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46) 뮤지컬배우 차지연'선덕여왕'서 비담 역이 가장 탐나… 내년에 가수로 만나요

드라마 <선덕여왕>의 전개를 주도했던 미실의 인기 비결은 연기자 고현정과의 완벽한 동조율에 있었다. 당당한 풍채와 넘치는 카리스마로 남성 제군을 압도하는 여장부 미실의 모습은 평소 고현정의 이미지와도 자연스레 겹쳐보인다.

<선덕여왕>의 뮤지컬화 소식이 들렸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 미실 역을 누가 맡을 것인가였다. 일단 외모와 분위기 면에서 미실의 양성적 이미지에 부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래와 연기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후보군은 상당히 좁혀지게 된다.

차지연의 미실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점들이 무난하게 납득되기 때문이다. 172cm의 큰 키에 좌중을 압도하는 풍부한 성량, 카리스마 넘치는 이목구비는 뮤지컬 <선덕여왕>의 제작진들로부터도 미실의 적임자로 인정받게 했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전작 <드림걸즈>지만, 이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를 가장 괴롭힌 것도 역시 <드림걸즈>였다. 뚱뚱한 에피 역을 소화하기 위해 차지연은 기름진 음식을 위주로 식사량을 늘리며 체중을 15kg 가까이 찌워야 했다.

반대로 이번엔 경국지색의 미인 역이니, 그간 찌운 살을 그대로 다시 빼기 위해 그가 거쳤을 고된 과정이 눈에 선하다. "너무 힘들었어요. 아침과 점심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고 저녁은 건너 뛰었어요. 또 하루 평균 4~6시간을 꾸준히 걸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빠지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미실 역을 소화하기 위해선 다이어트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고현정과는 다른 차지연 표 미실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전작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에피와 자신을 동일시했던 그에게 부과된 숙제는 무얼까.

"우선 나 스스로가 신라 제일의 미색이라고 믿을 만큼 자신을 뜨겁게 사랑하는 거죠. 그래서 '나는 아름답다'고 자꾸 되뇌이는 자기 최면도 필요해요." 하지만 차지연은 어떤 구체적인 모습보다는 미실의 섬세한 감정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어떻게 전달되는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한다.

돌이켜보면 차지연은 이미 미실처럼 당차고 화려하게 뮤지컬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일본 극단 시키(四季)에서 활동하며 <라이온킹>의 라피키 역으로 바다 건너에서도 이미 폭발적인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마리아 마리아>와 <씨왓아이워너씨>, <드림걸즈> 단 세 편만에 올해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길지 않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주목하게 하는 것은 '진솔한 발산'이다.

"그저 느끼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진솔하게 쏟아내는 거죠. 어찌 보면 무식하리만큼 토해내고 있을 때도 있는데요. 아직 다져지지 않은 그런 모습들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이렇게 인정을 받는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육상과 배구로 운동신경을 발휘하던 체육소녀는 국악 전공을 거쳐 불현듯 뮤지컬배우의 길을 선택해 무대에 서고 있다. <선덕여왕>에서 가장 탐나는 역할이 (남자 역인) '비담'이라는 욕심많은 그의 다음 도전은 뭘까.

"내년엔 가수로서도 여러분과 뵙고 싶습니다. 계획 중에 있어요(웃음)." 마음가는 대로 사내처럼 척척 꿈을 실현하는 그의 여정은, 이미 미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송준호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