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앙팡테리블] (85) 공 共ㆍ工ㆍ公'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실험음악상… '국악의 현대성' 고민

'어흐~~' 여인의 서글픈 독백이 들려오면 주위에선 '실연 당했나봐'하며 수군댄다. 구슬픈 여인의 독백은 계속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야금과 타악, 클라리넷이 그녀의 목소리 사이를 오가며 멜로디를 주조한다.

올해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실험음악상에 뽑힌 공 共ㆍ工ㆍ公의 '<길군악>-실연을 노래하다'는 생경하다. 오래된 테잎처럼 한없이 늘어지고, 가성과 두성을 사용해 음의 높낮이도 크지 않다. 마음먹고 듣지 않으면 6분 8초의 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길이 없는 이 곡.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조용한 가운데 들으면 그 청아한 음색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구슬픈 음색에선 어느새 기품이 느껴진다. 사대부들이 인격 수양을 하면서 불렀다는 정가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정가 중 그들이 변주한 '길군악'은 서민들도 즐겨 불렀던 12가사 중 하나다.

작곡가(송미애), 노래(최슬기), 가야금(박소라, 백승희), 타악(심운정), 클라리넷(김진수)으로 구성된 공 共ㆍ工ㆍ公.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정가 발성의 특징, 박이 구성되는 원리, 음에서의 농현들 등 서양음악과 다른 우리 음악의 특징을 정가에서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 부르는 정가에 표정을 더해냈다. 곡이 진행되는 곳곳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긴장감도 높였다. 여기에 클라리넷이란 이색적인 조합으로 그들의 실험성은 한껏 돋보였다.

"저희가 고민하는 부분은 '국악의 현대성'이에요. 서양음악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우리 음악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용하고, 수용하는 그 지점이 바로 저희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상 후인, 지난 10월엔 성균소극장에서 매년 개최하는 '2010 전통극예술페스티벌'에 초청받아 단독 공연도 마쳤다. <조선시대의 희로애락을 엿듣다>라는 제목의 창작 음악극으로, 대부분의 텍스트는 선비와 중인들이 향유했던 정가의 가사(歌詞)를 재구성했다.

"'조선시대에 라디오 방송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서 이번 공연이 기획됐어요. '어떤 사연들로 채워지고, 어떤 음악을 틀었을까?' 마치 그 시대의 라디오를 듣는 듯한 공연이었어요. 가사를 텍스트로 했지만 정가, 판소리, 밴드 보컬 3분이 함께 노래해서 더욱 다채롭고 흥미로웠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5일의 공연 동안 작은 공간은 가득 찼다. 특히 주말엔 좌석이 없이 무대까지 관객이 자리를 차지했는데, 마지막 곡 '권주가'를 부르면서 관객들과 연주자들이 서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신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다.

앞으로 더 자주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공 共ㆍ工ㆍ公은 "저희의 활동이 국악계와 이 사회에 의미 있는 노력이었으면 한다"면서 포부를 대신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