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추진에 좌우 구분없어… 3천명의 예술가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창간 45주년 특별인터뷰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꽤 뜸이 든 뒤에야 이뤄졌다.

국정감사에다 국내외 바쁜 일정 등으로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던 터다. 인터뷰는 유 장관이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관광장관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21일 오후, 광화문에 있는 장관실에서 이뤄졌다.

기자는 인터뷰와 관련해 유 장관과 기억할만한 일이 있다. 올해 1월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 되기 직전 유 장관의 마지막 인터뷰를 그가 대표로 있는 강남의 문화공간 유시어터에서 가진 바 있다. 당시 유 장관은 '만약'을 전제로 장관이 된다면 예술 현장인답게 예술인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유 장관 취임 후 1년 8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 그의 다짐은 얼마나 현실화 됐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유 장관이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낯익은 미소와 함께 정장이 아닌 특이한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복장에 대해 묻자 'G스타' 라고 글로벌 게임축제를 기념한 옷이라고 말한다.

유 장관은 인터뷰에 앞서 우리나라 게임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콘텐츠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지원,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명박정부의 초대 장관인데 문화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다수 국민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문화정책이라는게 피부로 와닿기가 쉽지 않죠. 기본 방향이라면 일반 국민의 문화향유권 확대이고 예술가들의 복지 확충, 그리고 대한민국의 문화경쟁력 강화를 들 수 있습니다"

- 전 정부와 문화정책의 차이가 있다면

"전 정부와 크게 달라질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문화라는 것은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데 방법이 다를 뿐 궁극적인 목적은 같아요. 전 정부에서 공급자(예술가) 중심이니 수요자(국민) 중심이니 말이 있었는데 국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높인다는데는 다를 게 없어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바뀔 수는 없어요. 투트랙을 써서 에술가의 지원도 늘리고 국민의 문화향유권도 넓혀야죠. (전 정부와)달라진 게 있다면 현 정부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장 달라진 것이죠"

-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정책을 든다면

"예술가들을 위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전 정부 뿐 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없었어요. 3천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안정된 여건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월급 뿐 아니라 4대 보험도 들게 했습니다"

- 문화정책을 집행하면서 현 정부의 이념, 코드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글세...그런 얘기 있을 수 있지만 소리가 크지 않은 것 보면 그런 정책으로 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고 실제 그렇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혜택을 받던 사람이 못받으면 불평이 있을텐데 혜택받는 방법을 바꿨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겁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달려와서 데모라도 했겠죠. 저는 정책을 그렇게 하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이 지원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 기관장들을 내보낸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있어 이념적으로 좌우를 구분하지 않아요. 기관장 교체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분들이 생각을 바꿔주면 좋은데 그게 안돼요. 어떤 정책을 세워도 현장에서 집행이 안되면 문제가 있는 거지요. 처음 1년 간 조직을 정비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았습니다"

- 장관으로 내정되기 직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이명박 대통령에게 문화 관련 예산을 대폭 올려 큰 틀에서 문화의 토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드렸다고 했는데 장관이 된 후 그 조언이 현실화되고 있는지요

"그렇습니다. 문화예술 예산 자체를 전년에 비해 20% 이상 올렸어요. 국립극단 1년 예산 이 30여 억원인데 50여 억원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사회적 일자리도 만들어 3000명의 예술가들이 3년간 매월 88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4대 보험도 드는 등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왔어요. 전 같으면 연극인의 경우 한달 공연을 위해 서너달을 고생하고도 투자한 돈을 못받거나 고작 10만원 정도 받는게 현실이죠. 기본생활이 보장된다는 보장된다는 것만으로도 예술가들에겐 큰 힘이 되죠"

- 취임 1년 8개월 가량이 지났는데 가장 역점을 두었던 정책, 유장관표 정책과 대표적 성과를 든다면

"앞서 얘기한 것들이 그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국민과 예술가들에 대한 문화지원 정책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뒀고 그게 가장 큰 성과죠. 기무사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조성된 것이나 지적재산권 감시 대상국에서 제외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올해 목표를 생동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으로 설정하고 '희망 대한민국 프로젝트'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크게 보면 문화 소외지역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이 촘촘하게 전달되고 그래서 삶이 바뀌고 미래에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나 국가브랜드를 제고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를 위한 방안이 궁금합니다

"저는 상징적으로 기무사를 현대미술관으로 만든 것을 들고 싶습니다. 미술계 20년 숙원사업인데 안되던 것을 되게 한 거예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서울 중심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논리였는데 외국과 경쟁력을 갖추려면 도심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또 문화산업쪽에서 게임, 영화, 드라마 등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기보, 신보 등 국책 금융기관이 콘텐츠를 보고 자금을 대여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제도적인 보완을 하였습니다"

- 한국 문화의 세계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보는데

"그래서 한글, 한식, 태권도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이것을 두드러지게 해 국가브랜드로 하자는 것이죠. 한글만 해도 한글 문화관을 짓고 한글 대사전을 편찬하고 전국의 한글 교육기관을 통폐합해 세종학당으로 볼륨을 키웠죠"

- 요즘 국정감사 기간인데 미디어법 논란이 여전이 뜨겁습니다. 야당에서는 정치적 배경을 가진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여론도 부정적 견해가 높은데 장관의 입장은

"29일 헌법재판소 발표를 봐야 할 것같은데 위헌이면 다시 논란이 될 것이고 합헌이면 문제가 안된다고 봅니다. 부정적 여론은 미디어법을 잘 모르거나 야당의 주장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봐요. 미디어법 개정의 취지는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미디어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자는 겁니다. 저는 '정치'가 아닌 '산업'의 관점에서 미디어법을 보고 있어요. 언론을 장악하려한다면 언론을 줄여야죠. 오히려 늘리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사람이 재산이고 창의력으로 먹고사는데 콘텐츠가 많아지고 미디어산업이 발전해야 외국과도 경쟁할 수 잇습니다"

- 대한늬우스나 4대강 홍보와 같이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다시말해 정부의 대국민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있는데

"홍보의 속성상 다소 일방성을 띨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정책현장을 찾아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상방향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이 싫어하는데 하겠습니까. 국민의 소리를 늘 들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 남은 임기 동안 역점을 둘 과제를 든다면

"문화쪽으로는 지역까지 문화혜택이 갈 수 있게 하고 도농 문화 불균형을 해소할 것입니다. 2012년 임기 말 정말 많이 해소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말이죠. 그리고 지적재산권을 확실히 보장하도록 할 것입니다. 체육쪽에선 학교 체육교육을 정상화하고 관광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2012년 1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요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한 인터뷰에서 출마 가능성도 내비쳤다고 보도됐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언론에 나온 얘기는 만일 그런 기회가 생기면 그 때 가서 애기하자는 것이지 출마하겟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그 때문에 한참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일만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 어떤 장관으로 기억되길 바랍니까

" 부지런히 일하다 간 장관이면 됩니다. 얘기 안해도 남들이 정리하겠지요"

- 주간한국 창간 45주년에 대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주간한국의 창간45년을 축하합니다. 문화 중심의 주간지로 알고 있는데 창조적인 문화를 확산하는 대표 매체가 되길 바랍니다. 주간한국을 풍부하게 하려면 열심히 일을 많이 해야 겠네요(웃음). 더 큰 발전을 기대합니다"

<유인촌 장관은>
1951년. 전북 전주 출생.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사, 석사.
극단 성좌 대표, 연극전문 문화공간 `유시어터` 대표, 중앙대 예술대 조교수, 중앙대 미디어공연영상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자문위원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