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지 포크아트 작가얇은 철판 위에 그린 그림… 동양적 감성 더한 독특한 스타일 눈길

테이블 위 살아 숨 쉬는 튤립, 가구를 뒤덮은 장미 넝쿨. 파스텔 톤의 이 그림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작품’이 아니다. 손으로 그린 정교한 ‘포크아트(Folk Art)’는 생활 공예의 대표적인 분야가 됐다.

“국내 소개된 역사는 짧지만, 서양에서는 16~17세기부터 발달한 예술이에요. 러시아, 노르웨이, 미국 등 각 나라마다 특징도 나뉘고요.”

포크아트 작가 지수지 씨는 “포크아트는 일종의 서양민화다. ‘포크송’을 생각하면 쉽게 연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흔히 톨 페인팅(Tole paiting, Tole은 프랑스 어로 ‘양철’이란 뜻)으로 불리는 포크아트는 얇은 철판 위에 그린 그림을 일컫는 말이었다. 16~17세기 유럽 귀족들이 목조 집이나 가구, 주방용품 등에 그림을 그려 놓는 것에서 시작되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발달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포크아트가 전승되면서 소재도 더 다양해 졌는데, 최근에는 나무, 함석, 도자기, 유리, 천 등 친근한 소재를 캔버스 삼아 만든 작품이 주를 이룬다.

국내 소개된 지는 20년이 채 안 된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스터(Master)’ 자격을 딴 전문가가 수 백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생활 공예의 한 장르가 됐다. (국내 ‘포크아트 협회’에서는 일종의 전문가 양성과정과 전문가 자격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

“포크아트는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소재에 구애 받지 않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요.”

‘에그 아트’ 등 다양한 공예를 접했던 지수지 작가는 13년 전 생활용품에 그림을 그리는 포크아트를 알게 됐다. 이미 그려진 도안을 바탕으로 아크릴과 유화 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포크아트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더구나 어떤 생활용품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실용성이 높은 공예라고 생각했다고. 지 씨는 “포크아트는 모든 공예의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귀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 민화인 포크아트에 동양적인 감성을 넣은 독특한 스타일로 눈길을 모은 작가다. 예컨대 밑그림을 서양 정통의 포크아트 스타일로 그린 후, 자개를 박아 동양적인 감성을 살리는 방식이다. 한국의 멋을 한껏 살린 서양화가 시계, 장식장, 테이블에 새겨진다.

그는 전문가가 된 제자들과 함께 얼마 전 전시회 ‘지수지 포크아트 회원전’을 열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공방 이름의 첫번 째 전시이자 개인적으로는 아홉번째 전시다.

“서양 민화를 우리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흔히 서양의 유명 포크아트 작가들이 도안을 만들면 국내에 이 도안이 소개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런 도안에 동양적인 소재를 도입한 작품을 소개 했습니다. 앞으로 동양적인 우리의 감성을 담을 도안도 만드는 겁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