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플러스 채널사업실 제작2팀 김경남 차장현재 7개 프로그램 진두지휘… 획기적 토크쇼 계속 구상중

1991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식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 <쟈니윤쇼>가 전파를 탔다. 당시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형식의 이 토크쇼는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지금까지 '토크쇼의 전설'로 남아있다. 그 중심에 SBS 플러스 채널사업실 제작2팀 김경남 차장이 있다. 그는 <쟈니윤쇼>의 기획 단계부터 작가로서 참여하며 '전설적' 토크쇼의 한 획을 긋는데 일조했다. 이후 <주병진쇼> <서세원쇼> 등을 연이어 집필하며 토크쇼 전문 작가로의 꿈을 키워갔다.

김경남 차장은 이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로 자리를 잡으며 방송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예능 작가로서 16년간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케이블 채널 ETN의 콘텐츠 개발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당히 예능 프로그램의 PD로 타이틀을 바꿨다. 현재는 케이블 채널 SBS ETV에서 7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프로듀서다. 작가에서 PD로 2년째 생활 중이다.

"대본을 안 쓰는 작가로 유명했어요. 대본을 쓰지 않고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했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의 큰 기본틀을 두고 세부적인 건 제작진과 유기적으로 회의하면서 호흡을 맞췄어요. 그러면서 프로그램의 MC 기용부터 내용 구성까지 제가 다 알아서 하곤 했죠. PD들과의 호흡도 좋아서 당시에는 제게 맡긴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 경험들이 PD가 되는데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김경남 차장은 2007년 KBS <경제비타민>의 메인 작가로 활동을 끝으로 예능 PD로 눈을 돌렸다. ETN에서는 <백만장자 쇼핑팩> <응삼아 장가가자> 등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두 프로그램은 각종 여성 단체들에 좋지 않은 반응을 얻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방영됐다. 그는 당시 케이블 채널 60위권 밖에 있던 ETN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예능 PD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SBS ETV의 러브콜을 받아 <아이돌 막내반란시대>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연달아 선보였다. 올해 2차 개편을 하면서 그는 토크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정선희, 이경실의 철퍼덕 하우스> <거성쇼> <조형기, 박준규의 형님식당> 등 세 편의 첫 방송이 연이어 전파를 탔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정선희, 늘 '2인자' 이미지인 박명수, 40~50대 남성들의 대표격인 조형기와 박준규 등 MC들의 조합이 이채롭다.

"토크쇼는 진솔함이 있어야 재미가 있다고 봐요. 또 MC 구성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상처가 있는 정선희는 게스트로 출연하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더 진솔하게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되고, 박명수는 '2인자'라는 모습이 어쩐지 우리와 많이 닮아 있어서 친근하죠. 남자 40~50대 배우들을 MC로 기용한다는 건 모험이에요.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들을 엮어보고 싶었죠. ETN의 스토리텔링과도 잘 맞아 떨어졌고요."

김경남 차장은 SBS 개국 공채작가다. 하지만 예능 작가였던 그의 이력보다도 더욱 흥미롭게 출발선을 끊었다. SBS는 개국 당시 구성 작가들을 꾸리기 위해 일주일 동안 시험을 보며 공채 작가를 선발했다. 그는 하루에 한 편씩 코미디, 다큐멘터리, 쇼 등을 쓰는 실기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고향인 전북 군산에 내려간 이후에도 패배의 쓴 잔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100개의 기획안을 자필로 직접 써서 SBS에 보냈고, 이 기획안은 개국 전까지 PD들 사이에서 돌고 돌아 그를 다시 불러들이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그의 100개 기획안을 감명깊게(?) 읽은 예능국의 한 PD는 그를 불러들였다. 김 차장이 <쟈니윤쇼>와 만나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뇌는 상상하는 것과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요. SBS 작가 시험 전에 혼자 완공되지 않은 방송사 건물을 올라 다니며 미래의 꿈을 다잡았죠. 언젠가는 이 건물에서 꼭 일 해보겠다는... 20년 전 꿈꿨던 건물을 둘러봤던 곳에서 결국 제 꿈을 이룬 셈인가요?(웃음)"

김경남 차장은 케이블 예능 PD로서 많은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할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케이블 채널 tvN <롤러코스터>와 Mnet <슈퍼스타 K>를 케이블 방송의 변화기를 이끌었다고 평한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외에 케이블 방송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이 잘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두 프로그램은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이 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주저없이 표현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부터 케이블 방송의 시청률이 지상파를 역전했다는 것. 우리나라 방송 환경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만간 역전되는 건 시간문제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패션과 라이프 등 관련 케이블 방송은 선진국을 따라가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해 3개월에 한 번씩 개편하는 케이블 방송의 성향이 그와 잘 맞았다.

"올해 세 편의 프로그램을 제작했지만 조만간 또 다른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해요. 케이블 방송이 장점인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많이 기획해 보려고요. 현재 7개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지만, 20년 간 늘 성적표를 받아왔기 때문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은 없어요. 유쾌하고 긍정적이지 않고는 이 바닥에서 살아나지 못하니까요. 배우 안성기씨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던 건 감독의 말에 단 한 번도 '노(NO)'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기본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으면 방송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해요. 슬플 겨를이 없죠. 하하!"

김경남 차장은 예능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감정 전환이 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배들에게도 "즐겁게 일하자"를 모토로 내세운다. 끊임없이 재밌고 즐거운 것만 생각해야 하는 예능계에서 당연한 발상인지도 모른다. 그는 인터뷰하는 내내 자신이 다음에 내놓을 기획안에 대해 털어놓았다. 지상파 방송이었던 <경제비타민>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돈' 이야기를 케이블 방송에서 유연하게 풀어내고 싶다는 계획이다. 또한 가짜를 진짜처럼 활용하는 기법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만들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은 포부도 밝혔다.

"토크쇼에 애착을 갖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토크쇼들도 계속 구상중이죠. (게스트로 모시고 싶은 사람을 묻자) 유승준이요. 한 인물을 죽이는 우리 문화가 좀 바뀌었으면 해요. 같이 용서해주는 문화가 미국 토크쇼들처럼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가치관의 차이일수도 있지만, 방송에 나와서 용서를 구하면 박수쳐 주고 용기를 주는 방송 환경이 됐으면 해요. 그런 철학으로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김경남 차장은...
1991년 SBS 개국 공채작가 출신이다. 이후 <쟈니윤쇼> <주병진쇼> <서세원쇼> <야한밤에>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경제비타민> 등 지상파 방송 예능작가로 활동했다. 2008년 ETN 콘텐츠 개발팀 부장. 2009년부터 현재 SBS 플러스 채널사업실 제작 2팀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