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대석] 정운천 한식재단 이사장현대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 한식은 세계적인 엔자임(효소) 식품

요즘처럼 한식(韓食)이 대접받는 경우도 드물다. 몇 해전부터 한식의 우수성과 세계화가 자주 거론되더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전후해서는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견 한식 전성시대가 도래하는 듯한 인상이다.

그런데 차분히 돌아보면 한식은 국내에서부터 저평가되곤 한다. 그래서 최고의 '웰빙' '건강식' 이라는 표현이 왠지 멋쩍고 공치사처럼 받아들여진다. 나아가 왜 지금 한식인가? 한식이 그렇게 대단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운천 한식재단 이사장의 일성은 단호하고 확신에 차있다.

"한식은 세계인을 살리는 음식입니다. 인류의 현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최고의 웰빙식이죠."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한식은 음식을 넘어 농촌을 살리는 대한민국의 미래 신성장동력입니다."

정운천 이사장의 한식 예찬은 끝이 없다.

현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지금 장관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지극히 작은 규모인 한식재단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비전과 의지는 예전과 다름없다. 오히려 "'한식'에 올인할 수 있게 됐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센터) 한식재단 이사장실에서 정운천 이사장을 만났다.

정 이사장은 2008년 2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취임했다가 미국 쇠고기 문제로 야기된 촛불시위 이후 재임 5개월만에 물러났다. 그리고 올해 3월 출범한 한식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장관 퇴임 이후 한식재단 이사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대화의 문을 열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우리의 것을 찾아 전국순례에 나섰다가 토종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경북 안동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에서 당나라 고승인 황벽선사의 시를 만나 세상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내가 할 일을 찾은 것이죠."

정 이사장이 퇴계 이황의 16대 종손을 통해 알게 된 황벽선사의 시는 이렇다.

不是一番寒撤骨(불시일번한철골)
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
뼈를 깍는 추위를 한번 만나지 않았던들
매화가 어짜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

"뼈를 깍는 추위를 견디고 나서야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다는 '박비향(撲鼻香)' 구절에서 삶의 향기, 희망의 향기를 전하기로 하고 전국 순회강연에 나섰습니다."

정 이사장이 소규모의 한식재단 이사장을 기꺼이 맡은 것도 '박비향'의 교훈 때문인지 모른다.

"한식재단 출범 전에는 광대한 비전과 규모도 상당해 기대가 컸으나 막상 시작할 때는 최소규모로 축소돼 망설였죠. 그래도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햇습니다."

사실 정 이사장이 장관 재직시 심혈을 기울인 사업 중 하나가 '한식 세계화'였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소금(천일염)을 비롯해 이를 이용한 김치, 젓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5대 건강발효 식품을 한식의 원형으로 복원, 개선해 세계의 음식으로 만들고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수 천 년의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우리의 전통 한식문화를 복원해 산업화함으로써 어려운 농촌을 살리고, 국민의 식문화를 개선시키면서, 세계인의 건강까지 살리자는 취지였다.

정 이사장은 장관 때 5대 건강 발효식품의 원천인 소금이 광물로 분류되온 것을 식품으로 인정받게 한 것을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는다. 천일염이 광물로 분류돼 산업자원부가 관리하던 것을 식품으로 분류해 농식품부로 들어오게 한 것.

정 이사장은 또한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한식의 우수성을 입증하는데 전력했다. 장관이 되자마자 대학 연구소에 의뢰, 한식-외국음식을 따로 섭취하는 두 그룹에 대한 임상실험을 실시한 결과, 한식그룹의 정자 활동성과 양이 월등히 많다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 20~30대의 불임률이 20퍼센트를 넘고 있는데 생태환경과 음식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한식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 이사장은 한식재단 출범 직후 전북대에 의뢰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기존 음식 대신 전통한식만 먹도록 한 뒤 건강상태를 조사하게 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성인병이 완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 이사장이 한식과 관련해 과학적 분석을 시도한 데는 전략적 복안이 자리한다.

"세계 음식시장을 선점한 일본, 중국, 태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음식들과 어떻게 차별화시키느냐가 관건인데 과학적인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한식 홍보에 설득력을 갖게 하자는 것이죠."

