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EO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경영자는 예술가의 또 다른 이름… '메세나특별법' 제정에 전력

"21세기 키워드인 '문화'를 모르고는 경영도, 국가발전도, 국민화합도 불가능합니다."

"이제 기업이 예술적 가치와 감성을 포함하지 않고 가격과 품질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평판이 좋아진 기업들처럼 적극적인 문화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업 문화예술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에서 이금룡(57) ㈜코글로닷컴 회장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사회에서의 문화의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의 첫 발제를 맡은 그는 특히 현재의 '제4의 물결'의 흐름과 문화와의 상관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요즘 '문화예술 경영의 전도사'로 불린다. 이전까지 그에겐 인터넷 기업협회 초대회장,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인터넷 전도사' '벤처기업 맏형'이란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지난 6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이 회장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전도사' 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열정에서 '변신'의 깊은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 세계가 창조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문화'라고 하는 거대한 물결의 흐름 속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제4의 물결' 이 어떠한 의미인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했던 1977년이 앨빈 토플러가 말한 '제2의 물결', 즉 공업화의 전성기였고, 1998년 ㈜옥션을 설립했을 때가 '제3의 물결'(지식ㆍ정보화)이 한창 때였다고 말했다.

"앨빈 토플러 박사가 예언한 '제3의 물결'의 시대가 도래한지 30년도 안돼 현대인은 '제4의 물결'이 밀려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제4의 물결'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미래학자 롤프 얀센이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예견한 '제4의 물결',즉, 문화와 창조와 상상력의 물결에 대해 해박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리고 영국의 창조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를 넘어서는 '의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리포터'에서 10년간 파생된 부가 수백조에 이르고, 웨스트엔드에서 20년이 넘도록 상연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 4조원의 수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디자인 중심 국가로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는 것 등이 모두 영국이 '제4의 물결' 흐름을 앞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국뿐 아니라 미국ㆍ프랑스ㆍ일본 등 선진 각국들도 문화경쟁시대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문화예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항저우(杭州)에 가서 놀란 일이 있어요. 항저우는 과거 송나라 수도로 항저우시가 관광객들을 위해 송나라 300년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공연을 하는데 전통과 첨단기술을 접목한 공연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항조우시뿐 아니라 중국의 품격이 달라보였습니다."

이들 국가에 대한 부러움은 국내로 시선을 돌렸을 때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우리에게 외국 관광객이나 바이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문화상품이 얼마나 있습니까? 서울만해도 6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인데 이것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공연이 없어요. 서울 노들섬에 수천억원을 들여 오페라극장을 짓는다고 하는데 외형상 그럴 듯한 시설보다는 그 안에 들어갈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게 더 시급한 일입니다."

이 회장의 열변을 듣자니 인터넷ㆍ벤처 전도사에서 문화예술 전도사로 변신한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2002년 한국인터넷 기업협회 회장 자격으로 영국의 파트리샤 휴이트 통상산업부 장관을 만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때 휴이트 장관이 영국의 creative industry(창조적 산업)와 한국의 IT를 접목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국이 그리는 미래를 보고 IT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 방향을 '문화'로 잡았습니다."

그후 이 회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문화예술경영자과정, 서울대 문화콘텐츠 최고위과정 등을 이수하면서 '제4의 물결'에 몸을 실었다. ㈜이니시스 대표(2003년 1월~ 2005년 2월)때는 직원들에게 매월 하루 영화를 보게하거나 각 팀에 500만원씩 주고 자유롭게 문화 예술품을 구입토록 하는 등 창조성과 상상력을 북돋웠다. ㈜넷피아 대표(2005년 3월~2006년 7월) 재임 중엔 한글합창단 조직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 회장은 이니시스 경영 중에 한국메세나협회에 가입해 메세나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문화관광부로부터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거나 매칭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음악, 미술 소외계층에 연주, 미술을 가르치고 메세나협회, 중소기업과 함께 전국의 소년원을 순례하며 난타, 국악 등을 공연하고 벤처 강의도 하였다. "당시 청소년들은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반응이 무척 좋았죠. 문화 예술이 인격을 함양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메세나 활동으로 이 회장은 2005년 최초로 메세나인상(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였다. 2007년에는 ㈜오픈옥션 회장에 취임해 미술유통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종래의 미술시장과는 다른 사이버 공간을 통해 미술품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 것."미술은 개인의 창조성과 상상력이 가장 분명한 문화예술의 꽃입니다. 카피(copy)를 절대 할 수 없죠. 그런데 미술 전시공간은 적고 화랑은 돈되는 작품 위주로 거래하다보니 신진 작가나 대학생들은 작품 팔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상에 미술시장을 연 것입니다."

