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다큐멘터리 6대륙 지역화의 필요성 외쳐

세계에서 행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는 어디일까. 흔히 스위스나 캐나다, 혹은 호주나 북유럽의 부유한 국가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답은 의외로 부탄이다.

히말리야 오지의 작은 불교 국가인 부탄은 지난해 조사한 세계 행복지수 국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가난하지만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에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있는 이가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생태환경운동가로 잘 알려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다.

국내에도 소개된 스테디셀러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의 저자인 호지는 이 책에서 16년 동안 인도의 작은 마을 라다크가 경제 개발 과정에서 서구의 가치관에 변질되는 과정을 그리며 경제성장 만능론을 앞세운 세계화와 소비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전 지구적인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원래 언어학을 전공했던 호지는 지역 방언 연구를 위해 히말라야산맥 근처의 작은 마을 라다크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20여 년을 보내면서 마을의 전통과 환경을 복원하는 '라다크 프로젝트(The Ladakh Project)'를 진행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생태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Ecology and Culture)'를 창립하고, 한국에서는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의 이사를 맡고 있는 등 생태 환경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내한하며 특강을 해온 그가 일관되게 비판하는 것은 '민중의 복지'와 '자연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 개발이다. 이 같은 무차별적인 개발은 결국 사람과 자연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호지는 이런 전 지구적인 개발의 흐름이 만연한 나라일수록 행복지수 또한 떨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를 들고 또 한번 한국을 찾았다. 그가 주장해온 메시지를 영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행복의 경제학>은 우리가 당면한 다수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경제의 세계화가 아닌 지역화를 주장하는 영화다.

헬레나 호지를 비롯해 인도 출신의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 '350 캠페인' 창시자 미국의 빌 맥키번,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 삼동 린포체, 일본 슬로우 라이프 선두주자인 오이와 케이보 등이 6개 대륙에서 지역화의 필요성을 외친다.

전 세계에서 무차별적인 경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행복의 경제학>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세계를 보여준다. 정부와 대기업은 첨단 기술과 무역 확장에 기반한 경제의 세계화를 추구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적인 지역 경제 육성을 위한 노력들을 비추는 것이다.

지난 24일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행복의 경제학> 특별상영회에 참석한 호지는 "이 영화는 현대적인 것을 모두 없애자는 말이 아니라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을 현지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체계가 갖춰진다면 낭비도 줄이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다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경제학>이 추구하는 바"라면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찾을 기회는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