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36) 뮤지컬 배우 박은미'드림걸즈' 커버로 데뷔… '올슉업' 메인 캐스트 발탁 '자기 색깔내기' 열중

올 상반기 가장 많은 화제를 뿌렸던 뮤지컬은 뭘까. 세계 초연, 최초의 한미 제작사 합작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드림걸즈>다.

뿐만 아니라 <드림걸즈>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실력파 신인이나 생짜 신인을 캐스팅하는 시도로 무대와 객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무대경험이 전무한 영문학도였던 박은미도 바로 그런 신선함으로 객석을 들뜨게 했다. 그는 영화 <드림걸즈>에서 비욘세 놀즈가 맡았던 디나 존스 역의 커버(주역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하는 배우)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그 초짜가 두 번째 작품에선 메인 캐스트로 발탁됐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모은 주크박스 뮤지컬 <올슉업>에서 나탈리 역을 꿰찬 것. 비록 커버였지만 첫 번째 작품의 주역 캐스팅이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드림걸즈>는 제가 워낙 좋아하던 작품이어서 평소 비욘세의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한 점이 오디션에서 많은 점수를 얻은 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올슉업>의 나탈리는 나이나 성격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서 제 안에 있는 비슷한 모습을 보여드렸죠."

두 작품 모두 상당한 가창력을 요하는 뮤지컬이라는 점은 그가 가수지망생이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전 사실 <올슉업>에 대해서도 잘 몰랐어요. <드림걸즈> 공연하면서 같이 하던 선배들이 <올슉업> 오디션을 다 보길래 저도 무작정 따라가서 봤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네요." 기본적인 노래실력과 큰 무대에서 떨지 않는 배짱, 그리고 신인이니만큼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는 '무모한 도전'이 단기간의 급성장을 가능케 했다.

그래도 이제 겨우 두 번째 무대에 서는 신예에게 메인 캐스팅은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커버 때는 같은 배역의 메인 배우를 그대로 따라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인 캐스트가 된 박은미에게 '자기 색깔내기'는 새로운 과제가 됐다. "<드림걸즈> 때는 아무래도 역할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었죠.

<올슉업>에서는 연출가가 직접 디렉팅을 해줘서 제 색깔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특히 <올슉업>의 나탈리는 '남장 여자'의 복잡함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 평소 남자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박은미는 영화 <쉬즈 더 맨(She's the man)>을 참고하면서 '최대한 남자답게 해보자'고 마음먹었다며 털털하게 웃는다.

아직까지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여전히 <드림걸즈>다. 해보고 싶은 역할도 <드림걸즈>의 에피, 좋아하는 배우도 비욘세 놀즈를 꼽았다. 하지만 그에게 뮤지컬배우로서의 꿈을 묻자 의외로 '집을 짓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노래를 더 잘하기 위해 신앙의 힘을 이용했었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니 순서가 바뀌었어요.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면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싶어요."

배우로서도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노래와 연기로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박은미. 스무 살 남짓의 어린 배우는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이 아닌가요"라고 어른스럽게 반문한다. 마치 비욘세의 노래로부터 희망을 얻어 뮤지컬을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이.



송준호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