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47) 피아니스트 조성진국내 10대 피아니스트서 섭외 1순위 연주자로 무섭게 성장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할 수 없다."

신수정(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씨는 자신에게 사사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16, 예원학교3)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국내의 피아노 영재로 주목 받던 조성진은 2009년의 막바지에 2010년이 자신의 해가 될 것임을 알리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 11월 일본 최고의 권위를 가진 하마마츠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것.

3년 마다 열리는 하마마츠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차이콥스키, 퀸엘리자베스, 쇼팽 콩쿠르)로 진입하기 위한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피아니스트 임동혁 역시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바 있다.

더 이상 순수 국내파 클래식 연주자들의 크고 작은 해외 콩쿠르 우승 소식이 낯설지 않지만 조성진의 낭보를 접한 많은 이들은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잇는 대형 신인의 탄생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콩쿠르 우승 소식이 전해진 후, 12월 22일에 열린 서울시향과의 협연은 조성진에 쏟아지는 관심의 바로미터였다. 티켓은 순식간에 동이 났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2500석은 빈 좌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가득 메워졌다.

서울시향과 조성진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협연이었다. 이 무대에서 연주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 협연은 소년의 빼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서울시향과 조성진은 그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다. 지휘자 정명훈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가능성에 누구보다 일찍 주목하며 한 해 동안 유례없이 세 차례나 협연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시향과 협연했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는 하마마츠 콩쿠르의 결선곡으로 선정되었다. 조성진은 덕분에 두려움 없이 연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성진이 처음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국제 대회는 200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다. 우승을 거머쥔 것은 물론 최연소상, 협연상, 폴로네이즈상의 특별상까지 휩쓸며 영재 소년의 위치를 다졌다.

그러나 이번 하마마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는 출전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조성진 역시 "처음 출전한 성인대회여서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우승 결과에 적잖이 놀라워했다.

2008년과 2009년 사이 소년은 부쩍 성장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10대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이제 섭외 1순위의 연주자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반가운 소식을 더하자면, 루브르박물관 공연시리즈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파리 무대에 데뷔하게 된 것. 사라 장을 비롯해 장한나, 길 샤함, 예프게니 키신, 막심 벤게로프 등 유명 연주자들이 거쳐간 무대로, 조성진은 2011~2012 공연 시리즈에 서게 된다.

1월 6일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의 리사이틀과 호암아트홀의 신년 음악회 등 숨가쁘게 1월을 시작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한 해 한 해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주는 그가 2010년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그 행보를 주목하게 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