정 이사장은 세계 식문화 추세도 한식이 글로벌 음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들어 웰빙이 세계적 관심을 모으면서 식문화도 패스트푸드에서 슬로우프드로 바뀌고 있고, 그와 더불어 엔자임(enzyme) 즉, 효소가 가장 중요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식은 이미 그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인정받았고, 제가 장관 재직시절 5대 발효식품으로 지정한 김치 . 젓갈 . 간장 . 된장 . 고추장은 대표적인 엔자임 음식입니다. "

정 이사장은 대화를 하던 중 문득 최고의 과학발달과 최고의 위생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이 왜 최고의 비만과 당뇨, 성인병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60~70%가 비만이다. 성인병을 앓고 있는 국민이 전체의 30%를 넘고, 유럽 각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막연히 '음식' 때문 일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정 이사장의 답은 과학적이고 예리했다.

"미국의 학문은 영양학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우리 조상은 세가지를 봤습니다. 첫째가 생명력, 면역력이고 두 번째가 섬유질, 세 번째가 영양입니다. 한식을 하는 조상들에 성인병이 거의 없는 것은 그러한 음식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것입니다"

장독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발효식품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빚은 최고의 자연식품이자 건강식품이라고 정 이사장은 강조한다.

식물성 단백질의 보고인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바람에 건조시킨 메주를 천일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킨 간장, 된장, 고추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음식이요, 문화라는 것. 또한 땅에서 나는 각종 채소를 천일염으로 발효시킨 김치나 바다생물을 발효시킨 젓갈 또한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현대 한국인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을 비롯해 성인병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한식이 한국 뿐 아니라 성인병 인구가 늘고 있는 세계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장점을 가진 한식을 세계화 하는데 정 이사장은 어떠한 전략과 복안을 갖고 있을까?

"한식을 홍보하고 국내외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많은 방안들이 있는데 이것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한식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야 합니다. 그래서 앞서 대학 연구결과를 통해 과학성을 담보한 것처럼 외국의 유수 대학, 기관들과 한식을 공동으로 연구해 같은 권위 있는 잡지에 게재토록해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한식에 대한 인식을 격상시킬 계획입니다."

한식재단은 지난 3월 출범해 짧은 기간 동안 자리를 잡아가느라 본격적인 활동은 내년에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적으로 추진될 사안들을 물었다.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걸림돌인 표준화 문제를 해결하고 한식당을 정형화하는 것입니다. 내년에 미국 뉴욕 등지에 플래그십 식당을 개점해 한식의 진수를 맛보고, 한국문화까지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정 이사장은 한식당 인증 추천제로 한식당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선 일본 도쿄의 1800 여개 이르는 한식당 중 한식 세계화의 모델이 될 만한 60~100개를 선정해 한식당 인증 추천제를 추진하고, 이것이 성공하면 뉴욕, 파리, 베이징 등 전 세계 5대 대도시로 확대해 글로벌 한식당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정 이사장은 한식이 세계의 음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부터 위상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최고 호텔들이 한식 전문식당을 오픈하고 수준을 높이는 것과 함께 CJ, SK 등 대기업이 한식 산업화에 나서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한식의 원형을 발굴하고 복원, 유지, 발전시키는 한식의 정통성 정립에도 힘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식재단 이사장으로서 가장 힘든 부분을 물으니 뜻밖에 "부담감"이라고 말한다. 한식재단이 출범한지 아직 1년이 안되고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국민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한식 세계화는 1~년 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화에 성?한 5대 음식 국가들도 그렇게 되기까지는 20~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한식 세계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주문했다.

"한식 세계화는 단순히 식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적으로 농촌 살리기, 국외적으로 세계인의 건강 증진이라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한국의 문화, 국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운천 이사장은...>

1954 전북 고창 출생. 남성고(1973), 고려대 농경제학과 졸업(1981),
한국참다래협회 초대회장(1989),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이사(1991~2007),
사단법인 한국지식농업인회 초대회장(2000), 사단법인 한국농업CEO연합회, 한국참다래 연합회 초대회장(2006), 제57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2008.2~8), 저서 <거북선 농업> 발간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