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EO]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창조성 · 열정 · 프로정신 공통점… 'GE코리아 신화' 창조 원동력

▲ 강석진 회장
"진 강(Jean Kang)은 르네상스 맨(Renaissance man) 입니다."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미국의 잭 웰치 전 GE(General Electric) 회장은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현 CEO컨설팅그룹 회장)을 남에게 소개할 때 그렇게 표현하곤 했다. 강석진 회장이 경영 뿐 아니라 미술 등에도 상당한 실력을 갖춘 팔방미인형 인물이라는 평이다.

강 회장 역시 GE코리아 성장에 열정적인 경영이 바탕이 됐고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면서 늘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경영과 예술(미술)의 조화가 GE코리아의 신화, 강 회장의 명성을 낳았다는 얘기다.

경영과 미술(예술),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둘 사이에 어떤 내밀한 힘이 있는 것일까?

"경영과 예술은 기본정신에서 같아요. 그래서 경영을 하면서 미술도 할 수 있었지요."

▲ GE 잭웰치 회장 부부, GE 파울로 프레스코 부회장 부부, 현대그룹 고 정세영 회장, 강석진 회장 부부
월간 '미술세계'의 창간 25주년 기념 특별 초대전으로 한국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여섯 번 째 개인전(9월18일∼10월5일)을 열고 있는 강 회장은 힘주어 말했다.

강 회장은 20여 년의 GE코리아 경영에서 물러난 2002년 말 이후 미술에 더 몰두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CEO컨설팅그룹 회장을 맡는 등 여전히 경영 전선에 서 있다.

강 회장은 경영과 미술을 병행할 수 있었던 배경을 개인적 일화를 들어 설명했다.

"한창 GE에서 활동할 때 미국 NBC 방송에서 30분 짜리 내 특집을 하면서 앵커가 '미술과 경영이 전혀 다른데 어떻게 두 가지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왜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죠."

난처해하는 앵커에게 강 회장은 미술과 경영의 세가지 공통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 강석진 회장이 그린 잭 웰치 전 GE회장 초상화
첫번 째로 든 것은 창조성(creativity)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항상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페인팅합니다. 창조적 생각이 없으면 예술작품이 나오질 못해요. 마찬가지로 창조적인 생각이 없으면 경영을 할 수 없어요. 특히 지식경영이라는 것은 창조적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열정(passion).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고, 뜨거운 땡볕 아래서 몇 시간씩 스케치를 하거나 혹한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예술가가 자신의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는 것처럼 경영도 경영자가 열정을 쏟아 붓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어요. 열정 없이는 조직을 키울 수도, 리더가 될 수도 없습니다."

세 번째는 프로정신(professional spirit). "프로정신으로 해야 예술작품이 나오지 그렇지 않으면 아마추어 작품 밖에 안나와요. 경영 역시 프로 정신으로 하지 않으면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 회장은 경영이나 예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조, 열정, 프로정신이 필요하므로 기본 정신은 같다는 것이다. "NBC 대담에서 훌륭한 경영은 종합예술이고, 훌륭한 경영자는 훌륭한 예술가라고 설명하고 나서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강 회장은 1970년대 초 미국 투자금융회사의 아시아지역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뉴욕에 거주하면서 근무하면서 센트럴파크에서 그림을 그리던 젊은 화가를 알게됐는데 그를 통해 그림 도구들과 물감, 초보용 미술실기 서적 등을 구입한 게 계기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강 회장은 1년 동안 책을 보고 독학으로 유화를 그렸다고 한다.

강 회장은 1974년께 한국으로 돌아와 GE코리아와 인연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화가로 나섰다. "북한산에 야외 스케치를 나갔다가 작고한 화가 차일두 선생과 유능한 스님을 우연히 만나 친분을 맺게 됐고, 차일두 화백과의 교우를 통해 서양화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죠. 이후엔 초대 한국미술협회장을 지낸 박득순 화백, 수채화 대가인 박기태 화백 등 많은 중견원로 화가들과도 친분을 맺고 함께 스케치 여행을 다니며 미술의 기본기법을 빨리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후 원로 화가들의 추천으로 신미술회 회원, 신작전 회원 등 유능한 화가들의 단체에 참여하게 되면서 당당하게 프로 화가로 인정받았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총 5회의 개인전 및 100회에 가까운 그룹초대전 및 회원전을 가지며 깊이 있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강 회장은 경영에서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 20년 넘게 GE코리아를 이끌어 오면서 종업 원 10명, 매출액 260억 원에 불과하던 회사를 퇴임 때(2002년)엔 종업원 1,100명, 매출액 4조원의 20개 가까운 계열사를 갖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강 회장은 GE코리아 회장 시절, 아침에는 집에서 회사로 저녁에는 화실로 출근했다. 저녁에 손님들과의 만찬이 있어 스케줄이 늦게 끝나는 일이 있어도 화실 출근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것을 다 잊을 정도로 몰입했다. 강 회장에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그 열정과 창의력은 다시 경영을 통해 현실화됐다.

