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최 (주)씨제이스 월드 대표국제 PR 스폐셜리스트, 한국인 첫 오스트리아 국가공로훈장 은장 수상
"오스트리아가 대단한 나라이고 정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냥 20여 년간 열정을 가지고 애써온 것뿐인데 그것을 인정해 준다니 감사하죠."
한국에서 오스트리아 국가 인지도 향상과 국가 브랜딩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수여받은 낸시 최 ㈜씨제이스 월드(CJSW) 대표의 수상 소감이 조금은 뜻밖이다. '훈장을 굳이 받아서 기뻤다'는 생각 보다는 '그런 것을 주기까지 하느냐'는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인드에 스스로도 놀라는 표정이다.
낸시 최는 글로벌 홍보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1990년 국제마케팅PR 전문기업인 CJSW를 설립한 후 유럽 다수 나라의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홍보를 맡아왔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은 국제PR 스페셜리스트.
그녀가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은 항공사 경력에서부터 출발한다. 첫 직장은 네덜란드계 항공사인 KLM. 10년 넘게 일하면서 테이블 매너부터 마케팅, 영업, 고객 심리 등 여러 분야에서 단단히 '무장'을 쌓았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 직원을 네덜란드까지 데려가 수개월간 철저히 직무 교육을 시키던 시절이었는데 이 때의 배움이 인생의 큰 자산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노스웨스트항공으로 적을 옮겼다. "같은 백인사회지만 미국과 유럽이 그렇게 다른 줄 처음 알았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와 물자가 풍부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처음으로 실감했지요."
낸시 최는 이 두 가지 경험이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유럽, 미국 중 만약 한 가지 경험만 했다면 글로벌 월드에서 아마 반쪽 인간에 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양쪽을 비교할 기회를 가진 것이 세계를 균형 있게 이해하는 데 절대적 도움이 됐다고 한다.
특히 오스트리아와는 20년 넘게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다. 우연한 기회에 오스트리아 국적 항공사 홍보 행사를 돕게 되었는데 그것이 출발점이 된 것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 철저합니다. 같이 일 할 사람, 회사가 누군지, 어떤지 다방면에 걸쳐 철저하게 검증을 거치지요."
실제 훈장을 수여하는 오스트리아 정부도 대단하다. 그녀가 훈장 수여 대상자로 상신된 것이 2008년. 심사 기간만 1년여에 여러 차례 조회를 거쳐 비로소 확정됐다. 하인즈 휘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대신해 서울 성북동의 오스트리아 관저에서 요셉 뮐러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훈장을 수여했다. 뮐러 대사는 "34년 외교관 생활 중 국가 공로 훈장 은장을 외국인에게 수여해 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낸시란 이름은 학생시절 여행 중 외국인 친구 집에 가서 머물다가 우연히 얻게 됐다. "주인 내외가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그냥 중국인 '낸시 웡'이 생각나 낸시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낸시가 돼버렸네요." 이 때 집주인은 그녀가 한국인인 것을 쉽게 알아봤다고 한다. "웃을 때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는데 이를 보고선 대뜸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들었어요."
그녀가 펴낸 책에는 세계를 향한 마케팅과 전략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변화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경험담과 교훈들이 담겨 있다. 그 동안 전세계를 대상으로 일해 오면서 겪고 일어났던 비즈니스와 사건들의 에세이 형식이다. 그래서 읽는 이에게 '어떻게 라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 그녀가 일하면서 보였던 열정과 창의성, 노하우는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훈장 수여식에서 뮐러 대사는 그녀를 '미스 오스트리아 인 코리아'로 불렀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오스트리아 무역대표부 베르너 솜베버 상무참사관은 '영원히(forever)'라고 큰 소리로 덧붙였다.
"가슴이 찡했어요. 그렇게 사람을 신뢰해 주고, 저도 오스트리아에 감사해야 된다는 것을 느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서로 전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 같아요."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