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대석] 에스제이비보이즈(주) 박기원 대표세계 유일의 비보이전용극장 건립, 청소년에 꿈과 희망 심어줘 선보이고 '비보인 전용관' 구상도… 정책 지원 강조

지난 주말 저녁, 비보이쇼 <배틀비보이> 공연이 한창인 홍대앞 비보이전용극장 안은 비보이와 관객이 하나 된 열기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300여 객석을 메운 관객 중에는 일본인이 많이 띄었고 미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20~30대 외국인들도 상당수였다. 비보이의 고난도 동작 하나하나에 소리 지르며 몸짓과 손뼉으로 호응하는 데는 국적, 인종, 연령이 따로 없었다.

겨울 강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공연이 끝난 뒤 특별한 퍼포먼스를 감상한 관객들은 비보이들의 놀라운 기술을 훙내내고 스토리를 반추하며 여운을 이어갔다.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한국 비보이의 힘과 매력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한국의 비보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90년대 중후반만 해도 비보이 불모지였던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려가며 각종 비보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비보이 중심국이 됐다.

비보이 월드컵이라 불리는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 BOTY)'대회에서 연속 배틀 우승한 것을 비롯해 영국의 '유케이(UK) 비보이 챔피언십', 미국의 '프리스타일 세션'과 국가를 옮기면서 개최하는 '레드불 비시원(BC ONE)' 등 세계 4대 비보이 배틀을 잇따라 석권하면서 비보이 최강국이 된 것이다.

<배틀비보이> 공연팀과 포즈를 취한 박기원 대표
한국의 비보이는 세계 초청 및 순회 공연이 이어지고, 새로운 한류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을 알리는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의 비보이가 그러한 위상을 갖게 된 데는 비보이들의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그들이 꿈을 갖고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인 비보이전용극장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홍대앞 비보이전용극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극장으로 비보이들에게 희망과 목표를 주어왔다.

이 비보이전용극장을 세운 이는 에스제이비보이즈(주) 박기원 대표다. 23일 극장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한국을 비보이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비보이와의 인연과 함께 새해의 비전을 들려줬다.

비보이전용극장이 건립된 것은 2005년 11월. 무엇보다 한의사(서정한의원 원장)인 박 대표가 직업과 무관한 비보이 시설을 만든 게 궁금했다.

"한의에서 성조숙증과 키성장 분야를 특화해 치료와 연구를 하면서 청소년들을 많이 접하게 돼 이들의 고민과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던 중 2005년 8월 우연히 비보이 공연 <프리즈(Freeze)>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좌석도 없이 스탠딩으로 진행되는 공연장에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 청소년 선도를 위한 문화 매개체로 청소년이 열광하는 비보이들과 공감대를 갖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비보이 전용극장을 건립하게 됐습니다."

박 대표는 한국 비보이 댄스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전용극장이 만들어짐으로써 지금까지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일탈된 행동으로 비쳐졌던 길거리 댄스와 비보이들에게 희망과 목표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에스제이비보이즈에 소속된 출연팀 익스트림크루가 세계 최고 권위의 비보이 댄스 배틀인 '2007 배틀오브더이어'에서 당당히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은 한 예다.

비보이전용극장 건립 직후인 2005년 12월 사이에 선보인 넌버벌 퍼포먼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비보이에 대한 시각과 평가를 크게 높였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보다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비보이를 문화상품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동기에 대해 박 대표는 "수 년 전만해도 춤을 추는 학생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2002년부터 비보이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죠. 비보이들이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전통성을 대표하는 발레와 대중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댄스인 비보이를 접목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2007년 8월,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린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2050개 참가작품 중에 최고의 작품으로 객석 점유율 220%를 기록하고, 유력 언론에서 별 5개를 연거푸 받았다. 이후 2008년 중국 상하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 2009년 일본 오사카 공연으로 이어지며 한국 비보이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에스제이비보이즈는 기존 제작자가 독립한 후 작년 8월부터 새로운 비보이쇼 <배틀비보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시즌1을 마치고, 11월부터 시즌2를 공연 중이다.