이 회장은 2006년 해외한인인터넷 종합상사인 ㈜코글로닷컴(www.koglo.com)'를 설립, 수출 유망중소기업을 발굴해 수출을 지원하고 기업의 글로벌화를 함께 추진하면서 여전히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이고 문화예술 경영의 전도사 역할에도 충실하다. 이는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이 회장의 생각과 열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기업과 관련해 문화는 크게 세가지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문화산업이고 또 하나는 기업의 CEO와 구성원이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 마지막으로 기업의 사회기여, 메세나 활동입니다."

이 회장은 문화산업 측면에서 생산과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아날로그에서 콘텐츠와 서비스가 중심인 디지털시대로 바뀌면서 경쟁력의 핵심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감성, 즉 '문화'라고 해석한다. 그만큼 문화산업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치다. 따라서 기업의 CEO나 구성원은 창조성과 상상력이 요구되는 문화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예술가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고객에게 어떻게 가치를 줄 것인가 연구하는 경영자와 한 장의 캔버스, 노래 한 곡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능력을 압축적으로 표현에 감동을 주려는 예술가는 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특히 기업의 사회적 기여, 메세나 활동을 강조했다. "MS 빌게이츠 회장이 '창조적 자본주의'를 얘기했듯 기업은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잠재적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화 예술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은 수헤자의 인격을 향상시키고 사회의 갈등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디지털시대, '제4의 물결'시대에 문화가 그 가치를 온전히 발휘하고 그 효과를 향유하려면 기업과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국가(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주체인 기업이 문화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려면 기업이 문화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야 합니다. 기업의 문화활동에 세제 지원을 하고 기업의 문화접대도 세제를 통해 권장해야 합니다. 또한 문화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콘텐츠, 종사자, 인프라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 회장은 최근 메세나협회와 함께 기업의 문화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인 '메세나특별법'제정에 전력하고 있다. 국회에선 '국회대중문화&미디어 연구회''회장 인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창의성, 상상력이 바탕이 된 문화가 기업의 가치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부의 양극화로 인한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빈부에 관계없이 문화에 공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민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적 감성을 키워야 인격이 좋아지고 궁극적으로 나라의 격(격)이 높아진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국가의 품격은 '브랜드'를 통해서가 아니라 '문화'로 이뤄진다"며 최근 의 국가 브랜드 논란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금룡 회장은 디지털시대, 제4의 물결 시대에 필요한 리더는 가치관과 통찰력을 갖춘 '고수'라고 말한다. 제3의 물결 시대에 충분했던 지식ㆍ정보화로 무장한 '프로'를 넘어선 고수말이다. 우리나라에는 프로는 많지만 고수가 부족하다고 이 회장은 설명한다.

아날로그 시대는 '보이는' 매뉴얼로 '프로'가 될 수 있지만 디지텅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통찰력을 갖고 자신의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리더에게 문화적 소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금룡 회장은 매주 3곳 이상 강연을 나간다. 강연의 주 내용은 '제4의 물결'과 관련한 기업과 사회의 관계라고 한다. 그는 '제3의 물결' 시대에 이어 디지털 시대, '제4의 물결'의 시대에 선도에 있다. 문화예술 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한 이금룡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는…


1952년생. 성균관대 법률학과 졸업(76년). 삼성물산 근무(77~99년, 북한 및 중국 부장, 유통 부문 마케팅 이사, 인터넷 사업 이사 등 역임). 동국대 경영학 석사(98년), 옥션 대표(99년). 한국인터넷 기업협회 초대회장(2000년), 이니시스 대표(2003년), 넷피아 대표(2005년), 광운대 경제학 박사(2005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벤처위원회 위원장(2005년~현재), 코글로닷컴 창업 및 대표이사ㆍ회장(2006년~현재). 한국원천기술협회회장(2006년~현재), 오픈옥션 회장(2007년), 벤처경영인대상, 석탑산업훈장, 문화관광부장관상(메세나인상). 등 수상



해외 한인 인터넷 종합상사 koglo.com


이금룡 대표가 경영하는 ㈜코글로닷컴(www.koglo.com)은 수출 유망중소기업을 발굴하여 수출을 지원하고, 기업의 글로벌화를 함께 추진하는 '해외한인인터넷 종합상사' 다.

코글로닷컴은 우수 특허와 기술을 가진 중소 벤처기업들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 주고, 글로벌 B2B 쇼핑몰 사이트 등에도 올려 주는 대행 서비스를 한다. 중국의 알리바바, 유럽의 콤파스, 미국의 이베이 등 세계 전역을 커버하는 B2B 무역사이트와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등이 등재돼 있다.

코글로닷컴은 해외비즈니스 및 무역전문가를 통해서 수출유망기업을 발굴하여 1,000여명의 해외비즈니스 네트워크 및 해외 바이어들에게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수출이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금룡 대표는 해외동포나 해외 거주 한인들 가운데 글로벌 감각과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사람을 '코글리안(Koglian)'으로 명명했다. '코리아 글로벌 시티즌(Korea Global Citizen)'의 합성어다. 이 대표는 이들이 연합할 경우 커다란 시너지가 생기고, 해외 800만 한인들과 함께 세계 무역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