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68) 현대무용가 인정주<댄스 인터뷰> 업그레이드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 모색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무용가들. 진지한 표정으로 허공을 한참동안 응시하는가 하면, 팔짝 뛰었다가 땅바닥을 뒹굴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누군가의 선도박수를 따라 무용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관객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공연이 끝나면 예술가는 안도하지만, 관객은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그 예술은 누구의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 품을 법한 이 의문은 오늘날 춤 예술의 침체 위기를 설명해준다.

물론 무용가들도 이런 위기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이제 무용가들은 끊임없이 관객에 말을 걸려 하고, 또 그런 데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찾는다.

지난해 말과 지난달 <댄스 인터뷰>라는 작품을 선보인 현대무용가 인정주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지난해 공연기획사 정 아트비전이 주관하는 영 아티스트 클럽(Young Artists Club, YAC)에 선정됐던 인정주는 당시 선보인 <댄스 인터뷰>를 올해 YAC 시즌1에서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40분에 가까운 공연은 시작부터 독특하다. 인정주와 그가 속한 '오! 마이 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대표인 밝넝쿨,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춤보다 말을 먼저 시작한다. 극적 설정이라고 하기엔 대화의 형식이 너무 직접적이다. 뭐지, 이건? 어리둥절한 사이 인정주의 공연은 낯설지만 흥미롭게 시작된다.

춤에 '인터뷰'라는 형식이 가미된 것은 '소통'이라는 YAC 프로젝트의 주제에서 출발했다. 인정주는 그 주제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이해불가한 몸짓 대신 그냥 '말'로 풀어낸다. 아니, 무용가가 몸짓이 아닌 왜 말로 표현을 하나. 우리들과 같은 의문을 출연자인 밝넝쿨이 대신 해주고, 인정주는 다시 답한다.

"소통은 공유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작업조차도 사실 불분명할 때가 있거든요. 다른 무용가와 작업할 때는 말할 것도 없겠죠. 이런 점들을 풀어내려다보니 '인터뷰'라는 형식이 자연스럽게 들어왔어요,"

업그레이드된 이번 <댄스 인터뷰>에선 특히 두 무용가의 견해차와 그것을 상쇄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엄두도 안 나는 '관객과의 소통' 대신, 자기 확인과 무용가 간 소통부터 소박하게 출발하겠다는 인정주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오! 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와 '밝넝쿨'이라는 이름 뒤에 있었던 인정주는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로 자신을 드러낼 계획이다. 'S-프로젝트'가 그것. 그동안 무용단을 위해 작업해왔던 그는 S-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식구'를 완전히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다. 올해 하반기엔 KOREA MOVE 국제교류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를, 내년엔 MST(Montreal-Seoul-Tokyo) 국제교류프로젝트에 한국대표로 나가야 한다. 그동안 인정주라는 이름은 잠시 오! 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이름 뒤에 감춰진다.

그래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젊을 때 모든 힘을 다 쏟아붓고 나중엔 소모적인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소박하지만 호흡이 긴 무용가로 기억되고 싶기"때문. <댄스 인터뷰>에서 인생의 파트너인 밝넝쿨과 어우러지는 그의 춤은, 그래서 나이답지 않게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