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름다운 작가상'… 작가회의 부이사장 맡아 궂은일 챙겨

올해 '아름다운 작가상'에 도종환 시인이 선정됐다. 한국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산하 젊은작가포럼이 주관하는 이 상은 말 그대로 젊은 작가들이 선배 작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선정 기준은 '문학적 성품'. 문학적 성과와 삶이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생각되는 선배 작가에게 후배 작가들이 존경의 마음을 담아 매년 수여해온 상이다. 올해로 9회를 맞이했는데 그 동안 시인 정양, 소설가 김남일, 시인 정희성, 소설가 이경자, 소설가 오수연, 시인 백무산, 소설가 정도상, 시인 김정환 씨 등이 수상했다.

"후배들이 주는 상이라서, 기쁘고 고맙죠. 보통 상은 선배가 후배를 심사해서 주는 거잖아요. 이 상은 후배들이 선배 중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서 의미가 있고, 그래서 더 기뻤습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가 말했다. 몇 명의 후보를 추천해 투표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최후 두 명이 '결선투표'까지 벌여 수상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오랜 기간 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도종환 시인은 올해 부이사장을 맡았다. 올해 작가회의는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 지침에 반대해 정부 지원금 수령을 반대했다. 때문에 작가회의의 여러 행사가 축소 운영됐고,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의 간행도 중단됐다가 김병익 문학평론가의 후원금으로 무크지로 속간됐다.

게다가 올해 초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남일 소설가가 암으로 투병하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도종환 시인은 뒤에서 말없이 궂은일들을 챙겼다. 후배들이 결선투표까지 했던 것도, 그럼에도 그를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일 터다.

"후배들이 크고 작은 업무를 상의하고 결정할 때, 예산을 확보할 때,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도움을 줘야죠. 전에 제가 사무총장을 했으니까 후배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일상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요."

'수상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가 멋쩍어 하면서 말했다. 이럴 땐 빨리 다른 대화로 넘어가야 한다. 내년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상반기에 새 시집을 낼 예정"이라 대답했다. 2006년 <해인으로 가는 길> 이후 5년 만의 시집이다. 산문집 한 권도 더 낼 계획이다.

아름다운 작가상은 상금이 없다. 후배들이 상패와 선물을 증정하는 것이 전부인데, 상패에는 수상작가의 작품 중 한 부분을 새겨 넣는다. 도종환 시인의 상패에는 그의 시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의 한 문구를 새겼다. 후배들의 상패와 선물에, 보통 수상 작가는 술을 사며 화답했다.

지난주 금요일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은 예년과 달리 후배 작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열린 '낭송회' 축제로 진행됐다. 손택수 시인이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김서령 소설가가 시 '쓸쓸한 세상'을 낭송하고, 최창근 극작가가 도종환 시인의 산문집 중 한 편을 낭송했다.

낭송회 후 각 지역에 흩어진 문인들이 지역 특산물을 가져와 나누는 '포트락 파티(potluck party)'가 펼쳐졌다. 술을 사는 대신, 그는 고향 청주의 술을 가져왔다.

문단 선후배, 작가와 독자가 만난 조촐한 자리가 어느 송년회보다 정겹게 느껴졌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