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가] (39)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클래식 대중화 목표로 '앙상블 디토' 결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감동적인 무대 마련해 아티스트와 관객의 공감 추구하는 게 사명"

뛰어난 연주실력, 호감 가는 외모에 세련된 옷차림, 영어를 구사하며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청년들. 클래식 시장에 어느날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를 보며 느낀 소감은 한마디로 ‘신선함’이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을 중심으로 쟈니 리, 패트릭 지, 스테판 재키브 등 모두 7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가 생긴 지 올해로 벌써 3년째. 클래식계에서 의 인기는 연예계의 아이돌 그룹 ‘빅뱅’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깔끔한 흰색 셔츠를 맞춰 입고 차이코프스키의 실내악을 연주하는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보면 오히려 이들의 신비감은 한층 더 고조된다. 게다가 리처드 용재오닐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하고 백화점 광고에 등장하는 등 미디어를 넘나들며 20~30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으니.

지방 공연을 갈 때도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린다는 이들의 ‘디토 페스티벌 2009’(6.27~28) 낮 공연은 이미 매진 상태다. 클래식계의 아이돌 스타 ‘디토’를 만들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실험’하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

“디토(Ditto)는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희유곡)의 약자로 ‘공감’이란 뜻을 가지고 있죠. 클래식으로 대중에게 보다 더 가깝게 다가가려고 만든 크레디아의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크레디아(CREDIA) 정재옥 대표는 에 대해 ‘클래식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한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설명한다. 비단 뿐만이 아니다. 디토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디토 프렌즈’나 실력 있는 클래식 전공자들이 365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디토 오케스트라’ 등 ‘디토’란 브랜드를 강화시켜 나갈 프로젝트들이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단다.

‘디토’와 같은 실험적인 프로젝트는 정 대표가 1994년 ‘창의적인 미디어(Creative media), 신뢰할 수 있는(Credible)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를 차릴 때 가슴 속에 품은 목표이기도 하다.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공연들, 예컨대 백건우, 조수미, 강동석, 신영옥, 장영주, 장한나 등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의 국내 무대는 물론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를 한국에 소개해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 대표다. 크고 작은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무대에 올린 그는 클래식계에선 이미 베테랑 기획자인 셈이다.

“크레디아의 미션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감동이 있는 무대를 꾸며드리는 거였어요. 아티스트와 관객이 공감하며 감동을 나누는 진실의 순간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고요.”

정 대표에겐 대중이 클래식에 빠지는 날까지 음악의 힘으로 소통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크레디아가 창립 초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일관되게 순수예술 분야에서 수준 있는 공연을 기획하며 입지를 굳혀온 것도 그의 고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비결요? 결코 과하게 속도를 내서 뛰지 않고 거북이처럼 꾸물꾸물 성실하게 걸어온 결과 아닐까요? 크레디아의 행보를 지켜본 여러 기업들의 신뢰를 얻어 파트너가 되었고 무엇보다 공연 때마다 꾸준히 표를 사는 관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테니까요.”

앙상블 디토

크레디아와 손잡고 문화 이벤트를 여는 기업의 힘도 중요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관객의 힘’이다. 크레디아의 ‘클럽발코니’ 회원 수는 올해로 8만5,000명을 넘었다. ‘대한민국에서 클래식한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은 무대와 관객을 이어주는 중간자로서 크레디아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클럽발코니 제도는 정 대표가 애초 기획한 ‘단골 고객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유료 회원제이지만 그 대신 공연 정보 서비스, 티켓 가격 할인, 각종 문화 이벤트 체험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스스로 크레디아 가족이란 자부심을 갖도록 만든 것. 클럽발코니의 평생회원은 3,000명이다.

정 대표가 처음 크레디아를 차린 이유는 공연 기획자로서 보다 전문적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였다. “당시 공연을 기획하는 일은 언론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시절이었어요. 모 일간지 문화사업국에 근무하면서 볼쇼이 발레단 공연이나 해외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등을 기획했지요.

영화 ‘시네마 천국’이나 ‘미션’ 등 관객동원에도 성공한 영화들도 있었고 연극이나 지방행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 기획을 담당하며 흥미롭고 값진 경험을 했어요.”

하지만 10년 동안 다양성을 체험하는 동안 정 대표에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그건 바로 전문성에 승부를 걸어보자는 것이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선호도가 무척 높은 반면 당시 클래식 분야는 민간 기획사가 없던 때였어요. 한마디로 블루오션인 셈이었어요.”

정 대표는 클래식계란 미개척 분야에 ‘크레디아’란 이름의 깃발을 꽂았다. 달랑 직원 한 명과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크레디아는 15년 동안 몰라보게 성장했다. 한 일간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1위 공연기획사의 영광을 두 번(2003, 2005년)이나 차지했고, 2001년부터 호암아트홀 위탁경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공연장 위탁경영 경험을 살려 서울 명동 M플라자 5층에 들어선 200석 규모의 연극, 뮤지컬 전용극장 ‘해치홀’ 경영에도 나섰다.

“명동은 지금 관광객이나 쇼핑객으로 넘치는 공간이지만 과거엔 ‘문화 1번지’란 명성이 있었죠. 홍난파 선생이 일본 유학 후 귀국해 첫 바이올린 독주회를 연 곳이기도 하고 그 후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나 통기타 가수들의 아지트가 된 곳이 바로 명동이죠. 해치홀을 운영하며 잊혀졌던 명동의 이야기와 꿈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명동에 새로운 공연 바람을 불어 넣을 생각입니다.”

해치홀 개관 기념작은 소극장 창작뮤지컬 작품상을 받은 <사춘기>다. 이를 시작으로 가을에는 뮤지컬 <메노포즈>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정 대표는 실력 있는 프로듀서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열어줘 관객들이 수준 높은 공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바람이다.

“크레디아는 순수 개인후원 모임인 ‘CIELOS’ 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요. 스페인어로 ‘천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클럽발코니 회원을 비롯해 크레디아의 천사 역할을 하는 분들을 위해 클래식이란 순수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페스티벌’을 기획할 생각이에요.”

‘라이프 스타일 페스티벌’은 화려한 사교계 파티가 아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장소를 빌려 회원들이 하루 동안 여가를 즐기며 가족처럼 편안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행사다. 여기에 클래식 연주자들과 와인 전문가들이 함께 해 편하게 연주를 듣고 즐기는 페스티벌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먼저 대중들이 ‘디토 페스티벌’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빠지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클래식이 보다 즐거워지고 생활의 일부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죠. 클래식을 사랑하는 관객이야말로 크레디아의 진정한 천사라고 생각하니까요.”



류희 문화전문라이터 chironyou@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