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71) 독립큐레이터 그룹 시.소A40대 작가가 추억하고 20대 작가가 상상한 전시 <이모를 찾아라!> 기획

지난 3일 저녁 서울 홍익대 앞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 옥상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올랐다.

노릇한 냄새를 맡고 찾아든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한바탕의 파전판. 한켠에서 '이모님' 한 분이 프라이팬을 익숙히 놀리고 사람들이 파전과 안부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먹는 동안 인도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이날 시작한 전시 <이모를 찾아라!>의 오프닝이었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홍대 앞 시장통 곳곳에서 허름하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이 아늑하게 드나들 수 있는 선술집과, 그곳에서 밥과 술과 은신처와 정을 푸지게 내어주던 이모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에서 기획된 전시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1층과 지하1층에는 40대 작가들이 추억하고, 20대 작가들이 상상력으로 추적한 '이모집' 작업들이 전시되었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저들, 이모님과 손님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파전을 나르는 젊은 큐레이터들이다. 독립 큐레이터 그룹 '시.소 A(S.I.S.O A)'다. 갤러리와 미술관 등 특정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채 그만큼 자유롭게 독창적인 일들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네 명의 독립 큐레이터 김지혜, 김동현, 김하얀, 이지혜가 의기투합한 것은 2년 전. 이후 지금까지 KTF 디 오렌지 갤러리, 대우증권 갤러리 등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소 A는 '시각예술 소통을 위한 젊은 집단 A'의 줄임말이다. 원대한 포부를 담고 있으나 모양과 발음은 경쾌한 이름만큼이나, 이들의 프로젝트에도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과 그것을 풀어내는 재기발랄함이 공존한다.

<이모를 찾아라!> 역시 파전과 함께, 이모집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공론장에 대한 기억을 불러낸다. 개발과 자본 논리에 의해 밀려난 이모집은 단지 값싸고 맛있는 음식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축적되었던 관계들, 언제든 진지하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논의의 단초들까지 함께 사라졌다는 점을 일깨운다.

예술의 영역이 공간과 장르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요즘, 정형화한 미술 유통의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 큐레이터의 활동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새로운 미술을 만드는 막중한 길에서 시.소 A의 멤버들은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다.

한 명이 아이디어를 추진하면 나머지는 의논은 물론, 행정적 업무에서 홍보까지 뒷받침하는 일들을 나누어 맡는다. 이런, 쉽게 끊어질 것 같지 않은 의기투합의 정신이야말로 시.소 A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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