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앙팡테리블] (87) 영화배우 송새벽서 잠재력 폭발, 신인상 독차지에 첫 주연 행운까지

영화 <부당거래> 중
<무한도전>의 정형돈과 '티벳궁녀' 최나경의 공통점은? 바로 올해 최고의 유행어인 '미친 존재감'의 대명사라는 것이다. 이들 '미친 존재감'의 소유자들은 배역을 가리지 않는다. 조연과 단역, 심지어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레 빼앗아 버린다.

영화계에서는 송새벽이 그런 배우다. 어느날 갑자기 검색어 순위에 올라온 그의 이름을 호기심에 한두 번 쳐본 이들은 실망과 분노로 이 멀뚱한 남자와 처음 조우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새벽까지 검색어 수위를 차지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영화계 새내기인 송새벽은 원래 문성근, 강신일, 송강호 등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배출한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해 7년 동안 무대에 서온 연극인 출신이다. 지난해 <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 역으로 영화팬들에게 존재를 알린 그는 이어 <방자전>의 변태 변학도 역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단 두 작품만으로 '씬 스틸러(scene stealer)', '올해의 발견' 등 잇따른 찬사를 이끌어낸 그는 최근 이어진 영화상에서 신인상도 독차지했다. 10월 열린 부일영화상을 시작으로 영평상,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청룡상마저 석권한다면 올해 신인상 전관왕의 위업도 가능하다.

그의 강점은 평범한 대사나 설정에서도 돋보이는 독특한 존재감이다. 이런 식이다. 모두가 한 발 나서 외모나 개성으로 자신을 어필하려고 할 때, 그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뻘쭘하게 물러나 있다. 누군가가 거침없이 내지르는 야성남의 면모를 과시하면, 그는 쭈뼛쭈뼛 망설이는 소심남의 찌질함으로 너털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그의 묘한 매력은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통했다. 대학로에서 연극 <해무>에 출연한 그를 본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키며 '영화배우 송새벽'을 탄생시켰다.

김대우 감독은 <마더>에 출연한 송새벽을 보고 다시 자기 영화 <방자전>에 캐스팅했다. <방자전>에 함께 출연한 류승범이 형 류승완 감독에게 그를 추천하며 <해결사>와 <부당거래>까지 자연스럽게 캐스팅이 줄을 이었다.

전염성 강한 그의 개성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 번이라도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은 다른 영화 관계자들에게도 그를 추천하며 '송새벽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

하반기 최고 흥행작이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나 내년 개봉을 앞둔 윤제균 감독의 차기작 <제7광구>의 캐스팅 역시 <마더>와 <방자전> 제작진의 추천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모두가 그의 이상한 매력에 중독된 까닭이다.

2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굵직한 영화들에 출연하며 충무로의 샛별 출현을 알린 송새벽은 최근 또 한 번의 행운을 잡았다. 지난달 크랭크인한 로맨틱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에서 첫 주연을 맡은 것. 이제까지는 존재감을 나타내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제부터는 직접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개성 있는 조연으로 승승장구하던 송새벽은 과연 첫 주연을 맡은 이번에도 이제까지의 '미친 존재감'을 그대로 발산할 수 있을까. 포스트 송강호 시대에 도전하는 라이벌들과 함께 그도 이제 출발선상에 섰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