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73) 한국 음악 듀오 숨[suːm]현대인의 삶과 숨 쉬는 정신 담아… 국악 넘어 장르간 융합에 도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숨을 쉰다.' 두 명의 연주자가 세 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주하고, 동시에 작곡까지 하는 한국 음악 듀오 숨[suːm]은 2007년에 결성됐다.

의식과 무의식에 관계없이 살아 있음을 드러내는 행위인 숨은 곧 삶과 이어진다. 때문에 숨[suːm]에게 음악은 숨 쉬는 듯한 자연스러움이자 삶을 확인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숨[suːm]의 멤버 박지하(피리, 생황)와 서정민(가야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다. 그들은 과거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현대의 것을 현대인의 눈으로 바라본다. 감성적이기보다 사유적이고, 듣기 좋은데 그치지 않고 메시지를 담아낸다.

지난 7월 중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주된 '혼(魂)'과 '아까시나무'란 곡도 현대의 삶과 숨쉬는 숨[suːm]의 정신이 담겨 있다. '혼魂'은 1980년 4월, 많은 광부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북탄광에서의 사건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2008년 사북탄광에서 열린 공연에서의 즉흥 연주를 발전시켜 완성한 곡이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꿀벌의 양식인 아까시꽃과 함께 꿀벌들이 사라져간다는 뉴스는 '아까시나무'란 곡 안에, '우리도 모르게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무언가를 그리고 생각하고 떠오르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아직 어떤 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에요. 하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옮겨지는 작업이죠."

이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때때로 생황이나 철 가야금과 같은 낯선 악기도 들여온다. 악기가 그들의 정체성을 말해주기보다 하나의 도구로 쓰이는 셈이다. "곡의 이야기나 느낌과 맞는 음색을 찾다보니 악기를 다양하게 사용하게 되죠. '혼(魂)'의 영감을 준 사북탄광은 저희가 봤을 당시, 탄광 바닥이 철창으로 되어 있었고, 어둡고 음산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금속성의 날카로운 느낌을 표현하려고 철 가야금과 생황 같은 악기를 사용하게 된 거죠."

그들의 음악 작업은 '서울문화재단 NArT 젊은 예술가' 음악 부문 선정,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 실험정신상' 수상, CJ 문화재단 CJ azit '예인 계주' 선정, 그리고 Modafe에서 주최하는 국제레지던시 Comp2010작가 선정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들의 촉수는 내부가 아닌 밖을 향해있다. 국악에 머물지 않고, 장르간의 융합에 도전한다. "상반기에는 콘서트 준비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어요. 하반기에는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인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지금의 음악에 다른 예술장르를 더해서 좀 더 자유로운 작업들을 하고 싶거든요. Modafe에서 주최하는 국제레지던시 Comp2010 선정이 좋은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