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76) 영화감독 장철수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칸 초청받고, 부천영화제 작품상 수상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천연덕스럽다. 제목부터 예고다. 남편을 비롯한 섬 주민 모두에게 학대 받던 여성 김복남이 딸 연희까지 잃은 후 분노에 가득차 낫을 드는 순간, 관객은 놀라기는커녕 차라리 안도한다.

올 것이 왔구나 싶다. 복수는 가차없지만, 통쾌할 지경이다. 그러다 화면 그득한 피와 시체 틈에서 문득 깨닫는다. 영화에 꼼짝없이 말렸다는 것을.

영화는 장철수 감독의 첫 장편이다. 정해진 상황과 감정을 향해 밀어부치는 힘이 대단하다. 근 10년간의 연출부 생활이 길러준 힘이다. 덕분에 영화제에서 환영받았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고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너무 '세서' 영화화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매력적이었죠. 특히 현대인들의 심리와 상황을 표현한 부분이요."

센 정서를 유지하는 대신,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인물과 관계 묘사에 공을 들였다. 주인공 김복남에게 숨을 불어 넣을 때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범인을 찾아가 살해한 김부남 사건을 떠올렸다. 복수의 잔혹함에 마음이 깃든 이유다. 상처 받은 채 참고 사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대변한 것이다.

영화는 김복남을 직접 가해하는 이들뿐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녀를 외면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분노한다. 그럼으로써 이 비극을 사회문제로까지 확장시킨다. 김복남은 사회적 약자 모두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힘에 억눌리고 정의롭지 않은 상황에 얽매여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하게 된 인물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색하게 굴지 말고 친절해야죠."

관객도 그 점에 반응했다. 칸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는 한 관객이 "내 인생의 영화"라고 칭찬했다.

"너무 고생스럽게 살아온 듯한 아주머니였어요. 제 영화가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위로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감독으로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이 충분한 한 마디였죠."

그래서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누가 뭐래도 "멜로 영화"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영화를 선택한 건 사람 사는 모습을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죠. 영화를 구상할 땐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