이번 공연은 세계 최고 레벨의 멤버들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세계 비보이 배틀 대회에서 다수 우승을 차지한 홍텐과 헤드스핀 비보이 범상길, 연체 비보이 김종완 등 국내 최정상급 비보이들과 2006 북미 퍼포먼스 대회에서 우승을 한 팝핀의 애니메이션 크루, 유럽•포르투갈 락킹부분을 석권한 칸크루, G콜라보는 물론, 여주인공으로 한국 무용의 박규리, 공윤정, 공유리 등이 합류했다.

박 대표에게 <배틀비보이>의 특성과 관람 포인트를 물었다.

"한국적 요소를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비보이 춤의 요소 곳곳에서 부채, 박 등의 소품을 엿볼 수 있고, 특히 전통적인 음악을 삽입해 동양의 춤인 한국무용과 서양의 춤인 비보이의 음과 양의 조화를 표현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또 수묵화 같은 배경에 힙합 음악과 동양음악의 조화로운 만남은 춤의 완급과 호흡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잔잔하고 깊이도 느껴지게 할 것입니다."

박 대표는 작품을 설명하면서 해외 진출과 외국 관광객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해외 진출 전략을 묻자 "한국적 비보이의 장점(특성)에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흡수해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해외 시장 공연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 유일의 비보이전용극장은 2005년 설립 이후 2009년까지 75만 관객이 찾았다. 흥행 속에 부침도 있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이 연출자와 출연진의 개런티 문제로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유사한 공연이 대학로에 등장해 불과 2년 만에 매출이 반토막 난 것이나 신종플루 때문에 타격을 입은 것 등이 그러하다. 박 대표는 그러한 손실을 감수하며 비보이전용극장을 유지해왔다.

"극장 설립 후 지금까지 30억 원 가량 들어간 것 같습니다. 경기 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극장을 유지하는 것은 '사명감' 때문입니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 세계 최고의 한국 비보이를 지켜가야 한다는 책임 같은 것이죠."

그러면서 박 대표는 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비보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비보이들을 가졌다고 해서, 최고의 비보이 문화를 가진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보이 인프라를 넓히는 데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됩니다. 또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는 비보이들에게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얼마 전 사회 문제가 된 비보이 병역비리에 대해 조심스런 견해를 나타냈다.

"비보이들은 격렬한 몸을 쓰는 특성상 25세를 넘으면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병역문제도 그래서 불거진 것인데 운동선수나 예술인들이 국위를 선양할 경우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고려할 때 그만 못지않게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비보이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한류 영향이 큰 아시아에서는 대중 가요와 드라마가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청소년들은 "한국?"하면 "비보이"를 떠올릴 만큼 서구에선 비보이가 한국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에 일정이 바쁜 박 대표에게 새해 비전과 그의 '비보이 꿈'에 대해 물었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 국가인 한국을 명실상부한 비보이 메카로 만드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비보이전용극장 뿐 아니라 세계인이 와서 배우는 비보이 학교, 영상관, 기념관, 비보이 기념품점 등 비보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비보이 전용관'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 비보이전용극장 근처에 부지를 매입해 내년부터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고 한다.

그에 필요한 재원은 한의학 박사이자 의학박사인 그의 직업에서 충당될 전망이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서정한의원은 성조숙증과 키성장에 관한 치료를 특화했고, 중국 35개 도시에 37개의 성장클리닉도 개설해 놓고 있다.

비보이전용극장을 나서는 박기원 대표의 새해 소망은 역시 비보이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었다.

"한국의 비보이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스스로 만들뿐 아니라 역동적인 나라라는 국가의 이미지에 걸맞는 문화콘텐츠입니다. 한국 문화의 전도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인 비보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에스제이비조이즈㈜ 박기원 대표는-----------------------------------------

1957년 생. 원광대 한의과대학 졸업. 원광대 한의과대학원 한의학박사 취득, 원광대 의학대학원 의학박사 취득, 서정한의원 원장(성장클리닉∙성조숙증 전문 한의사), 원광대 외래교수, 에스제이비보이즈(주) 대표. 세계 최초의 비보이전용극장 개관.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등 제작. 한국일보사 2008 사회공헌 부문 수상(공연예술). 한국의 名한의사 33인에 선정(성장클리닉 분야).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