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 서울 디지털 포럼 2010서 밝혀

제임스 카메론
"3D는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3D가 보여준 새로운 기술과 파도는 우리의 미래 방향을 결정지어 준 혁명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아바타'. 아직도 영화계 최대의 화두로 남아 있는 이 대작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서울에서 3D 입체 기술이 선사할 미래 세상을 펼쳐 보였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2010을 통해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아바타 영화의 2D와 3D 격차인데 전세계에 걸쳐 2D로 관람한 이들이 60%, 3D 관람객이 40%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수입은 전혀 그렇지 않죠. 3D 관람 티켓 판매 수입이 거의 80%에 육박합니다. 2D 관람객 숫자가 더 많았지만 수입면에서는 20~25%에 그친 것이죠."

그는 한국에서도 아바타 3D열풍이 대단했지만 해외에서는 더 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에서만 50% 이상의 극장에서 3D로 상영, 1억 5000만 달러, 러시아에서도 300개 3D 상영관에서 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해외 영화 상영이 벌로 없었던 러시아 영화시장에서 이는 10년 전 상상할 수도 없는 기록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도 아바타 개봉 전 한 달간 100개 이상의 극장이 서둘러 3D 상영 시설을 설치했다.

캐머런 감독은 3D 영화 흥행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아직도 부족한 3D 상영관 수를 꼽는다. 아바타의 경우도 한창 열기를 내뿜고 있을 즈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되면서 3D상영관을 뺏기는 바람에 타격을 입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직도 여러 편의 입체 영화가 동시에 상영되기에 3D스크린 수는 절대 부족합니다." 하지만 지금 수천 개 스크린이 내년까지 예정으로 3D 시설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3D SF 서사시로도 불리는 그의 작품 '아바타'. 이를 계기로 과연 3D 영화가 미래 영화의 표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처음 무성 영화에서 음성이 가미된 영화가 나올 때 많은 배우들이 사라졌습니다. 목소리가 엉망이라는 반응 때문이죠.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칼라 영화 바람을 일으키고 표준으로 자리잡는데 20여 년이 걸렸습니다." 캐머런 감독은 "3D 영화가 대세로 자리잡는 데는 이보다 훨씬 짧게 걸리고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3D 영상은 영화에서뿐 아니라 TV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는 데 그 역시 공감한다. 주요 가전 디스플레이 기기 중 특히 3D가 빛을 발할 분야로 그는 PDP나 LCD 등 대형 스크린을 거론한다. 3D와 대형스크린이 만나는 것은 최고의 궁합이고 반드시 성장할 분야라는 시각이다.

일례로 스포츠나 레이싱 같은 영상을 3D로 보여주면 시청자의 호응이 뜨거울 것이라고 그는 예상한다. 지금 기술에서도 카메라나 TV세트, 네트워크 전송 방식 등 모든 면에서 3D보급에 장벽은 없다. 하지만 3D는 모든 콘텐츠와 기기에 부가가치를 더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렇다고 다만 모든 프로그램을 지금 3D로 제작 방송하는 것을 주장하진 않는다. 현재의 3D 카메라 장비나 제작진 여건상 불가능하기 때문. "TV가 HD(고화질 방송)로 전환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3D TV는 상황이 다릅니다. 근본적인 기술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3D를 위해 새로운 제작 장비, 인력 교육, 문화까지 모든 것이 바뀌어야만 합니다."

3D 영상 제작의 어려움도 그는 토로한다. 3D는 숙련된 전문가들을 필요로 한다. 2개의 독립된 렌즈로 촬영하는데 순간순간마다 매우 세심하게 조정작업이 이뤄진다. 물론 컴퓨터 서버가 피사체의 초점을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 선정을 해주긴 하지만 역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3D 영상을 보고 눈이 피로하다든가 두통이 온다고 호소하는 불평은 대부분 여기에서 온다.

하지만 아바타 영화를 3D로 보고 '힘들었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캐머런 감독은 "2시간 40분 상영시간 내내 눈의 피로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애쓴 결과"라고 말한다. 수년간 테스트를 했고 카메라 렌즈를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을 구현해내는 데 수 천시간 동안의 다양한 환경과 경험이 있었다는 것.

