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표갤러리 대표)뉴욕·런던 미술 중심지서 KIAF 홍보 등 새해 비전 밝혀화랑미술제 활성화, 예술특구 조성, 미술품 양도세 법안 유보에 전력

미술품은 작가의 영혼이 담긴 산물인 동시에 한 나라의 문화수준, 국격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작용한다.

21세기 문화시대에 미술품이 단순히 예술품 자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함의를 내포하는 배경이다. 그러한 미술품의 전시, 거래는 대게 화랑을 통해 이뤄진다.

이제 화랑의 활성화는 단지 개별 화랑의 이익을 넘어 문화국력으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국내 화랑들의 모임인 한국화랑협회의 행보에 더욱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는 상황이다.

한국화랑협회는 지난해 초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를 15대 회장으로 추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도약의 일보를 내딛었다. 그로부터 1년여 가까이 국내외 미술 환경은 변화를 거듭했고 미술시장은 여전한 한파로 녹록치 않은 해를 보냈다.

밀레니엄 10년이 되는 경인년 새해 한국화랑협회는 어떠한 비전과 전략으로 미술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침체된 미술계를 돌파해갈 것인지 표미선 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지난 한해 화랑협회 중점 사업인 화랑미술제,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미술품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화랑미술제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증가하고 지방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KIAF는 단순한 미술품 전시, 판매 행사가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문화를 확산하는 측면이 중요한데 미술 관련 강좌,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미술 관련 콘텐츠가 호응을 얻었다.

국제적인 아트페어로서 면모를 갖춰간 것과 인도특별전도 성과다. 다만 경제불황으로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이쉽다. 미술품 감정은 '빨래터' 위작 시비로 다른 작가의 작품도 의심받는 등 미술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화랑미술제 계획은

4월 부산에서, 8월엔 제주에서 개최한다. 부산은 세 번째인데 지방에서 여는 것은 미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좋은 작품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이해하고 지자체도 아트도시를 만드는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제주는 처음으로 지역에 갤러리가 적다보니 갤러리를 움직이는 셈인데 움직이는 미술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지역에서 열림에도 중앙의 대형화랑, 인기 작가에 편중되고 정작 지방 화랑, 미술계의 참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회원 화랑 중 엄격한 기준에 따라 좋은 작품을 선별하다보니 대형 화랑, 인기 작가에 일부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는 부산의 화가. 등록이 안된 화랑들에 특별 부스를 제공해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KIAF는 국내 유일의 국제아트페어로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올해 KIAF의 새로운 전략이나 비전은

그동안 KIAF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는데 치중했지만 올해는 KIAF를 해외에 알려 한국 미술의 위상을 제고할 계획이다.

3월엔 미국 미술문화 중심지역인 뉴욕 첼시에서 아모리 쇼가 열리는 동안 국내 20여 개 화랑이 참여해 한국 미술을 선보인다. 이는 세계 미술 중심지에 한국 미술을 알리고 미술시장을 개척하는 의미도 있다.

올해 KIAF 주빈국은 영국인데 2월 런던 문화원에서 열리는 리셉션에서 KIAF를 홍보할 에정이고 6월에는 전시 기획도 추진중이다 이들을 통해 KIAF가 아시아 최고의 아트페어라는 것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KIAF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일부 대형화랑, 특정 작가 위주의 아트페어에서 탈피하고 KIAF만의 정체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는데

아트페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룰이 형성돼 있다. 컬렉터는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만 구매한다는 것이다. 화랑이 추천을 해도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외면받는다. 대형화랑이나 특정 작가 프리미엄은 없다고 보는게 옳다.

오직 작품성과 켈렉터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그리고 한국 미술은 이제 국제무대에 통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고 나름대로 정체성도 갖추었다고 본다. 아시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 미술계도 점차 한국 미술을 주목하고 있다.

KIAF가 바젤아트페어와 같은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바젤아트페어가 최고의 아트마켓이 된 데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유럽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이 크게 작용한다. 한국도 1시간 30분 정도면 베이징, 홍콩, 도쿄 등에서 올 수 있다.

아트마켓은 외국 손님들이 오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미술 전체를 볼 수 있는 곳곳의 아트빌리지(Art Village)와 예술 특구에서 세금이 면제되는 아트텍스 프리 존(Art tex Free zone) 같은 것이 필요한데 이것이 현실화되면 우리의 현대미술이 아시아권에서 최고의 미술시장이 되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시비로 미술품 감정이 사회문제화되면서 객관적인 감정제도 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빨래터 원작을 보지 않고 인쇄만 보고 진위를 말하는 것은 문제다. 그로 인해 미술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미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미술을 후퇴시켰다. 사회에, 미술에 혼란을 야기하고 큰 손실을 가져온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화랑협회는 권위있는 감정위원들로 구성된 감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감정아카데미를 열어 미술품 감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지난해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3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봇물을 이뤘는데 화랑이 미술시장의 거래에만 치중하지 말고 문화로서의 '미술'에 대한 공공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아트페어는 미술품 거래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미술이 인간의 관계, 삶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매개라고 볼 때 미술시장도 그와 무관할 수는 없다고 본다.

결국 의식있는 갤러리스트가 필요한데 이들을 양성하기 위한 연구와 교육이 화랑 차원에서도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감정아카데미는 그에 부응한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발효되는 양도세 법안이 화랑에 큰 부담이 될 텐데 이에 대한 방안은

시행 예정인 양도세 법안은 미술계 현실과 거리가 있고 미술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부에 미술문화의 특징과 미술계의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 일단 법 시행을 유보시키는데 전력할 계획이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