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79) 뮤지컬배우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완벽한 공연 만들자" 서로 독려하는 새로운 빌리의 성장 기대

당연하지만 영화나 뮤지컬을 막론하고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은 빌리 엘리어트다. 그만큼 빌리 역의 배우가 극 전체를 끌고 간다는 말이다.

특히 영화가 장면의 전환에 따른 힘의 배분이 가능했다면 뮤지컬은 온전히 빌리 한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관심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공개된 지 한 달째. 한국, 아니 아시아 최초의 1대 빌리들은 과연 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있을까.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발굴하고 키워왔던 4명의 빌리들은 빌리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를 석권하며 발레계 유망주로 떠오른 맏형 김세용은 단정하고 정제된 느낌의 춤을 선사하며 다른 빌리들에 비해 성숙한 빌리를 보여주고 있다.

김세용의 장점은 세계 유수 발레 콩쿠르를 통한 큰 무대 경험이 많아 춤에 여유가 있는 점. 발레 외의 다른 춤들은 이번에 처음 접했지만 워낙 몸을 잘 다룰 줄 알아 탭댄스, 힙합, 재즈댄스,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등의 춤들을 특유의 감각으로 소화해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영국과 호주의 빌리를 누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 <명성황후>에 출연했던 이지명은 노래를 부를 때 감정 표현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춤은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처음 접했지만, 그럼에도 튼튼한 체력과 유연성, 타고난 균형 감각을 바탕으로 고난도의 안무를 안정적으로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에서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원작 빌리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며 역할에 대한 몰입도는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은 내면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 앵그리 댄스(Angry Dance) 부분에서 절묘하게 표현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어린 빌리인 임선우는 올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를 석권하며 김세용과 함께 발레 유망주로 성장 중이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무대를 즐길 줄 아는 면모와 당찬 연기가 인상적이다. 막내답게 발레 동작의 선이 매우 부드러워 드림 발레(Dream Ballet)를 가장 아름답게 추는 빌리로 평가되고 있다.

<스타킹> 등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탭댄스 신동으로 잘 알려졌던 정진호는 1년여의 트레이닝을 통해 금세 수준 높은 발레 실력을 쌓아 크리에이티브팀을 놀라게 했다. 처음 발레를 접했을 때는 스트레칭조차 힘겨워했지만, 지금은 깔끔하고 빠른 턴을 자랑한다. "몸으로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온몸을 사용해 연기하는 빌리가 되겠다"며 이번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밝힌 정진호는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열심히 하자"고 다른 빌리들을 독려하는 어른스러움도 보여준다.

"과연 한국에서도 빌리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원작을 지켜봤던 모든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네 명의 빌리들은 그 의심을 불식시키며 새로운 빌리의 성장담을 쓰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