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대석] 정국록 아리랑국제방송 사장

미국 애틀란타에 사는 한국전 참전용사 에드 존슨씨는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을 실감나게 만나고 있다.

한국의 아리랑국제방송이 애틀랜타에 디지털 지상파 방송(DTV)을 시작하면서 그의 젊음을 바친 한국의 소식을 생생하게 접하며 이웃에게 한국에 대한 추억과 자랑을 전하곤 한다.

LA 교민 1세인 김영진씨 가족은 작년 6월부터 미국 TV채널과 함께 방송되는 아리랑TV를 즐겨 시청하고 있다. 한인 2~3세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Dream it 시즌1'을 감명깊게 봤다는 김씨는 "미국인들이 아리랑TV를 통해 한국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한다"면서 "교민 2~3세들이 한국의 문화를 알고 자부심도 가져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는 아리랑국제방송이 작년 6월 미국 방송환경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됨에 따라 한인 교포 밀집지역인 LA에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작한 이래 뉴욕, 애틀랜타, 시카고, 새너제이 지역으로 방송 서비스를 확대한 결과다.

실제 작년 말 미국 LA 지역에 거주하는 현지 일반인 300명과 아리랑TV 시청자 300명을 대상으로 '해외방송 효과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지도 면에서 일반인들 중 10% 정도가 아리랑TV를 알고 있으며, 5% 정도가 시청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9월, 정국록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왼쪽)이 중국 CCTV와 방송교류협정 체결후 부사장과 환담하고 있다
아리랑TV가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국가이미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지수'는 아리랑TV 시청자를 보는 시청자가 86.2점, 보지 않는 일반인은 46.2점으로, 아리랑TV 시청자가 일반인보다 39.7점 높은 것으로 조사돼 아리랑국제방송 DTV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 개선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때는 아리랑국제방송의 뉴스가 중국 CCTV를 통해 그대로 방송돼 한국의 균형 잡힌 시각을 중국인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얼마 전 국내에서 베트남 어린 신부가 살해돼 베트남 국민들의 반한 정서가 확산되고 있을 때 이를 완화하는 데도 아리랑TV가 적잖은 역할을 하였다. 국내에 다문화 가정의 또 다른 베트남 신부들이 많이 있고 나름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아리랑TV를 통해 베트남에 방영되고, 베트남 프로그램이 아리랑TV에 방영되면서 베트남 국민들과 국내 베트남인들이 위로받고 한국에 대한 분노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아리랑국제방송은 1996년 4월, 방송을 통해 국내 및 해외거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참모습을 알린다는 취지로 설립된 후 97년 3월 케이블 TV 개국, 99년에는 한국 최초의 아시아권 해외위성방송을 개국하였다. 2000년에는 미주지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방송 네트워크를 구축하였고, 2003년 9월 국내 최초 영어라디오 방송을 제주에서 개국, 2005년에는 위성DMB와 지상파DMB에 라디오방송을 확대하였다.

아리랑국제방송은 2008년 6월 정국록 사장이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가고 있다.

국내 채널의 경우 2008년 공익채널에서 제외되었던 아리랑국제방송을 2009년, 2010년 공익채널로 재진입시켜 국내 500만이던 시청 가구를 2배인 1000만 가구로 늘리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특히 작년 미국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LA, 뉴욕, 아틀란타, 시카고 등에 DTV 서비스를 확대해 이들 지역 약 1350만 가구가 아리랑국제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세계 188개국 중 방송교류협정을 맺은 나라를 43개국 65개 방송사로 늘렸고 이들 나라들과 'SWAP ASIA', 'SWAP WORLD'를 통해 실질적인 방송 프로그램 교류를 하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은 크게 TV와 라디오가 있으며, TV의 경우는 국내 방송(케이블, SkyLife)과 해외방송(위성방송)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 세계를 방송권역으로 하는 아리랑TV는 67개국 1100여 개의 케이블TV와 위성 및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작년 말 현재 8250만 수신 가구를 확보하고 있다. 가구당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전 세계 약 3억2000만 명이 아리랑방송을 접하고 있는 셈이다.

아리랑 라디오는 국내에서 제주영어FM, 지상파 및 위성DMB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올해 4월 이후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제공 서비스로 64개국 3만여 명이 아리랑 라디오를 청취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세계 언론시장은 각국이 영어뉴스 채널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경쟁체제로 급변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아리랑국제방송의 역할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정국록 사장을 만나 세계 방송시장의 변화에 대한 전망과 아리랑국제방송의 비전을 들어봤다.