강 회장은 휴가 때면 한달 씩 자리를 비우고 해외로 나가 연락도 두절된 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기도 했다. 잭 웰치는 처음에 걱정을 하다가 부재경영(absence management)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종전보다 성과를 더 내는 리더십을 보이자 다른 CEO에게도 강 회장과 같은 방식을 독려했다고 한다.

강 회장과 대화를 하다보니 그림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젊은 시절부터 항상 경영과 작품 활동을 함께 해왔는데 내게 있어서 그림은 결코 취미가 아니라, 또 하나의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미술을 했기에 보다 더 창조적인 경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유연한 사고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강 회장은 전시 중인 작품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그림은 한결같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그린 부감구도(俯瞰構圖)의 형태를 띠고 있다. "미술가들은 '강석진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세상을 넓게 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경영에도 도움을 줍니다."

강 회장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대자연속의 벌판과 논밭,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가 등 주로 전원 풍경과 자연을 주소재로 한다. 그 자연은 정밀하거나 기교가 없이 담백하다.

6번째 개인전 열어… "내게 그림은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

"대자연을 바라보며 무언의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됐다고 여겨질 때 붓을 듭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 너머를, 자연 안에 살아있는 생명, 습기, 공기 등을 그림속에 표현합니다."

자연과의 교감이나 동화를 강조하는 그의 조형관은 동양적인 범신론(汎神論)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자연 너머의 것을 그린다는 것은 그가 작가노트에서 밝힌 "가슴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일게다.

그는 일상적인 우리의 산야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산과 들이 있고 물이 흐르는 평이하고 일상적인 자연이 그가 즐겨 취하는 소재이다. 이는 우리 산천에 대한 지극한 애정의 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사랑, 생명성에 대한 경외, 우주에 대한 겸허함을 담은 그림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을 경영에 접목했다고 하니 GE코리아의 놀라운 성장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겠다.

강 회장은 2002년 GE를 떠나면서 화가로 완전히 전업하려 했지만 주위의 강권으로 GE에서 배운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위해 'CEO컨설팅그룹'을 설립했다. 강 회장은 많은 기업들의 조직문화에 대해 컨설팅해주면서 한편으론 경영학 교수로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살아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또한 4년전부터 세계미술진흥위원회 이사장을 맡아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해외에 나가 보면 한국 화가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중국만해도 국가적으로 자국 화가를 알리는데 적극적입니다. 문화가 국가의 밸류(value)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강 회장은 매년 국내 최대 규모의 '월드아티스트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국제적 미술제에는30여개 국 200∼300명의 해외 작가들이 참여해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고 국가 간 미술교류의 장이 된다.

강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 경험을 토대로 정부와 기업이 문화대국을 만드는데 앞장서줄 것을 주문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다른 나라에 문화선진국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문화 지원, 후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강 회장은 현재 여러 중책을 맡고 있지만 끝내는 '화가'로 남겠다고 한다.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북경 상상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월간 '미술세계' 및 중국 상상미술관 주최 <한중 수교 17주년 기념 특별기획 초대전-C.KOAS展>에는 한층 더 성숙해진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 회장은 언젠가 이 세상에서의 때가 끝나고 내가 왔던 별로 돌아가야 할 때까지 이 땅위의 모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겠다고 한다. '두고 온 별, 우리의 山河'전에서 엿볼 수 있는 강 회장의 국토 사랑과 자연에 대한 경외, 인간에 대한 예의들이 더 많은 작품들로 남아 관객들에게 따뜻하게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강석진 회장은 …

1939년 경북 상주 생, 중앙대·연세대 대학원·하버드대 경영대학원

CEO컨설팅그룹 회장,한국전문경영인학회 이사장, 한국경영자총협회 고문

서강대, 이화여대 겸임교수,(전)GK Korea 회장, (전)CEO포럼 대표

세계미술문화진흥협회 이사장, 한-일 서양화 교류회 회장,신미술회 부회장

한국미술협회, 신작전, 영토회 회원, 2004 대한민국 경영자 대상 수상, 2006 글로벌 경영자 대상 수상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