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에세이 '당신도 그림처럼' 저자 이주은 그림 읽음으로써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자는 메시지 담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해마다 한국을 찾고, 여기저기서 '그림 읽어주는' 친절한 전문가들 덕분에 그림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어떤 그림들은 여전히 이해불가하고 불친절하다.

그런 관람에서 '나'는 없다. 어쨌거나 대개의 '그림 읽기'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도, 그림처럼>을 펴낸 이주은 씨는 그림을 읽음으로써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라고 말하며 '치유로서의 그림'을 말한다.

#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미술을 공부해 강의까지 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전공이 언어학이어서 말이 가진 기능에 관심이 많았어요. 소통을 위한 대표적 수단이 '말'이잖아요. 우리 사회가 소통이 안 되는 한계가 있는데, 당시 더 폭넓은 소통의 역사를 알고 싶어서 '이미지'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처음에는 사진에 관심을 가졌는데 19세기에 탄생한 사진의 역사는 너무 짧다는 생각에 미술사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 예술작품에서 위안을 얻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미술치료에서 하는 방식이 자기 표현을 하면서 치유되는 원리거든요.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럴 기회마저 흔치가 않죠. 눈으로 그냥 보는 게 가장 편한 방식인데, 미술작품을 볼 때 여전히 어려워서 공부를 하고 봐야 한다는 강박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보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가령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 위주로 설명하면서 소개하는 방식인 거죠.

# 그래도 작품을 바로 이해하려면 일단 그림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현대작품 중에서 '무제'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많은 건 관객이 그것을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한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하면 너무 해석의 여지가 넓어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작품을 이해함에 있어 최소한의 한계를 둬서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세우려고 했습니다.

# 결국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거 같습니다.

사실 부모님 세대는 개척자의 시대라 노력만 하면 '되는' 시기였거든요. 하지만 지금 사회는 이미 대부분 개척되어 있어서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에요. 그래서 더 불안하고 답답한 거죠. 그러니까 하루하루 즐겁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미래가 온다는 여유 있는 자세가 결국 마음도 몸도 편안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 오늘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더 커지는 이유는 뭘까요.

예술은 그 실용적 기능 없음 때문에 몇 번이나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치·경제·사회의 교차점에 있는 것이 문화고, 그 문화의 꽃이 바로 예술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그래서 21세기 인류 문화의 해결책은 결국 예술이고, 그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겁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