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바이올리니스트 첫 내한 공연 성황리 마쳐

짙은 눈썹과 도톰한 입술, 다부진 체격을 가진 프랑스 출신의 로랑 코르샤는 바이올린을 켤 때 한층 매력적이다.

지난해 EMI에서 출시된 그의 첫 앨범 <시네마> 발매에 이어 지난 28일, 한국 무대(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관객과 마주한 로랑 코르샤. 첫 내한 콘서트의 분위기는 그의 연주만큼이나 뜨거웠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바이올린과 현악 사중주 등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구성된 레퍼토리 속엔 '시네마 천국', '모던 타임즈', '금지된 사랑', '티파니에서 아침을', '화양 연화' 등 영화 속 명곡들로 채워졌다.

감미롭거나 박진감 넘치는 영화음악은 그의 야성미를 열정으로 치환하고 잠재운 이성 위에 농도 짙은 감성을 불러냈다.

그는 영화음악 외에도 라벨의 '하바네라', 드뷔시의 '소나타', 그리고 '후지코의 왈츠'를 들려줬다. 마지막 곡은 청력을 잃은 일본인 피아니스트를 위해 로랑 코르샤가 직접 작곡한 곡이다.

프랑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로랑 코르샤는 이슈가 많은 아티스트다. 미국 연예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바이올리니스트,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LVMH)'으로부터 최고의 명기인 171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받은 연주자.

그는 파가니니 콩쿨 우승, 쟈크 띠보 콩쿨 그랑프리 등 화려한 국제적인 커리어를 자랑하며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소화하는 재주꾼이지만 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어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열린 연주자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일간지인 르 몽드는 로랑 코르샤의 음악성에 대해서 이 같이 설명한다. "로랑 코르샤는 지금까지의 모든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서 자유와 존재감, 그리고 상상력을 모두 갖춘 매우 드문 연주자다. 그의 연주는 테크닉은 물론 카리스마를 비롯한 모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열정적인 연주로 '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수식이 잘 어울리는 그는 한국과 인연이 많다. 기억 속 한국은 두 명의 여성 연주자와 하나의 영화, 그리고 프랑스식 한국음식으로 정리된다.

"어린 시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바로크 앨범을 들으면서 연주자 꿈을 키웠어요. 그리고 2008년에는 '롱티보 콩쿠르'심사위원 자격으로 한국의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의 연주를 들었죠. 나이답지 않게 연주가 무척 성숙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에 오면 프랑스식 한식이 아닌 '진짜'한식을 먹어보기로 벼렸다고도 말했다.

첫 앨범 <시네마>를 발매한 이후, 전 세계 공연 여행을 하고 있는 그는 이런 인연 때문에 한국 행을 고대해왔다. 막상 방문한 한국은 어땠을까.

"다른 지역은 가보지 못했지만 서울에 막상 도착해보니 도시의 분위기는 굉장히 활기차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서울 여유가 생기는 대로 서울의 곳곳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음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로랑 코르샤는 2006년에 프랑스 퀴어 무비인 <내 인생의 남자(L'homme de sa vie)>의 영화음악을 편곡한 적이 있다.

이 음악은 그의 음반에도 수록됐고 프랑스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이듬해 끌로드 밀러 감독의 영화 <언 시크릿(Un secret)에 사용되기도 했다.

같은 음악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에서 그만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로랑 코르샤가 영화음악을 작업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음악은 사람의 정서와 기억을 환기하는 힘을 갖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영화음악이 가장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채플린의 영화와 음악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 앨범에 수록했고 이번 공연에서도 연주합니다. 음반 수록 곡이나 이번에 연주하는 영화음악은 모두 제가 좋아하는 곡들이지만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찰리 채플린은 자신의 모든 영화음악을 직접 작곡했다. 악보를 볼 줄도 모르고 작곡도 공부한 적이 없던 그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도 모두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조수를 시켜 악보로 옮겨낸 악상은 낭만적이면서도 시적이다. 로랑 코르샤가 그의 음악에 취할 수 밖에 없던 이유다.

폭넓은 감정을 표현하는 바이올린 덕에 영화음악을 연주하기가 한결 즐겁다는 로랑 코르샤. 1996년부터 늘 함께 해온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잔(Zahn)'이란 이름을 붙여준 그는 "몇 백 년이 흐른 지금도 최고의 악기이자 신비한 음색을 짓는 악기"라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미디어와 팬들의 찬사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그는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음악"이라며 말을 마쳤다.

로랑 코르샤의 국내 첫 내한공연을 놓친 팬들은 지난 27일 공연된 EBS TV '스페이스 공감'의 녹화방송을 통해 조만간 만나볼 수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