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한 금양인터내셔날 대표코망드리, 쥐라드, 샤블리 이어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 기사 작위 받아

서울 사무실 벽에 걸린 와인 훈장 상패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양한 대표
코망드리, 쥐라드,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 샤블리 등… 여전히 낯설게만 들리는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프랑스 와인 문화 전파에 공을 세운 이들에게 수여되는 일종의 '명예 와인 훈장'들 이름이다.

하나도 받기 쉽지 않은 이런 훈장을 4개나 받은 한국인이 탄생했다. 영예의 주인공은 김양한 금양인터내셔날 대표. 명실공히 국내 최초의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 '4관왕'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좋죠. 하지만 훈장이라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홍보대사라는 취지니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뭘…" 4관왕 달성에 대해 김 대표는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겸손하게만 말한다.

원래 김양한 대표가 갖고 있던 타이틀은 세가지. 코망드리(메독, 그라브), 쥐라드(생떼밀리옹), 그리고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샤블리의 기사 작위다. 여기까지는 3관왕. 최근 그는 부르고뉴 지방의 기사작위인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을 받으면서 국내 '최고 와인 기사'란 타이틀을 얻었다.

보통 프랑스 와인 3대 명예 훈장으로 꼽히는 것은 보르도 지방의 코망드리와 쥐라드, 그리고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 이전까지 국내에 이 세가지 와인 훈장을 받은 3관왕은 나라식품의 이희상 회장과 까브드뱅의 유안근 대표 단 두명이다.

국내 최다 4관왕이 된 김 대표에게 하나 더 추가된 메달은 샤블리 작위. 원래 샤블리까지 포함해 3관왕이긴 했지만 메이저 중 하나인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이 빠져서 조금은 아쉬웠었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타스트뱅 작위를 보태면서 메이저 3관왕과 4관왕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은 전 세계에서 부르고뉴 와인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추천 받아 심사한 후 그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수여하는 작위다.

기사 작위 협회 '콩프레리 디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은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지금은 전 세계 각지에 지부를 둔 세계적 콩프레리로 발전해 부르고뉴 와인을 알리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최대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의 대표로서 한국 와인시장에 부르고뉴 와인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점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보통 '콩프레리'란 한 지역에서 같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 및 산업계 관련 인사들의 모임을 말하는 단어다. 보르도 지역의 공프레리는 '코망드리', 부르고뉴에서는 '타스드뱅 기사단'이라 부른다.

슈발리에(Chevalier)는 중세 유럽에 등장했던 이른바 '기사' 작위로 현대에 와서는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인 레종 도뇌르의 5등급 지위를 말한다. 이번에는 전세계에서 모두 39명이 타스트뱅 작위를 받았다.

"저 개인 보다는 회사가 와인을 많이 팔고 알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회사가 받아야 되는데 제가 받았네요. 무엇 보다 일반에게 이들 와인 훈장 이름을 한 번 더 알리게 된데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다." 김 대표는 수상 소감에 대해 "더 많이 와인을 알리고 팔으라는 메시지로 받아 들인다"고 말한다.

원래 해태제과와 음료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주류업계로 진출하면서 금양인터내셔날을 줄곧 와인업계의 선두로 이끌어 오고 있다.

지난 해 매출은 950여억원(소비자가 기준) 수준. 산페드로 1865와 몰리나, 콘차이토로 트리오, 모스카토 와인인 간치아 등이 대표 브랜드들. 전세계 60여 브랜드 650여종의 와인들을 다루고 있다. 해마다 다른 빈티지까지 계산한다면 그 보다 몇 배 많은 수치가 나온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지난 해 무척 힘들었습니다. 와인 시장도 매출 감소에 허덕였으니까요." 지난 해 와인 가격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랐다.

더불어 할인 행사가 많았던 것도 특이한 현상. 가격이 올라 잘 안팔리니 궁여지책으로 세일이 많았던 탓이다. "그만큼 기업들의 채산성도 악화된 것이 사실이지요."

