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김소연 작가미술치료 경험 바탕 인간 욕망의 원형 아이들 통해 보여줘

아이들은 저마다 낚시에 골몰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막대 사탕으로 물고기를 꾄다. 손에 넣은 물고기는 놓치지 않는다. 화분에 물고기를 가두고 있는 아이도 있다. 골몰하는 표정이 섬뜩할 정도다.

한 아이는 오른손에 주렁주렁 10여 마리의 물고기 풍선을 쥐고 있다. 그런데도 아쉬운 표정이다. 아이의 눈은 왼쪽 하늘로 날아가는 두 마리 물고기 풍선을 쫓고 있다.

동화라고 하기엔 어딘가 비틀린 데가 있다. 아이들의 얼룩무늬 옷은 군복을 연상시킨다. 흙 속에 물고기를 심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는 어떤 거리낌도 없다. 물고기 풍선의 입은 갈고리로 꿰어져 있다. 차라리 풍자극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김소연 작가의 <소유는 소외를 부르는 환상이다> 전은 들여다볼수록 곱씹게 된다. 아이들은 단지 아이들이 아니다. 모든 인간의 마음에 있는 욕망의 원형이다. 그것이 섬뜩하고 비틀려 보이는 것은 오히려 너무 무구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화나 예절의 필터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소유욕은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에요. 무언가를 소유해서 만족감을 느끼면 사람들은 세상에서 자기 위치를 찾았다고 생각하죠. 생명이 있는 것, 특히 사람을 가졌을 때 만족감은 더 크다고 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상은 제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죠. 소유한 사람의 틀 속에 갇혀 버리게 되니까요. 소유하려는 관계는 결국 온전할 수 없어요. 결국 사람을 소외시키고 말죠.”

물고기는 아이들에게 잡혀 땅으로 오는 순간부터 죽어간다. 아이들이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외로움은 반복된다. 모두에게 슬픈 결말이 예정된 싸움이다.

“‘필사적 투쟁’이라는 전시 제목도 생각해 봤어요. 너무 강한 표현인 것 같아서 바꾸긴 했지만요.(웃음) 아이들이 꼭 붙는 옷을 입은 것은 자신 안에 갇혀 있다는 뜻이에요.”

김소연 작가가 이처럼 심리에 대한 자세한 해석을 작업에 녹일 수 있는 것은 미술 치료 경험 덕이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미술 치료 공부를 병행해 왔다. 방임아동 심리를 표현한 지난 작업도 당시 공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했다.

스스로 치료를 받아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어린 시절의 사소한 일들이 쌓여 성격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요즘은 특히 부모가 맞벌이를 하고 형제 없는 아이들이 많아서 심리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지난 전시에서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었죠.”

김소연 작가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그 학구열과 마음씀씀이 때문이다. 그가 공부하고 성숙하는 만큼 작업 역시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담게 될 것이다. 김소연 작가는 미술 치료의 목적을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편하게 살게 도와주는 것, 진단하기보다 소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은 그의 미술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다.

<소유는 소외를 부르는 환상이다> 전은 10월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갤러리선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