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관광>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이고 이중적 태도 드러내

강제욱 사진 작가는 에서 길을 잃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사막화를 기록하러 갔는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이 있었다. 환경 재난의 현장을 관광하는 사람들이었다.

재작년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중국 쓰촨성의 복구 현황을 살피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삶의 터전보다 먼저 회복된 것은 관광 코스였다. 폐허는 공원이 되어 있었다.

환경 이슈의 최전선마다 발빠르게 침투한 관광 산업은 이상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기적이고도 이중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강제욱 작가는 이 아이러니를 모아 전시를 마련했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종로에 위치한 대안공간건희에서 열리고 있는 <이상한 관광> 전이다.

아이러니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침대와 테이블 등 가구를 들여 전시장을 아예 관광지의 숙소처럼 꾸민 것. 에 갔던 경험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열대우림 파괴 현장을 찍으러 갔었어요. 그 곳도 역시나 관광 산업이 활발했습니다. 호화 골프장과 리조트가 있었죠. 숙소에 들어갔는데 침대 맡에 보란 듯이 열대우림 사진이 걸려 있더라고요. 그 느낌이 묘했어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강제욱 작가는 꾸준히 환경을 테마로 작업해오고 있다. 2004년부터 3년간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파라과이에 다녀온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파라과이의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고, 환경 문제가 결코 국지적 문제가 아님을 실감했다.

"열대우림의 아름다움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다면 누구라도 그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후 환경에 대한 작업에 인생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했죠."

당시 목공 교사로 근무하면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나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질 좋은 나무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가까이 다가왔다.

"어느 날부터 제가 좋아했던 '세드로'라는 나무를 구할 수가 없었어요. 멸종 위기에 처했더군요. 이렇게 나무가 멸종되는 건 개발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중국의 서부 대개발이 파라과이 목수에게 영향을 미친 거죠."

강제욱 작가는 환경 이슈와 국제 정치, 경제 문제 간 밀접한 관련을 알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다양한 국제기구, NGO와 활발히 협업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2008년에는 유니세프와 함께 물 부족 국가 어린이를 돕는 사진전을 열었고, 아프리카의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NGO인 피스프렌드의 전시에 협력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아이티 지진 현장에 다녀왔다. 연말에는 그때 찍은 사진으로 기부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현장에서 마주친 저널리즘의 한계는 진실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 작가로서의 사명감을 더욱 깊게 했다.

"저널리즘에도 시장 논리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장이 대체로 평화로운데도 통신사 사진은 피 흘리고 공격하는 장면들뿐이더군요. 평화로운 장면은 아무도 사지 않으니까요."

환경 문제의 근본 원인과 심각성을 눈가림하는 미봉책들이 해결책으로 난립되는 것도 비판 대상이다. 중국 정부가 고비사막에서 벌이고 있는 식수사업이 한 예다. 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사업에 대한 떠들썩한 홍보는 정작 사막화의 원인이 개발 정책이라는 중요한 논점을 흐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강제욱 작가는 정부나 기업 등 특정 주체 외에도 소비 문명, 그것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도 제기한다.

"열대우림 파괴가 그곳에서 나무를 베는 사람만의 잘못일까요? 대량 소비를 축으로 하는 체제와 문화가 문제이지 않을까요? 사막화가 진행되는 게 결국 우리의 잘못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몽골 고비사막
환경 이슈 외에 작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테마는 역사다. 발해와 티베트, 실크로드 등을 소재로 작업했다. 역사의 현장에서 깨우친 바는 현재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바탕이 되었다.

"역사는 어떤 국가도, 어떤 권력도 멸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한때 융성했던 실크로드도 지금은 모래밭이잖아요. 그것을 안다면 인간들이 이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환경을 귀하게 여기겠지요."

강제욱 작가의 진실은 이렇게 현황 너머, 깊이 있다. <이상한 관광> 전은 9월16일까지 열린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