김 대표는 국내 와인 문화가 여전히 진화중이라고 단언한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중·고가 와인을 선호하죠. 입이 고급화됐다는 의미인데 저가 와인부터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체 입장에서 비싼 와인을 많이 팔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그는 와인의 단계를 강조한다. 초보자들이 저렴한 와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길게 보면 그것이 더 좋은 와인 시장을 형성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와인에 대한 경륜이 쌓이고 수준이 올라가게 되면 자기 취향에 맞는 와인을, 비록 고가라도, 찾게 됩니다. 와인에 대한 참 맛을 알게 되거나 자기만의 맛 색깔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김 대표는 실제 와인 생산지에 가면 그들과 '비싼 와인만이 아니라 가벼운 테이블 와인부터 마시기 시작한다"고 전한다.

와인을 파는 김 대표는 크리스찬이다. 주량이 많거나 세진 않지만 테이스팅에는 예리한 입맛을 동원한다. "와인을 딱딱하고 어려운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모르면 물으면 되고 괜히 창피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아는체 하는 것이 더 어색하죠. 무엇 보다 분위기에 맞춰 즐기는 것이 최선입니다."

와인 문화에 정통하고 해박하기로 유명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덕분에(?) 삼성 그룹 임원들은 한 때 골머리를 앓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 상사의 기호와 수준을 따라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못따라 갔기 때문인 듯. 김 대표는 "와인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 말고 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럼 4관왕을 달성한 김대표에게 남은 것은? ;사실 와인 훈장은 몇 개 더 있다. 프랑스 론와인이나 알자스 랑그독 등 군소 지역까지 포함하면 5관왕 이상의 다관왕 획득도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지역의 제품을 다 취급하고 팔 수는 없잖아요." 김 대표는 앞으로 "적당한 기회가 오면 와인 문화발전을 위한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콩프레리 데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Confrerie des Chevaliers du Tastevin)

보르도의 코망드리(Commandrie)가 국제적 명성과 실력을 가진 보르도의 대표적 콩프레리라면, 이 부르고뉴의 대표적 콩프레리는 '타스트뱅 기사단' 이다.

'슈발리에(Chevalier)'라면, 중세 유럽에 등장했던 이른바 '기사' 작위다. 군사력과 리더쉽을 가지고 독립된 영지를 통치했으며 주군에 충성을 다했다. 현대에 와서는 프랑스 정부에서 수여하는 공훈장(Legion d'Honneur)의 5등급 지위를 일컫는다. 상징적으로,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에 봉사하는 사람들을 수준 높게 부르는 명칭이기도 하다.

부르고뉴의 타스드뱅 기사단: 프랑스 최고의 콩프레리

가장 오래된 역사와 실질적 활동을 하고 있는, 프랑스 콩프레리의 정상에 있는 단체가 '타스트뱅 기사단'이다. 1930 년대의 연이은 악재와 최악의 빈티지로 부르고뉴 와인산업이 힘들었을 때, 부르고뉴 와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하여 이 단체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1934년 11월 16일 한 지하 꺄브에서 조촐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지금은 전 세계 각지에 지부를 둔 세계적 콩프레리로 발전하며 부르고뉴 와인을 선전하고 있다. 본부는 유명한 그랑크뤼 포도밭이 있는 샤토 클로 드 부조(Chateau du Clos du Vougeot)에 있다. 샤토 클로 드 부조는 시토교단의 수도원으로서 16세기에 건립되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옛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으며, 부르고뉴 와인산업의 상징적 건물이 됐다.

기사단의 모든 회원들은 화사한 전통 복장을 입는다. 부르고뉴 와인을 상징하는 선명한 루비 칼라와 황금색 수견, 그리고 순백색 카라가 수려함과 동시에 깔끔함을 연출한다. 목에 거는 금색줄에 달린 은색 타스트뱅(Tastevin)은 이 콩프레리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