ‘아이디어’. 회사의 모토 또한 이를 증명하듯 ‘열심히, 겸손하게, 즐겁게 일하며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게 하자’다.

작년 12월 22일부터 열흘 동안 매일 다른 영상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던 10편의 티저 광고 ‘New가 없으면 2009년은 오지 않는다’를 기억하는가. 크리스마스에 셀카 놀이를 한다든지 혼자서 물고기 밥을 주고 소파에 멍청하게 앉아 TV를 보는 젊은이들의 지루한 일상을 보여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대체 ‘NEW’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했던 광고는 바로 생명보험사 ‘뉴욕라이프’의 브랜드 광고였다.

2009년 1월 1일부터 영화감독 용이, 싱어송라이터 메이비, 포토그래퍼 조세현 씨가 등장해 본광고로 정체를 드러낸 뉴욕라이프 광고는 164년의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지닌 뉴욕생명이 고객들의 인생에 다양한 ‘NEW’를 찾아주겠다는 기업 브랜드 광고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인지도는 있지만 CF에 출연하지 않았던 뉴페이스를 모델로 발탁한 것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마치 세계 최고 생명 보험사지만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뉴욕라이프를 대변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단지 광고에만 그치지 않는 힘도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하라’며 ‘나만의 NEW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캠페인 효과까지 발휘했기 때문이다. 광고주와 소비자 둘 다를 만족시킨 케이에스의 고도 전략인 셈이었다.

톱 탤런트 김혜수가 영화 속 자신의 대사를 패러디한 ‘나? 요리하는 여자야’의 ‘CJ제일제당의 해찬들’ 광고 또한 케이에스의 작품이다.

식품광고에서는 역시나 ‘뉴페이스’인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김혜수가 직접 고추장 바비큐, 고추장 파스타를 요리하며 ‘요리도 능력’이라고 말할 때 해찬들 브랜드를 향한 신세대 주부들의 마음은 이미 흔들렸다.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소비자들에겐 캠페인 효과까지 발휘하는 센스는 케이에스만이 지닌 광고 노하우인 셈이다.

(아래) 케이에스 앤 파트너스 사무실

“독립광고대행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전쟁 때 영웅이 탄생하듯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에서 당당하게 겨뤄 실력으로 수주를 따내는 광고대행사는 영웅으로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독립광고대행사들이 도태되는 일 없이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가 있는 거죠.”

20년 동안 광고로 먹고 산 ‘광고쟁이’ 이근상 대표의 냉정한 광고 철학이다. 그가 이끄는 케이에스는 이미 전략적인 캠페인을 통해 광고주의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함께 성장, 발전시켜온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현대산업개발 I’PARK의 ‘만족하지 말라’나 한국증권의 ‘한국 사람의 힘, 한국증권이 보여드립니다’라는 광고는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광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디어의 최고 소스는 무얼까. 그건 바로 ‘사람’이다.

“10~20대가 타깃층인 음료 브랜드 광고를 만들 때 상황분석을 위해 직접 사람들을 만나 포커스 인터뷰를 했죠.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듣는 이야기 속에서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를 통찰력으로 찾아내는 거죠. 흙으로 덮여있는 원석은 의외로 쉽게 발견되곤 합니다.”

이근상 대표는 케이에스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도 이런 방식을 적용하는 편이다. 그는 독특하게도 지원자의 이력서를 ‘될 수 있으면’ 참고하지 않는다. 특히 광고동아리 활동이나 공모전 입상 등 타 회사에서 가산점을 적용하는 부분은 더더욱 경계하는 편이다. 여자에게 ‘작업’ 걸 때 여자에 대한 이해 없이 잔재주만으로 제대로 꼬실 수 없듯이 테크닉만으로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개팅에서 10분만 이야기해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있죠. 인위적인 방식보다는 세 번 정도 충분히 이야기를 해보고 ‘이 친구다’ 싶으면 채용하죠. 제 맘에만 든다고 뽑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친구를 데리고 일할 팀장인 ‘아이디어 디렉터(Idea director)’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답니다.(웃음)”

케이에스의 직원 채용방식은 대표와 3명의 아이디어 디렉터가 동등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근상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광고 PR을 전공했다. 이력만으론 모범생으로 살아왔고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듯 보이지만 그는 ‘전형’이라는 틀을 깨기 위해 무던하게 투쟁하며 살아온 것 같다.

그는 중2 때부터 친구들을 모아 시작한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을 해왔다. 중도에 포기한 이유는 “‘딴따라’까지 할 끼는 아니었나 보다”며 “그 끼는 지금 광고를 통해 발휘하고 있지 않냐”며 소탈하게 웃는다.

소위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헤어 스타일은 2000년 7월 7일 장충동 웰콤 시티 본사 사옥 오픈 기념일부터 시작되었다. 부사장이었던 그는 외국 손님들과 직원들에게 ‘NEW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빡빡이’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만의 유쾌한 ‘쇼’였던 셈이다.

수염은 94년부터 길렀고 한번도 왼쪽 팔목에 시계를 차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이다. 수면 밑에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역발상’을 끄집어내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는 남자, 주말이면 형제와도 같은 7명의 지인들과 바이크를 타고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지며 속도를 즐기는 남자, 아직도 아이스하키 선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전국동계체전에 나갈 계획을 세운다는 다분히 ‘무한도전스러운’ 이근상 대표는 스스로 괴짜를 자청하는 남자 같았다.

사람 안에 삶의 비밀이 숨어있고 그 정답을 사람이란 열쇠로 풀어야 한다고 믿는 이 남자는 오늘도 업그레이드된 젊은 감각으로 광고주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기 위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중이다.

그가 광고계의 ‘영웅’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저만치서 직원들이 그를 찾는다. 아니, 부른다. ‘KS!’라고. 케이에스에서 만드는 광고를 보는 순간 우리 또한 그들의 캠페인에 참여하는 파트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