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66) 조각가 이원석개인전 통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 가득 채워

전시장 한가운데에 바벨탑이 서 있다. 천장을 찌를 듯한 높이다. 그만큼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뜻이다.

모래가 흘러내려 층마다 쌓여 있다. 하지만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는 듯 공사는 계속된다. 꼭대기에 덜렁 올라 앉은 포크레인 모형이 허공을 향해 연거푸 삽질을 하고 있다. 그 모양새가 위태롭다.

이원석 조각가의 작품 <위이잉 위잉~>이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개발 논리로 몸살을 앓는 한국사회의 현황이다. 용산참사와 4대강 사업이 겹친다.

바벨탑 옆에는 황금돼지 기둥이 있다. 복된 상징들의 결합이니 그야말로 '대박'인데, 너무 번쩍거리는 것이 오히려 수상하다. 돼지들은 심지어 귀 막고, 눈과 입을 가린 채다. 이원석 조각가는 이 작품이 한국사회의 정신적 축이라고 설명했다.

"공자 말씀 중 '비례불청, 비례불시, 비례불언'이라는 것이 있어요.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뜻이죠. 이런 유교적 전통이 한국사회의 바탕이었죠.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이익이 예를 대체한 것 같아요. 이익 되는 것이 아니면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하지도 않게 되었죠."

이 모르쇠의 살풍경을 오토바이 한 대가 빙빙 돌고 있다. 동물의 탈을 쓴 사람들을 태운 채 끊임없이 우회전 중이다.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생각과 말들을 빗댄 것이다. 그래서 작품 제목이 <무한질주-우측통행>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이원석 조각가의 개인전 <野蠻 barbarism>은 이처럼 현실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으로 가득 채워졌다.

"86학번이어서인지 낭만적 정의감이 있어요.(웃음)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사회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있죠. 물질 문명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소수가 잘 살기 위해 인간에게 합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익을 향해 질주하는 사회는 문명이 아닌 야만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번 전시의 주요 모티프가 돼지와 개인 것은 그 때문이다. 돼지가 뜻하는 탐욕과 개가 뜻하는 맹목적 충성이 이 시대 폭력성의 두 바퀴다.

<그들도 우리처럼>이라는 작품은 개와 돼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색색의 점이 박혔다. 예쁘지만 방심하면 안된다. 이 세대의 인간과 사회, 자연을 희생하는 대가로 제시되는 달콤한 환상이다.

하지만 다시 바벨탑으로 돌아가 천장을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지기는커녕, 하수구 구멍이 뚫려 있다. 하수구 속에서 길을 향해 올려 찍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것. 행인들이 관객의 머리 위를 무심하게 밟고 지나가는데, 마음이 착잡해진다. 이원석 조각가의 작업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