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저자 구희연·이은주과대 광고·원가 뻥튀기 등 화장품 회사의 비밀과 거짓말 적나라하게 밝혀

예쁘게 화장한 두 여자가 카페에 앉아있다. 화장품의 해악성을 폭로한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의 저자 구희연(34)·이은주(31) 씨다.

“평소엔 화장을 잘 안 하는데 인터뷰 때문에 특별히 화장에 신경을 썼다”고 털어놓는다.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화장품 석면파동이 터지면서 책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99년에 국내 저자가 화장품 고발 서적을 출간한 적이 있었는데,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었죠.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이제껏 화장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었죠.”

음식은 몸 속으로 들어가지만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것이니 나쁜 성분을 쓴다고 해도 피해가 훨씬 덜하지 않을까?

“화장품 제조 기술이 발달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침투성이 좋아졌어요. 피부 깊숙이 스며들지 않도록 개발하는 색조화장품과 달리, 스킨로션, 에센스, 영양크림 등 기초화장품은 이제 피부 진피층까지 흡수돼 체내에 축적되고,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지요.”

이런 이유로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30~40년 전부터 화장품 폐해에 대해 공론화하고, 활발한 연구가 전개되고 있다.

영국 리딩대학에서 20명의 유방암 환자들의 체내 세포조직을 관찰한 결과, 예외 없이 화장품 방부제로 쓰이는 파라벤 성분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이밖에도 파라벤이 유방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또, 성기 없이 태어나는 남아나 성인 남성의 정자 수 감소도 화장품 유해 성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선 학계뿐 아니라 소비자단체와 화장품 회사, 화학자, 피부과 의사가 공동으로 화장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요.”

화장품 사랑하던 두 여자, 불편한 진실에 눈뜨다

두 저자가 서로 알게 된 것은 현재 재학중인 중앙대학교 의약식품 대학원에서다.

구희연 씨는 천연화장품 회사에서 다년간 제품 개발을, 이은주 씨는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에서 자사 판매원들을 대상으로 제품 교육을 담당했었다.

두 사람 모두 어릴 때부터 화장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고, 화장품 업계에 들어간 이후 더욱 화장품 애호가가 됐다. 한때는 한꺼번에 10가지 이상의 기초화장품을 바르기도 했다고.

‘좋은 화장품을 많이 발라야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 회사의 말에 100% 따르는 모범생이었던 것이다.

화장과 화장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이들은 화장품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화장품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실망만 커져 갔어요. 각종 연구 논문들과 화장품 관련 원서들을 접하면서 그 동안 화장품 회사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해왔는지, 회사의 상술에 얼마나 세뇌당했는지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들은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옹성 화장품 회사에 도전해 소비자들에게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화장품 비만에서 벗어나라

책에는 화장품 회사의 ‘비밀과 거짓말’이 적나라하게 소개돼 있다.

터무니 없이 원가를 뻥튀기 한 화장품 가격, 성분과 기능이 거의 같은데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5배 이상 차이 나는 현실. 노화를 막아주고,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며 마법의 화장품인 냥 과대 광고하는 기능성 화장품의 실상, 주방 세제와 성분이 비슷한 클렌징 오일, 스킨, 로션, 에센스, 세럼 등 날마다 자가 증식하듯 불어나는 기초화장품 세트도 도마에 올랐다. 그렇다고 천연화장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회장품 회사들도 자사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믿음을 주기 위해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곳이 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회사 제품도 알고 보면, 피해야 할 성분들이 다량으로 포함돼 있고, 농약을 듬뿍 친 천연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곳도 많기 때문이죠.”

결국 저자는 화장품 회사가 펼치는 교묘한 상술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화장품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똑똑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바르는 것은 내 몸에 하루에도 몇 번 씩 독을 바르는 것과 같다”며 화장품 비만증에 걸린 숱한 사람들을 향해 화장품 다이어트를 제안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