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김수정올해 애니메이션 둘리 재구성 가족들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준비

볼록 나온 배와 터질 것 같은 볼 살, 살짝 나온 혀. 여기에 초록색 이란 힌트까지 듣게 되면 무엇이 떠오를까?‘ 요리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아기공룡 둘리는 한국 나이로 만 26살이 됐다.

1983년 한 만화책에 실린 이 캐릭터는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해 이제는 원 소스 멀티유즈의 전형이 됐다. 만화로 시작한 아기공룡 둘리는 두 번의 텔레비전 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됐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20여 년간 나온 캐릭터 제품은 2000종이 넘는다. 이번 달에는 다시 뮤지컬로 만들어져 무대에 선다. 이 작은 아기공룡이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둘리의 작가

“제가 작가로 등장한 게 1975년이니까 만 8년 만에 나온 캐릭터 가 둘리에요. 둘리 나오기 전 <오달자의 봄>이 81년에 나왔어요. 이 것이 비로소 작가로서 가능성을 말해준 작품입니다.” 둘리가 나오게 된 배경을 알기위해 우선, 김 작가의 ‘시련’ 이야 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1975년 소년한국일보로 등단한 그는 독학으로 만화를 그려왔다. 극화부터 순정만화까지 다양한 그림을 시도 하다가 명랑만화로 스타일을 굳히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차에 사 귀던 여자친구에게 ‘만화 그릴 거면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고, 지방으로 간 여자 친구를 설득하려고 갔다 문전박대 당했다.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여인숙에 들어갔어요. 만화를 그리면서 나름대로 긍지를 세웠는데, 만화가라고 문전박대를 당했으니 한 숨도 못자고 밤새 생각했죠. 잠이 안와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둘리 전신인 <1남 4녀 막순이>였어요.” 둘리의 독자는 3세대로 나뉜다.

83년 만화책으로 둘리를 접한 1 세대, 87년 KBS 애니메이션으로 둘리를 알게 된 2세대, 그리고 96 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둘리를 아는 3세대로 말이다. 김 작가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이야기는 삼촌부터 어린 아이까지 손에서 만화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끝 없는 입담의 원천은 어디인가. 그는 “자동적으로 어떤 현상을 봤을 때 ‘무얼 그릴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둘리는 언제나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례로 올해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26화를 보면 둘리가 밥을 먹다 포크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포크를 줍다가 길동이 발을 보게 되고, 발가락 사이에 포크를 꽂고 혼자 킥킥대고 웃다가 사건이 벌어진다. “밥 먹으면서 아이들이 포크 떨어뜨리는 건 일상다반사에요. 포크가 떨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떨어지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벌어지는 지를 상상하는 거죠.”

김수정 작가는 둘리 이외에도 <오달자의 봄>,<날자 고돌이>,<신 인 부부>, <일곱 개의 숟가락> 등 작품이 공전에 히트를 치면서 인기 만화가로 자리를 잡았다. 숫한 히트작에도 대중의 머릿속에 그 는 여전히 ‘둘리의 작가’다. ‘김수정=둘리’이 공식에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아마 애니메이션 때문에 둘리가 더 알려진 듯한데, 그건 시스템 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점에서 벗어나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 만화는 종이 한 장에 펜으로 그리면 되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자본이 대량 투입되어야 하니까. 작 가가 중구난방으로 뛰면서 다 잘 할 수는 없거든요. 작가는 그냥 작 가일 뿐인데. 그러면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산업적 매커니즘을 갖고 있고, 누군가는 재원을 뒷받침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하나 의 조직화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사회에서 그런 게 잘 안되고, 저도 개인적으로 미흡했다고 보지요.”

뮤지컬로 만나요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캐릭터 사업까지 둘리는 한국 원소스 멀티 유즈의 대명사가 됐다. 둘리를 모티프로 한 2000종의 캐릭터가 나 왔지만, 라이선스 계약은 수십 번 퇴짜를 놓을 만큼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작가는 (주)둘리나라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왜 둘리를 산업으로 키워내려는 건가. 작가는 “워낙 핍박 받았을 때 활동해서 만화가들이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만 화를 통해서 콘텐츠가 확대되고, 만화도 산업이 된다는 모델이 되고 싶었노라고 덧붙였다. 이번 달 둘리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올해 SBS를 통해 방송용 애니메이션이 방송되는데 이어 2000년대 둘리가 탄생한 셈이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여행 >이 1996년에 개봉됐으니 13년 만의 변신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세대와 현재 만화를 보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함께 고려해 탈바꿈한 2009년 둘리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은 ‘최근 둘리가 까칠해졌다’ 고 말한다고. 2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아이들의 반영한 결과다. “뮤지컬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만약 SBS에서 애니메이션을 방송하기 전이었으면 여러 고민을 했을 텐데, 지금은 방송을 했으니 현재 일어나는 이야기(2009년도 애니메이션 둘리)들이 재구성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뮤지컬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7월 24일부터 공연되는 가족뮤지컬 <아기공룡 둘리>는 김수정 작가가 직접 총감독을 맡았다. 개그맨 박준형과 최국이 각각 마이 콜과 고길동 역으로 출연하고 둘리와 다른 캐릭터들은 탈을 쓰고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은 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같이 숨쉬는 거죠. 둘리가 2차원 영상매체가 아니라 3차원에서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합니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요구를 했죠. 어울 마당 같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무대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