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영 (사)대한민국수채화 작가협회 이사장'국제교류전', '수채화 아트페어', '트리엔날레'로 문화한국 알릴 터

회화사에서 수채화의 역사는 깊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와 파피루스에 그렸던 그림에서부터 동양화나 프레스코도 수채화의 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근ㆍ현대 회화사에서도 수채화는 당당한 자리를 차지한다. 특히 미술의 중심을 이뤄온 유럽에서 수채화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수채화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100년 남짓한 수채화 역사와 수채화 인구 30만 명이라는 양적 ?창에도 불구하고 수채화에 대한 인식은 그릇되고 남루하다. 유화의 밑그림 정도로 이해하거나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손쉬운 그림이라는 인식이 적잖다.

그러나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회화 대가들은 수채화의 대가이기도 했다. 독일 르네상스 회화 완성자인 뒤러를 비롯해 17세기 폴랑드르파의 대가인 반다이크, 근대 영국회화의 거장 윌리엄 터너, 한국 현대미술에 우뚝 선 이인성, 이중섭, 김환기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도 수채화가 일반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그림이고 미술인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수채화만의 독자세계가 있음에도 국내에서 수채화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아쉽고 씁쓸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묵묵히 수채화의 세계를 지키며 그 지평을 넓혀 사람들 간에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수채화로 세계인과 대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이들로 인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국내 수채화 중견 작가들이 주축을 이루는 (사)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이사장 윤길영)는 최근 수채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솔선수범, 침체된 수체화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 협회와 교류전을 갖는 프랑스나 일본만해도 수채화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고 작품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죠.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사)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이하 수채화작가협회) 윤길영 이사장은 국내 수채화계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지만 마땅히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담담해했다. 그러면서 수채화작가협회의 30년 가까운 연륜과 소속 작가들의 의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상당 부분 나아질 것이라며 낙관했다.

수채화작가협회는 27년의 전통을 지닌 단체로 전국의 수채화 중견 작가 2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37년 전통의 한국수채와협회(이사장 전호)와 더불어 한국 수채화의 양대 산맥이다. 회원수에선 한국수채화협회가 월등히 많은데 수채화작가협회는 중견 작가로 구성됐고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강하다. 한국수채화협회가 서울시 등록단체인데 반해 수채화작가협회는 문화관광체육부 등록단체다.

윤길영 이사장은 지난 4년간 수채화작가협회 회장직을 맡앗다가 올해 3월 협회가 문화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으면서 이사장에 취임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에 대해 물으니 “수채화의 위상 제고”라고 간단, 명확하게 말한다. 다분히 국내 수채화 현실을 반영한 듯해 향후 중점을 둘 일이 궁금했다.

“지금까지 비중을 두어 온 국제교류전과 지난해 수채화계가 처음 시도한 ‘수채화 아트페어’를 내실있게 운영해 수채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인식 수준을 높이고 작가들의 처우도 개선해볼 생각입니다.”

윤길영 이사장은 지난 4년간 수채화작가협회 회장을 연임하면서 ‘한ㆍ불ㆍ일 동방의 물결展’(2005년 7월), ‘제50회 세계조형예술싸롱展(프랑스 베지에)’(2006년 3월), ‘동북아시아의 여명展’(2006년 7월), ‘세계수채화대전’(2007년 9월), ‘일ㆍ한 현대작가전(오사카)’ 등 다양한 국제교류전을 수행했다. 이에 따른 비용은 사비를 털어가면서 추진해 외국 작가들에게 한국과 한국 수채화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

“교류 상대국은 수채화에 관해 우리보다 관심이 많고 유화 못지않게 작품성을 인정합니다. 국제교류전을 통해 수채화에 대한 국내의 인식을 높이고 작가들에게도 자부심을 갖게 했다고 봅니다.” 국제교류전이 수채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윤 이사장의 평가다.

지난해 윤 이사장이 처음 시행한 ‘대한민국수채화 아트페어’는 미술계에 적잖은 화제를 낳았다. 미술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 일반 아트페어도 주저하는 상황에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수채화 아트페어를 감행한 것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그런만큼 특(得)과 실(失)도 분명했다.

“수채화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크게 바꿔놓았죠. 수채화의 높은 수준에 감탄하는 관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림은 그다지 팔리지 않았죠.”

그러한데는 수채화에 대한 오해도 한몫 했다. 유화와 달리 수채화는 쉽게 변색되고 물감과 종이 같은 재료도 유화에 비해 싸다는. 그러나 윤 이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윤 이사장은 요즘 내년 전주에서 개최할 국내 최초, 최대의 국제적 수채화전인 ‘트리엔날레’에 전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최고 수채화 작가를 초빙하고 국내에서도 수채화 작가가 대거 참여하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채화전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 물으니 “그동안의 노하우가 있고 협회가 올해 정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커다란 동력이 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 이사장은 4년 전 파리의 한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앞에 선 상대가 ‘KOREA’를 모른다고 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수채화 국제교류전을 생각한 계기로 ‘문화’ 야말로 한 국가를 알리는 최상의 길이라는게 윤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가 추진하는 트리엔날레는 문화한국을 알리는 수채화계의 최대 잔치가 될 전망이다. 최상의 무대에 서있는 그를 상상해 본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