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77) AUX(억스)국악에 재즈 비벼낸 '품바'로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 대상

'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 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장타령'이라는 본래 제목보다 더 잘 알려진 '각설이 타령'의 익숙한 가락과 변주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즉흥성은 그 자체로 완전해 보였다. 그 이상의 변주가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이던 이 음악에 젊은 창작 국악인들은 국악에 재즈를 맛깔스럽게 비벼낸 품바를 선보였다.

그들은 석 달에 걸친 치열한 경합을 뚫고 올해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안은 AUX(억스). 징과 꽹과리의 경쾌한 리듬과 태평소, 베이스 기타, 건반이 쫀득하게 더해진 품바는 한국음악의 흥과 멋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쉬는 것이 게으름이고, 노는 것은 죄악인 시대에, 한 끼 식사 외에는 걱정 없던 재주꾼 각설이들의 순수한 놀이를 재현해보고 싶었어요." 억스가 2010년, 때아닌 각설이 타령을 끄집어낸 이유다.

aux케이블 혹은 aux단자로 더 익숙한 'aux'는 본래 음향이나 영상기기의 외부 입출력 단자에 쓰이는 말이다. 여기서 억스는 우리 음악에 다양한 외부의 재료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팀 안에 국악 연주자와 작곡가, 재즈 연주자들이 조화롭게 섞인 이유다.

국악 타악과 드럼을 맡고 있는 최순호, 작곡을 하고 징을 치는 홍정의를 주축으로 베이시스트 한두수와 건반주자 김지원, 피리와 태평소를 부는 박세라가 억스의 주요 멤버다. 곡의 특성에 따라 객원멤버를 두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꽹과리를 치는 박환빛누리와 차세대 소리꾼으로 주목받는 이광복이 참여했다.

"저희 팀이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한국 장단의 재창조예요. 품바 역시 그렇게 태어났는데, 동해안별신굿의 '푸너리장단', 경기도당굿의 '당악장단'을 도입했지요. 베이스, 건반, 국악타악기의 리듬감을 통일하고 베이스에 거문고 주법을 사용했어요. 태평소 역시 악기의 재탄생이라 할 만큼 실험적인 가락을 썼지요." (작곡가 홍정의)

서양악기가 우리 장단에 녹아들 만큼 조율하고 튀지 않게 하나처럼 어우러지게 만드는 데 긴 연습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물론이다.

언제까지고 '놀이하듯' 눈치 안 보고 음악을 하겠다는 억스는 앞으로 콘서트, 뮤지컬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2008년에 창단해 2009년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처음 대중들과 만난 그들을 국악 무대 외에 뮤지컬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계획을 묻자 다부진 각오가 돌아온다.

"작년에 천차만별 콘서트에서 준비했던 <춘향전>이라는 타이틀로 뮤지컬을 기획 중입니다. 새로운 춘향가의 음악을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국악공연뿐 아니라 클럽공연 등을 통해 여러분께 가까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넓혀가려고 해요. 국악을 진정 좋아하고 즐기는, 천방지축 같은 억스가 우리 음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해 주세요!"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