"이제 세계 웬만한 호텔에서도 아리랑TV를 시청할 수 있죠. 2013년 말까지 1억 수신가구 확보를 목표로 해외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국록 사장은 글로벌 방송으로 성장한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밝혔다. 정 사장은 취임 2년 동안 방송의 기반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가장 역점을 뒀고, 또한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중 미국내 DTV를 통한 방송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은 국제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한국에 매우 중요한 전략국가이고 교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미국 현지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여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고 교민, 특히 한국이 낯선 2~3세들이 한국문화를 접하고 자긍심을 갖게 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24시간 영어방송인 아리랑국제방송을 미국의 1350만 가구가 무료로 수신할 수 있어 시청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미국인뿐만 아니라 교민들이 한국의 문화와 정보를 훨씬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사장은 G2시대 중국에 대한 전략을 묻자 중국의 미디어정책상 진입이 어려워 인터넷을 통해 우회적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고, 광둥TV와는'SWAP ASIA'를 통한 프로그램 상호교환, CCTV와는 방송교류협정을 체결해 특파원 제공 형식으로 양국의 주요 뉴스를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아리랑국제방송이 한국의 문화, 관광, 시사정보 부문 중 특별히 문화면에 강점 또는 성과 등이 있다고 말한다.

"아리랑국제방송은 '한국문화의 정체성 확립', '한국문화 확산', '한국문화 홍보', '글로벌 문화네트워크 구축'이란 4가지 채널 운영 목표를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있습니다."

다문화와 관련해 일부 국가에서의 반한 감정을 완화시키고, 한류 재점화를 위한 대중문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은 관광문화영화를 제작, 소개한다.

또 작년에 필리핀 및 베트남의 방송사와 공동주관으로 '한-필리핀', '한-베트남' 수교기념 우정 페스티벌을 현지에서 개최한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한-인도네시아 우정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등 국가 외교행사 개최를 통해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제고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이 특별히 한국을 알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편성하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영어뉴스'와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영어뉴스의 경우 방송 개국 이래 14년간 한국의 시각을 담아 전 세계에 전달해온 'Arirang News'와 뉴스전달 이외에 한국의 발전된 경제, 산업동향과 문화 트렌드 등을 보강한 종합 뉴스매거진 'Arirang Today'가 있습니다."

한류 관련 프로그램은 한류스타들의 동정, 한국 내 인기가요 등 한류와 관련한 각종 정보와 연예뉴스들을 종합하는 'Showbiz Extra', 'Pops in Seoul' 이란 프로그램이 있고 지난 4월부터 K-Pop 공연 프로그램인 'The M Wave'가 신설돼 많은 국내외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정 사장은 올해의 경우 아리랑국제방송이 오는 11월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해외방송 미디어 파트너로 지정돼 우선 G20 국가를 대상으로 한국의 참모습을 알리는 특별방송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가 이익을 도모하는 것과 함께 아리랑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한다.

요즈음 유튜브,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도 방송사들이 앞다퉈 콘텐츠 멀티유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리랑국제방송은 어떤지 궁금했다. 정 사장에 따르면 아리랑국제방송은 작년 9월부터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강화하고 성과도 상당하다고 한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작년 9월 구글 측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이래 현재 'arirangworld', 'arirangnews', 'arirangkorean' 3개 채널에 약 1500여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되어 있고, 전 세계에서 구독자가 4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 국내 방송사 중 호응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트위터는 주로 외국인들로 팔로우가 9000명에 이르고 대중음악 프로그램인 'The M-Wave'의 팔로우도 7000명에 이르는 등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는 올해 4월부터 아리랑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65개국에서 6만여 명이 아리랑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청취하고 있다고 한다.

아리랑국제방송의 주요 사업이 방송인 만큼 시청률은 과제이자 고민거리다. 나름의 해법을 물으니 아리랑의 대표 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발굴하고, 권역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프로그램 평가제도, 방송효과성조사 연례화를 통해 방송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 사장의 남은 임기는 1년이다. 향후 가장 역점을 둘 부분을 물으니 간명하고 확고하게 답한다.

"아리랑국제방송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자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민법상 재단법인 형태에서 국가로부터 공공재원 등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구비된 법정기관이 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남은 기간 이 소임을 다할까 합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우리 사회의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아리랑국제방송의 역할에 비춰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 정 사장은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국민의 애정 어린 관심을 기대했다.

"글로벌시대에 방송을 통한 국가브랜드 홍보는 중요하고 효과적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아리랑국제방송은 글로벌 방송 경쟁시대에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 육성해 나갔으면 합니다."

정국록 사장은… 1947년 생. 경남고,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1971), 영국 웨일즈대 카디프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1987). MBC문화방송 런던특파원, 유럽지사장, 보도국 부국장, 파리지사장, 보도국 국장대우, 진주MBC 사장. EBS교육방송 비상임이사, 청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 아리랑국제방송 사장(2008.06~현재)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