"3D 영상에 대한 기존의 교과서들은 몽땅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습니다. 경험과 연구만으로 새롭게 룰을 만들었죠. 카메라 촬영과 후반 제작, 전송 등 전 과정에서 새로운 툴을 적용했습니다." 그는 "만약 이같은 노력과 기술적 결과가 없었다면 아바타는 결코 전세계에서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3D 영상은 게임 산업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사실 벌써 큰 요소가 되고 있지요. 어쨌든 3D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더욱 강하고 현장감 있게, 감정적 효과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렇다고 3D 영상이면 무조건 최고라는 얘기도 아니다. 캐머런 감독은 양질의 3D 콘텐츠만 그렇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관람객이나 시청자들이 속았다고 느끼며 나쁜 경험 때문에라도 3D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3D 열풍에 힘입어 종전의 2D 대작 영화들을 3D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높다. 캐머런 감독은 이에 대해서는 조금은 부정적이다. 비록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 '마술봉이나 마술 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기존의 명작들을 불과 며칠 만에 2D에서 3D로 바꿔주길 기대한다면 바보 같은 생각이죠. 납을 금으로 만들어준다는 연금술사와 비슷한 얘기입니다." 3D 전문 장비와 기술로 힘들여 촬영한 영상이 후딱 기계적으로 처리한 3D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많은 영화제작자들은 이 방식이 3D 제작보다 비용이 덜 들 것이라 생각해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칫 잘못되면 3D 시장을 목 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굳이 2D에서 3D로 전환할 만한 기존의 영화로 그는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등을 꼽는다. 지금이야 호기심에서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몇 년만 지나면 화제가 안 될 것으로 그는 내다본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세계 영화 스크린의 50%, 혹은 80%까지라도 3D 보급이 되는 데 얼마나 걸릴지도 궁금하다. 그는 "예전처럼 25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마도 3년 후면 20%, 8년 정도면 50%, 혹은 더 빠를 수도 있다.

또 3D 영화와 3D TV 중 무엇이 더 빨리 발전할까? 아직 장담할 순 없지만 가정에서의 3D TV보급이 영화 시장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그는 본다. "집에서 3D로 보는데 2D 극장에 올까요?"

3D 영상을 시청하는 데 안경이 불편하다는 이들도 있다. 아마도 안경 없이 3차원 디스플레이 시대가 도래하는 것도 그는 이르면 5년 안에 온다고 기대한다. 우선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시청하는 TV 보다는 혼자서 볼 수 있는 PC 모니터나 개인 모바일 휴대 기기에서 먼저 시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바타를 흥행시키고 성공가도를 질주 중인 캐머런 감독은 지금 무엇을 구상 중일까? 그는 아바타 속편에 대한 발표가 수개월 내 있을 것이라며 제작 기간은 3년을 예상한다고 털어놨다. 판도라 행성의 바닷속 생태계 이야기인데 나비족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기존의 아바타에서보다 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를 처음 쓴 것이 1995년 입니다. 2005년에 3D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지요. 그 전에 기술 이 성숙이 안 돼 기다렸습니다. 제작에 거의 4년이 걸린 셈이죠." 아직도 3D 기술은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화면의 어두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더 밝게 찍어야 하고 지금의 초당 25프레임도 3D 영상으로는 느린 편이다.

한편 전용덕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촬영감독이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볼 의향이 없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전혀 다른 분야라 쉽게 도전할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즐긴다"고 대답했다.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등 성공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이에 대해 그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그 다음은 유능한 인재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 그래야만 창의력이 발휘되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꿈꾼 것은 대부분 이루었다는 그는 "화성에 가보는 것이 꿈"이라 말한다.

"경쟁자가 누구냐고요? 한국적인 질문이네요. 질문이 맘에 듭니다." 다른 작품을 보고 항상 스스로 개선의 길을 찾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다는 그는 "아무리 기술혁신이 이뤄져도 가장 중요한 것은 휴먼 스토리텔링이며 둘이 압도되지 않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끝을 맺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