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작품세계와 예술 향한 장인정신으로 '파라다이스상' 수상

주명덕(70) 사진작가가 파라다이스그룹이 후원하는 올해의 파라다이스상(문화예술 부문)을 수상했다. 파라다이스상 위원회(위원장 정원식)는 19일, 주명덕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세계와 예술에만 정진한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했다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주명덕 작가는 오늘날 한국사진을 대표하는 작가로 45년 이상의 사진 작업을 통해 첨예한 사회문제를 이끌어 냈고, 사라져가는 전통 문화유산을 충실하게 기록했으며, 우리나라의 자연과 대지, 도시를 재해석해 한국 사진의 미학을 새롭게 규정해왔다.

그의 초기 사진들은 1966년 첫 개인전 <홀트씨 고아원(섞여진 이름들)>이 말해주듯 고아, 혼열아, 정신대할머니 등 당시 한국 사회가 잊거나 외면하고 있던 사회의 단면을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작업들이 주를 이뤘다. 그의 그러한 내면적 경향의 저널리즘사진은 사회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시작이자 표본이 되었다.

1970~80년대에는 산업화, 도시화로 치달으며 급변하는 시대에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사라져 가는 한국의 것들을 아름답게 기록하는 일에도 열중했다. 한국의 장승, 절의 문창살 무늬, 옛길과 옛집들을 그만의 심미안으로 담아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을 대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이른바 <풍경(Landscape)> 시리즈로 주명덕 작가 스스로 "나를 찾는 사진"들이라고 말했듯 논리적인 근거를 버리고 자신의 감정세계를 충실히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 전의 사진과 확연히 구분된다.

왼쪽부터 정원식 전 총리(파라다이스상위원회 위원장), 주명덕 작가, 수산나 메리 영거(사회복지 부문) '가톨릭 푸름터' 고문, 윤성태 파라다이스그룹 부회장
2000년대까지 이어지는 이 작업은 주명덕 작가를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와 철학을 가진 완성된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풍경> 시리즈에서 사진을 뒤덮고 있는 검정 톤은 일명 '주명덕 블랙'이라고 할 만큼 독보적으로, 단순히 검은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자연의 역동성, 생명력을 전하는 컬러다.

주명덕 작가는 2000년대 후반 <도시정경(Cityscape)>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삶에 더욱 다가서고 있다. 현대인의 삶의 공간을 성찰토록하는 작업으로 개인(본인 포함)을 고찰하던 데서 폭넓게 나아간 양상이다.

주명덕 작가는 19일 시상식에서 "지금까지 사진작가로서 3차례 변신했는데, 앞으로 2차례 정도 더 변화를 시도해서 세계적인 대가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매번 신선한 사진 작업으로 한국 사진의 새 지평을 열어온 그에게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해본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